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원한 섬이다.
내가 숨을 쉬면 섬은 존재하고
내 숨이 멎으면 섬은 가라앉는다.
그러니 내가 존재하는 한
내 섬은 영원이 된다.
누구든 내 섬의 일부가 될 수 없다.
내 섬에 와서 나무를 심거나
새가 되어 오거나
기어다니는 개미가 되거나
깊은 우물의 샘이거나
옆에 나란한 섬이 될수는 있거니와
내 섬 안에 또다른 섬처럼 존재할 수 없다.
나의 섬에서 나를 갉아먹고 다닌 존재들은
그대로 기생할 수 있으나
그들은 그것에 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떠날 것이다.
이 섬에서 '갉아먹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의 섬은 갉아먹힌 곳을 잘 메우는 법을 알고 있다. 다른 나무들로 채워가거나 양분이 가득한 흙으로 덮으면 그만이다.
혹은 훼손된 부분이 굳어져 더욱 단단해질수도 있다.
내 섬에 다녀간 모든 생물들은 남겨질 자유가 있다. 내 섬을 어떤 것으로 채워놓았는지에 따라 남겨진 것들은 정해져있고 떠나야하는 이들은 알 것이다.
나는 영원한 섬이다.
숨을 쉬어야만, 눈을 떠야만,
섬이 존재하고 무언가가 섬으로 온다.
멎은 섬은 후회도 없이 하늘로 가라앉을 것이다.
남겨진 이들에게 찬란한 화석을 남기고
뜨겁게 굳어진 딱지들을 바라보며
착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