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소원은 무엇이냐? 제 소원은 키가 크는 것입니다

환생한다면 키가 컸으면 싶습니다만

by 동글로

내게 소원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키가 크는 것입니다.


만약 10억과 키 중에서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그래도 키가 크는 것입니다.


자존감 따윈 없나 봐?라고 비꼰다면?

그래도 나는 키카 크는 것입니다.


만약 100억과 키 중에서 선택하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혹시 그렇다면 100억을 선택하겠습니다만, 돈 앞에 키를 양보하다니 참 비굴하다. 헹.


k중년이 되고서도 키를 포기하지 못한다며 친구들은 놀린다.

"네가 아직 허리가 안 아파서 그래 굽 낮은 신발을 신어~"

"아니 난 키를 포기 못해"

"어차피 그거 신어도 사람들은 다 키가 작은 줄 알아~"

"...... 낮은 신발을 신으면 세상이 꺼지는 느낌이 들어서 싫어"


나도 알고 있다.

키높이 신발을 신어도 나는 키가 작다는 것을...... 그런데 꼭 굳이 그렇게 말해줘야 네 마음이 편하겠니? 물론 나를 위해 해주는 말인 것도 알고 있다. 포기하고 편하게 살라는 뜻임을.....


" 동글로야 네 키도 충분해~~ 키 작다고 못한 거 없잖아! 결혼해서 딸, 아들 낳고 일도 하고 뭐가 문제야!"

아니 충분하지 않다.

위로가 되지 않는다.

키 크고 결혼해서 아들 딸 잘 낳고 일하는 사람이 더 많더라.


주방 바로 위 선반을 빼고는 의자 위로 올라가 반찬통을 꺼내고, 옷장 속 옷걸이도 최대한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어 옷을 건다. 그마저도 하다 실패하면 멀리 있는 화장대 의자를 가져와야만 옷을 걸 수 있다.


남들에겐 아무렇지도 않을 키가 나는 내 인생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자존감이 없다고 비꼰대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실제로 키 때문에 자존감이 바닥인 삶을 살았다.


가끔 비슷한 키를 갖은 사람을 만나면 강한 동질감을 갖는다. 서로가 서로의 키를 눈짐작하지만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일종의 키 작은 사람들의 룰이랄까?


어쩌다 양 옆에 키가 큰 지인들이랑 걸어가는 날이면 양대산맥이 옆에 서있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혀 더욱 쪼끄맣게 쪼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낮은 굽의 신발을 신지 못하고, 신발 벗고 들어가는 식당을 제일 싫어하며, 볼링장 근처에는 절대로 가지도 않는다.


나는 키가 크고 싶다.

비만치료제, 당뇨치료제도 다 개발된다는데 키 크는 약은 어디 없나?


이제는 나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이 놀린다.

" 엄마! 샤워기를 내가 올려두면 누가 자꾸 내리지? 누굴까? 도대체 누가 자꾸 내리는 걸까?"

그래, 제발 너라도 커라. 작은 엄마 탓에 작다고 말하지 말고......


남편은 이런 내게 말한다.

"자기 머릿속에는 온통 키와 곱슬머리야 생각뿐이야?"

아! 나는 곱슬머리에도 콤플렉스가 있구나. 또르륵......


그러고 보니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과거의 남자 친구이자 현 남편이 운동화를 선물해 줬다.

하얗고 편한 뉴발란스운동화였다.


남편은 내가 작아도 괜찮았던 거다.

그럼에 나는 괜찮지가 않다.

나는 때도 지금도 키가 크고 싶다.


사이즈에 맞는 옷들을 자신 있게 고르고 수선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툭툭 걸쳐 입어도 맞는 그런 옷을 마음껏 사고 싶다.


나이가 들면 작은 키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던데 나는 아직 나이가 든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아직 난 젊은가? 끙...... 그렇지도 않다.


젊음과 키를 선택하라면 무엇을 선택할래?

그것은 좀 어렵다.


아...... 이루어질 수 없는 내 소원이여~

절에 가서 소원을 빌어보았다.

다음생엔 부디 크게 태어나게 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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