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담보 대출은 남편 명의로 해주세요.

흔들리는 은행원의 눈동자

by 동글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우리 집을 갖고 싶어졌다. 벽에 낙서할 수 있는 우리 집. 집이 갖고 싶어 지니 '집'은 안락함에서 부동산이라는 돈 덩어리로 다가왔다. 막 취업하고, 결혼한 초보부부에게 집은 매우 비싼 물건이었다.


갖고 싶은 집은 비싸고 갖은 돈으로는 화장실 한 칸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매우 이상한 현실에 직면했다.

대출?

생각만 해도 무섭고 떨리는 대출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동동 떠다녔다. 대출이라는 계획이 인생에 처음 들어왔다. 막상 대출을 하겠다고 결정하니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인생 최대의 결정이다.


'그래. 대출받아 집을 사자'


여자는 터미널 근처 동네 동동 부동산으로 갔다. 터미널을 오가며 '저곳이 우리 집이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터미널 옆 아파트가 있는 부동산이다.


"동동 아파트 알아보러 왔는데요~"

중개인은 상냥하고 어른 같은 얼굴로 다가와 물으셨다.

"돈은 얼마나 있어?"

"돈은 마련할 수 있어요. 집 보여주세요."


중개인은 이제 막 어른이 된 여자 혼자서 집을 보러 온 게 수상했다. 그때 우리 집 남자는 지구상에서 혼자 제일 바빴던 시기. 지금도 중개인의 얼굴을 보면 기억할 수 있다. 또렷하다. 호기심 어린 의심의 눈초리.


결혼 당시보다 3천만 원이나 올랐다는 이야기를 열두 번은 하시며 부동산을 나섰다. 중개인과 여자는 동동 아파트 24평 세 곳을 방문했고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골랐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집을 구하는 사람은 나다.


"언제 이사할 수 있어? 가계약금을 미리 내버려~"

"남편에게 한번 보여주고 결정할게요"


곧장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기! 7시까지 동동 부동산으로 와"

"응"

부동산에 들어온 남편은 묻는다.

"우리 집 생겨?"

남자는 집이 생긴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놀랬고, 결정된 집도 마음에 들어 했다. 가계약금은 바로 이체됐다. 우리 집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대출을 알아볼 차례.

남편의 연봉이 아내보다 많았기에 남편의 주거래 은행인 동동 은행에서 아파트 담보 대출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출받아야 하니까 인감, 주민등록증 줘봐"

"응"

간도 쓸개도 줄 남자가 우리 남편이다. 꽃뱀을 만났으면 없는 돈도 대출받아서 줬을 텐데 나를 만나 집이 생겼다.


동동 은행에 갔다.

"아파트 담보대출 좀 받으려고요~"

부동산에서 준비해 준 서류를 냈다. 은행원은 한 참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아파트 명의는 아내고, 대출은 남편 명의시네요?"

"네. 뭐가 잘못됐나요"

" 아니요. 이런 경우는 드물죠. 허허허"

남자이자 다른 아내의 남편이었을 은행원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출을 해주었다.


'뭐가 못마땅한 거야? 도대체'


남편의 주거래 은행이고 남편의 급여통장은 아내가 관리한다. 당연히 대출은 남편 명의로 받았고, 집은 아내가 공인중개사와 업무처리를 했기에 아내 명의가 됐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더니 자본주의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는가 보다. 은행원의 정돈되지 않은 눈동자를 뒤로 하고 24평 아파트가 우리 집이 되었다.



몇 년 후 남편은 술자리 앉은 처남에게 말했다.

"집은 너네 누나 집인데 대출금은 내 거야"

둘이 껄껄껄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그 둘의 눈동자는 꼭 그 은행원의 눈동자와 같았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은 이렇게 다른 것이다.


그래서 그다음 아파트는 부부공동명의가 됐다.


명의가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