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안녕
인생지사
새옹지마
어쩌다 보니 맹신하고 있는 단어다. 많지 않은 나이지만 돌이켜보면 맞는 말이더라.
매사에 크게 기대하는 바가 없다. 기대하는 바가 없으니 애써 괜찮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곤 했다.
인생이 시나리오대로 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나이가 됐다. 그렇다고 누구나가 원하는 장밋빛 시나리오를 쓰지도 않았다. 적어도 누군가의 마지노선보다는 더 늦게, 최대한 늦게 내 차례가 되어도 된다고 여기며 지냈다.
그럼에도 몇 차례 희망고문이라는 가혹한 단어가 문득문득 떠올랐다. 더 이상 희망고문에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다. 며칠 후 내게 또 다른 경우의 수가 생겼다.
나에게 다시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더해주는 좋은 일이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두고 볼 일이긴 하지만 일단은 다행이다.
역시 다행한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
마침 불편했다. 남아있기보단 떠나고 싶었다. 좋은 선택지는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지이기도 했다. 나는 선택을 했고 곧 다른 시작을 한다. 더 이상 애쓰기 싫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자.
11년이 넘게 같은 길을 출근했다.
하구둑 가로등 위에 수많은 갈매기가 같은 간격, 같은 방향으로 앉아 있던 길이다. 어떤 날은 바다 쪽으로 어떤 날은 강 쪽으로 또 어떤 날은 나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앉아 있다. 바람의 저항을 피하려는 갈매기 나름의 방법이라고 했다.
갈매기가 궁금할 것 같다. 특별한 날씨 빼고는 늘 갈매기가 있던 그 길도 궁금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