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찾아서
다급해진 남자는 대학원 조교를 자처했다. 남자는 경제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며 여자에게 자신의 인증서와 통장을 내주었다. 남자의 큰 그림이다.
'나 갖은 게 이것밖에 없어 알아서 해' 이런 뜻이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지금껏 직장생활을 했다는 남자의 통장 속은 처참했다. 결혼식 날짜는 잡혔고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자는 남자의 월급이 들어오면 남자의 통장에 매월 100만 원씩 적금을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지방 16평 임대 아파트 월세 보증금이 마련됐다. 여자는 고민했다. 둘의 돈을 합하고 막대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할 것인가? 아니면 남자만의 돈으로 집을 마련할 것인가? 여자는 대출이 무섭다. 모든 사회초년생에게 두렵기 마련이지만 여자는 더욱 무섭다. 이기적인 여자는 남자만의 돈으로 보증금을 내는 월세집을 선택했다.
집이 생겼고 다행히 결혼했다.
결혼 후 부부는 임신테스트기를 바로 사용하게 됐다. 허니문베이비였다.
화장실로 들어간 여자는 소리를 질렀다.
"아~~!"
소리에 놀란 남편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는 아내를 애타게 불렀다.
"임신이야? 뭐야? 왜 그래? 자기야! 빨리 나와봐"
두줄이 선명한 임신테스트기를 들고 나왔다. 아기도 성격 급한 엄마를 닮아 깜빡이를 켜며 불쑥 찾아왔다.
임신사실을 확인한 남편은 기쁨과 동시에 몹시 불안정해 보였다. 결혼식 보다 더 많은 책임감을 장착하게 된 남편은 취업전선에 다시 뛰어들었다. 대학원은 휴학 상태로 전환됐다. 아기가 행운일까? 남편은 좀 더 나은 직장에 곧바로 취업할 수 있었다.
취업에 성공한 날 남편은 장인어른에게 전화했다고 한다.
"장인어른! 저 취업했습니다"
남편이 저만큼의 무게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는 몰랐다. 장인어른은 부부에게 단 한 번도 잔소리를 한일이 없었다. 남편은 장인의 딸을 데려왔으니 잘 살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나 보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이 데려와서 살아주는 사람이 아니다. 아내는 남편과 동등한 사람이다. 책임은 둘에게 같이 있다. 남편에게 미안했다.
"아이가 생기니까 온 세상이 내 어깨를 누르는 것 같았어"
아내와 아기를 동시에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었나 보다. 왜 그랬을까? 아내도 일을 하고 있고 대학원 조교 월급도 생활비만큼은 된다. 도대체 무엇이 남편의 어깨를 짓눌렀을까?
이듬해 첫 아이를 낳고 임대 아파트에서 여름을 보냈다. 아이를 키우기엔 좁은 느낌이다. 월세집이 아닌 넓은 우리 집이 갖고 싶다. 우리는 돈을 더 아껴야 했다. 남자는 여전히 경제를 잘 모른다고 한다. 조금은 냉정한 남편의 용돈, 살림할 돈을 뺀 나머지는 모두 저금했다. 결혼식을 치르고 남은 돈과 지금껏 모아둔 돈을 계산했다.
'지금은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 갈 수 있겠지?'
'이 수많은 아파트 중에 우리 집 하나 없겠어?'
없었다.
있었지만 비쌌다가 맞는 말이긴 하다.
이렇게 밝은 불빛을 뽐내는 무수한 아파트 속에 내가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없다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생에 아파트를 살 수는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