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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07. 2023
사춘기와 사십춘기를 이긴 고양이
내 이름은 홍루이14세
첫째인 딸의 사춘기는 올해 봄 무심하게 지나갔다. 덤빌 테면 덤벼보라는 부모의 도전적인 자세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착하고 고운 딸의 심성 때문일까? 훗. 자녀의 사춘기란 별거 아니구나.
우리 집 둘째이자 막내인 아들의 사춘기가 시작됐다. 태어나면서부터 애교도 많고 살가운 아이. 밤에는 꼭 엄마 옆에 딱 붙어서 자야 하는 아이. 엄마를 껴안고 싶어 하고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 난 아이.
그 아이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
사춘기란, 자녀의 호르몬 변화가 아니라 엄마의 호르몬 변화일까? 마음이 헛헛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아들의 밀어냄이 서운함으로 나를 가득하게 했다. 단지 슬프다는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서글픔과 공허함 꼭 퇴짜 맞은 짝사랑이다. 둘째란 이런 것일까? 아니면 첫째와 차별을 했던 것일까?
어느 날 우연히 고양이 사진을 보게 됐다. 그날 이후 고양이 영상만 보고 있는 사람이 됐다. 아들 대신 고양이에게 사랑에 빠진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
한없이 고양이만 쳐다보았다.
마음이 웃는다. 부럽다. 행복하다. 사랑스럽다. 내 옆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내 머릿속에 온통 고양이만 떠다닌다.
고양이를 입양할까?
그래?
고양이가 우리 집에 온다고?
반려동물
입양은 간단히 생각하고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 같이 모두 말렸다. 입양을 반대한 온갖 이유가 쏟아져 나왔다. 그래. 안 되는 거야. 내가 없는 시간 혼자 있는 동물은 너무 가여워. 나의 가득 찬 마음을 잘 비웠다.
따뜻한 5월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을 찾아뵈러 갔다.
부모님을 보니 비워두었던 내 마음이 다시 차려고 한다. 왜일까.
아빠가 분명 반대하실 것을 알면서 물었다.
왜 나는 아직도 아빠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일까.
"아빠! 나 고양이 키워볼까?"
"고양이는 키우는 거 아니다. 고양이 키우기만 하면 나는 절대 너희 집에 가지 않으련다. 너도 우리 집에 오지 마라. 동물에 애정을 쏟는 만큼의 1/10만이라도 사람한테 애정을 쏟아봐라. 동물 키우는 사람이 나는 제일 이해가 안 된다."
예상했던 대답이다.
마음의 준비를 했던 질문의 답임에도 77세의 아빠의 답은 매섭다.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나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우리 아빠의 카리스마는 언제쯤 사그라질까? 그러나 아빠의 카리스마가 사라지면 난 더욱 슬플 것이다. 지금은 그걸 알고 있다. 나도 엄마니까.
그런데요 아빠!
무서운 아빠를 이제는 이겨내야겠어요.
45세.
사십춘기가 찾아왔거든요!
왜 다들 하지 말라고 말리는 걸까요!
그래서 굳이 저는 입양을 해야겠어요.!
고양이를 입양하는 것이 아빠의 말을 처음 거역하는 일이 된다. 의미 있는 나의 선택이어야 한다. 용기가 생겼다. 내가 선택할 용기. 내가 결정할 용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온라인 지역 카페에 들어갔다. 많은 글이 있지만 단 하나의 키워드 고양이를 검색한다. 고양이 사진을 아이들과 남편에게 자꾸 보여주었다.
" 어때? 이 녀석 귀엽지 않아?"
" 이 아이는 어때?"
" 이 고양이는?"
원래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가족들은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우리 가족은 어느새 고양이 입양에 찬성으로 바뀌었다.
그날 우리는 같은 지역 다른 아파트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처음 맞이한 고양이는 무척이나 작고 여렸다.
생후 6주.
이제 막 젖을 떼고 사료를 먹게 됐다는 고양이는 내가 덮고 있던 담요에 쌓인 채 우리 집 막내가 되었다.
단지 고양이가 왔을 뿐이다. 사춘기를 핑계로 엄마를 밀어내던 둘째는 사춘기가 갑자기 사라졌다.
도대체 사춘기라는 호르몬을 이긴 고양이란 어떤 존재란 말인가?
무서운 아빠 때문에 45년째 선택장애가 생긴 나를 이긴 고양이는 어떤 존재란 말인가?
나는 드디어 아빠라는 벽을 뛰어넘었다.
남편은 이해하지 못했다.
고양이 입양에 무슨 사춘기 소녀 같은 반항을 하느냐고 웃었다.
아빠는 늘 내 우주를 둘러싸고 있다. 보호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도 보호받고 있다. 나는 그것을 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이겨보고 싶었다.
아빠 내가 이겼다!
어느 날.
아빠가 내게 물었다.
고양이는 잘 있느냐고.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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