가난한 커플도 결혼할 수 있나요?

가난한 커플의 결혼 도전기

by 동글로


피로연에서 운명처럼 만난 두 남녀는 온라인 연애를 시작했다. 여자는 지방 남자는 서울에 산다. 장거리연애의 필수 조건인 네이트온에 주황색 동그라미가 깜빡인다. 온라인으로 일상다반사를 공유했다. 애틋하나 뭔가 빠진 것 같다.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없다는 거리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매우 멀게 다가왔다. 서울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남자는 여자의 단 한 마디에 지방으로 내려왔다.


"준이 씨! 장거리라 계속 연애할 자신이 없어요."

남자는 여자의 말에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여자가 사는 지방으로 내려왔다.


'뭐야 이 남자 이렇게 쉽게 내려온다고? 이제 연애를 시작했는데? 나 완전 발목 잡힌 거 아니야?'

'뭐야 이 남자 본인 인생을 올인할 정도로 내가 좋다고?'

이 두 마음이 한동안 왔다 갔다 했다.


면목동에 작은 월세방을 얻어 독립했다는 그 남자는 현재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었다. 이미 그 말을 들었던 터라 여자는 미안하고도 부담스러웠다. 남자는 지방에 있는 부모님 댁으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

"내 나이는 계란 한 판이야"

"벌써 서른이라고" 어른이 되어감을 슬퍼하더니 여자 때문에 다시 보호자의 집으로 돌아가 보호받게 됐다.


다행히 남자는 지방에서도 곧바로 프로그래머로 취직을 했다. 안타깝게도 지방은 서울보단 급여가 형편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남자는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싶다며 일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자와 이제 막 취업한 여자는 가난했다.


둘 다 돈 버는 일에 쉼은 없었지만 늘 가난을 벗어나질 못했다. 누가 누가 더 가난하나 이야기하면서 울기도 했다. 대학원에 있는 자판기 200원짜리 커피를 마셨고, 대학교 연못에서 놀았다. 남자가 대학원생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둘 다 넉넉하지 않은 지갑사정 탓도 컸다.


여자 나이 28세.

친구들은 하나 둘 결혼식 청첩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임신을 했고 아이를 낳고 돌잔치를 한다고 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바람직한 결혼생활, 누구나가 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결혼한 친구들은 달콤한 아가냄새가 가득한 행복한 집에서 살았다. 여자는 생각했다 '나도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집도 생기겠네?' 집이라는 공간이 전과 다른 느낌으로 묵직하게 다가왔다. '지금 만나고 있는 이 남자가 남편이 될까?' 여자는 성격이 급하고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우유부단하지만 빨리 결정지어지길 원한다. 곧바로 물었다.


"자기는 나랑 결혼할 거야? "

"해야지"

"언제 할 건데? 내가 30살이 되도록 결혼 못하면 난 다른 사람이랑 결혼해야 될 것 같아. 더 늙기 전에 빨리 결정해 줘"

"헉, 아니 결혼을 그렇게......" 말 그대로 말잇못인 계획형 인간의 남자.


결과적으로 여자가 프러포즈를 한 셈이 되어버렸다. 프러포즈의 낭만은 그렇게 안드로메다로 갔다.


남자는 부모님과 상의하고 며칠 후 상견례를 하자고 알렸다. 상견례도 성격 급한 여자 때문에 곧바로 이루어졌다. 두 가정의 부모님은 무려 1년 6개월이나 지난 때로 결혼시기를 잡아 주셨다. 남자는 32살 대학원생, 여자는 28살 시보 딱지를 겨우 땐 직장인이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본다. 성격 급한 여자 때문에 현명해져야 했던 양가 부모님들은 일부러 결혼식날짜를 미루어 잡은 것이다.


결혼할 남자는 정해졌다.

결혼할 시기도 정해졌다.

그다음엔? 뭐가 필요하지?

달콤한 아가 향기가 나게 될 우리 집이 필요했다.

그런 집이 생기려면 거대현금이 필요했다.


가난한 커플에겐 가난한 부모님이 있기 마련이다. 양가 부모님은 열심히 일했으나 가난을 면치 못했다. 부모님께 더 이상 짐을 줄 수 없다. 결혼식이라는 비용의 숙제는 가난한 커플에게만 부여하기로 약속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바람직한 결혼시기는 적정한 현금자산이 있고 일정한 직업이 갖추어진 시기다. 게다가 그 시기에 만나고 있는 남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가난한 커플에겐 모아둔 현금 자산이 없다.


결혼이라는 장르가 우리의 삶에 깜빡이를 켜고 들어왔다. 부부가 될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실감했다.


가난한 커플은 덜컥 결혼식 날짜를 잡아버렸다. 사랑 만으로는 결혼할 수 없다. 낭만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 늘 듣던 말들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 남자와 그 여자는 결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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