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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글로 Jan 01. 2024

매일 빵을 만드는 중학생

이상하고 고마운 얄미운 딸

요즘은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온 집에 달콤하고 맛있는 냄새가 풍긴다. 집안 공기도 훈훈하다. 또 오븐이 열심히 빵을 구웠을 것이다.


중학교 2학년인 딸은 기말고사 시험 마지막날 빵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릇이나 깨지 않으면 다행이지 싶은 걱정이 먼저 드는게 엄마지만 말리지 않았다.


2학년을 마무리한 시험 스트레스를 무언가를 만드는 것으로 풀려나보다.  집에는 베이킹을 할만한 도구가 별로 없었기에 하다 말겠지 생각했다. 몇 가지 있던 도구들은 이미 당근마켓에 팔아넘겼었다.


 재료라곤 유통기한이 1년 지나 부엌 한 켠에 처박힌 밀가루와 오븐, 버터정도 있을 뿐이다. 그 밀가루를 집어든 딸은 물었다.

"엄마 죽진 않겠죠?"

"죽진 않겠지만, 빵을 만들고 치우는 것까지 해야 해!" 엄마의 잔소리 본능이 살아날뻔 했다. 거기까지!.


유통기한 1년이 지난 밀가루로 겉모습은 진짜 빵 같은 빵을 만들어 냈다. 절대 죽진 않을 거라며 먹오보길 권하는 딸의 빵을 몇 번을 피하다 먹게 되었다. 오래된 밀가루지만 밀가루는 어떻게 해도 맛있는 법이다. 탄수화물이 아니던가? 너의 스트레스를 엄마가 먹어 치워 주마!


아빠와 엄마는 그렇게 마루타가 되어주기 시작했고 건강에 좋을 것 같은 통밀가루도 세 봉지를 주문해 주었다.


 더 필요한 물건이 있다며 딸은 친구와 다이소를 간다고 했다. 집에 돌아온 딸의 손엔 전자저울과 몇 가지 베이킹 도구가 들려있었다.


 우리 집 고양이 사료 무게를 재기 위해 전자저울이 필요했지만 집사들은 구매를 미루었었다. 엄마가 떡공예에 몰입했을 때도 구매를 미루던 전자저울을 슈미는 다이소를 가는 것으로 한 번에 해결해 버렸다.


 다행히 엄마의 게으름을 닮진 않았던 것이다.

휴~


"엄마한테 카드 달라고 하지~"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용돈으로 사면돼요"

기특하고 이상하고 고마운 딸이다. 곧 달라졌지만.


레몬즙 써도 돼요?

베이킹소다 있어요?

이스트는요?

아몬드가루 사주세요.

흰 강낭콩도 사주세요.

바닐라 익스트랙 사주세요.


꼭 과거의 나와 같은 딸이다.

어쩜 과거의 내가 필요한 것이 같을까?

아빠를 닮은 것 같은 딸이 이럴 땐 또 나를 닮았다.

아몬드가루는 비싸니 저렴한 재료로 그냥 빵을 만들라고 했더니 집에 있는 구운 아몬드의 껍질을 까고 믹서기에 갈았다. 무서운 딸이다. 그래서 흰 강낭콩은 할 수 없이 사주었다. 강낭콩을 키까 봐 겁이 났다. 그렇게 사준 흰 강낭콩은 물에 24시간을 불려 4시간에 걸쳐 껍질을 까고 삶아서 믹서기에 갈았다.


"차라리 엄마한테 팥앙금을 사달라고 하지~ "

"판매하는 앙금은 설탕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한 달 전 다이어트에 대해 관심을 갖은 딸은 설탕을 매우 무서워한다. 모든 검열과 슈미니의 손질을 거치고 만들어진 만쥬는 할머니와 아빠의 생신 선물이 되었다.


할머니와 고모는 슈미니의 작품을 맛있게 드셨다.

"고모를 위해 설탕을 조금 넣고 만들었구나?"

달지 않은 빵은 고모에게 좋은 간식이 되었다.


도대체 제과점 빵엔 얼마나 많은 설탕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딸은 말했다.


"아니요, 그 빵조차도 설탕이 네 스푼이 들어갔어요" 제빵을 한 후 슈미니는 설탕이 더욱 무섭다.

설탕과 밀가루는 공공의 적인가?

그러나 맛있어서 어쩌나?

공공의 적이자 공공의 사랑인 것을.


엄마는 만들어볼 엄두를 못 내는 빵을 딸은 매일매일 도전한다. 이것저것 만들어 내는 슈미니의 빵들은 제법 그럴싸하다. 맛과 비주얼이 중학생인 딸이 만든 빵이라니 신기해서 엄마는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친구들에게 줄 거라며 하루종일 거품을 내어 만들었던 머랭과 쿠키들이 식탁 위에 열 지어 있기도 했다. 그중에 하나는 엄마, 하나는 아빠의 선물이다.


"동생 몫은?"

"없어요"


이렇게도 착하고 이쁜 딸이 남동생에겐 철저하게 야박한 누나다. 아이코 무서워라. 겨우 시식으로 맛을 보는 우리 아들이 불쌍하지만 그렇게 밖에 대우를 못 받는 이유가 있어서 엄마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 이 녀석아.

이번엔 아빠가 통밀빵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뚝딱뚝딱 미니 통밀빵을 머핀 틀에 넣고 만들어 냈다. 식빵틀이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나름 성공적이었다.


통밀 쿠키믹스로 가볍게 통밀쿠키도 만들어 주었다. 곰에 눈을 만들자고 했지만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두 마리에만 겨우 눈을 찍어주었다. 굉장히 깐깐한 요리사다.


"슈미나! 빵을 그렇게 계속 만들 거면 달콤한 빵 대신 건강한 통밀빵을 매일 구워주면 안 되겠니?"


"또 통밀빵요? 통밀가루 산 걸로 만들어볼게요"


유튜브를 한 참을 보고 샤부작 샤부작 움직인 딸은 빵처럼 생긴 귀여운 공룡알을 만들어냈다. 전과는 다른 비주얼이다. 망했노라고 소리치는 딸에게 조용히 말했다.

"식으면 괜찮아. 먹을 만 해질 거야"

마음과는 다른 소리가 나왔지만 애써 덤덤한 척했다. 굉장히 딱딱해 보인 타버린 빵.


식힌 빵을 잘라 한입 먹었다.

생각보다 속은 촉촉 했고 달콤함 대신 소금맛이 났다. 건강한 빵인가? 건강한 밀가루가 있기는 할까? 그렇다면 소금이 적인가? 설탕이 적인가?


모든 것이 궁금하지만? 제과점 빵보다야 슈미니 빵이 건강한 것은 사실이지!



'슈민아! 이제 그만 빵을 만들고 공........ 부를 다시 시....... 작 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고 싶은 새 해 첫날이다. 다행히도 슈미니는 가족과 함께 2024년 해맞이를 다녀온 후 서점에 갔고 수학교재를 사 왔다. 이상하게도 수학교재는 남동생 것을 같이 사 왔다. 참으로 얄밉고 고마운 누나다.


잼민아!

누나가 너 공부하란다.


 형아 공부를 방해하는 고양이라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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