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아 미티 Mar 16. 2022

창업자는 3명, 직원은.. 나?

체대생, 스타트업에 가다 -2 (부제 : 초창기 멤버가 되었다)


크고 넓은 건물, 그리고 면접


서류 전형에 합격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면접 날짜에 맞춰 용산으로 향하였다. 발걸음에 실린 긴장감을 티 내지 않으려 애써 웃어보았지만 미세하게 미소가 떨렸다. 


긴장된 마음으로 용산 청년창업센터 건물 앞에 도착했다. ‘와.. 건물 크다’(사실 그 건물은 여러 창업팀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곳이었다. 건물은 크지만, 우리의 공간은 쪼꼼, 아주 쪼꼼 했다)

(두둥... 여기인가.. 나의 전쟁터)


도착해서 하얀 문을 두들기니 또래의 여자분이 나를 맞이해 주셨다. 그 당시 내 나이가 25살이었는데 또래와 같은 나이로 느껴졌다. 놀랍게도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필기시험이었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내가 무슨 답변을 쓸 수 있을까 너무 떨렸지만, 에라 모르겠다 심보였다. 약 10년 동안 운동만 한 나에게 이러한 경험 하나하나가 너무 중요했다.


3가지 질문이었다. 1번과 2번은 다이어트 때 가장 많이 질문 오는 것들에 대한 것. (허리 디스크와 폭식에 관련된 질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3번은 크로스 마케팅을 통한 마케팅 사이드 질문이었는데, 사실 나는 필기시험을 보며 ‘크로스 마케팅’이란 단어를 처음 보았다. 1번과 2번은 너무나 자신 있었다. 대학교 때 배웠던 운동과 영양 전공 수업이 생각났고, 디스크 관련해서는 함께 운동하는 후배가 갑자기 디스크가 터져 병원에 실려갔다가 재활하는 걸 직접 보았기에 그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히 전할 수 있었다. 3번은 정말 아무 말을 적은 뒤, ‘완료’ 버튼을 눌렀다.



조금의 대기 시간 후, 다른 면접장으로 갔다. 문을 여니 큰 공간에 책상 3개가 있었다. 2개의 책상에는 하얀 옷, 하얀 머리띠를 한 여자분과 재미교포처럼 생긴 남자분이 있었다. 바로 나의 첫 대표인 J와 B였다. 

J와 B를 처음 만난 날

비어있는 책상 앞 의자에 앉아 둘을 마주 보았다. 면접 내용은 다이어트 관련 질문과 무한도전 멤버 중 가장 좋아하는 멤버, 나를 캐릭터로 설명하자면 어떤 캐릭터와 비슷한지 등… 의 질문이었다. 시간이 어떻게 간지도 모르게 면접은 끝났다. 분명 질문에 대한 대답 중 잘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자신감은 있었다. ‘이 사람들.. 좀 멋진 사람들인 거 같다. 그리고 나를 원할 거 같다’. 그렇게 며칠 뒤, 나는 합격 메일을 받았다.   




0부터 배우는 10가지 


입사 후, 나는 모든 것을 새로 배웠다. 글을 쓰는 법,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배우는 법(일러스트 강의는 무려 5분 만에 끝났다. 그 5분으로 현재까지 일러스트를 쓰고 있다.), 그리고 회의를 하고 의견을 내는 법 등.

대학교 과제 말곤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준 적 없는 내가 어플을 받아보는 많은 사람이 보는 글을 쓴다는 사실이 너무나 무서웠다. 다이어트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 모여있겠지만, 그중에는 나보다 많은 정보를 아는 전문가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하얀 페이지를 볼 때마다 남모르게 오들오들 떨렸다.


그 당시 CTO님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기에 회의는 거의 J와 B 그리고 같이 입사한 E와 함께 하였다. 모두 성향이 외향적이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데 거침없었기에 그중 가장 내성적이었던 나는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었다. 자칫 의견을 물어보면 떨리는 목소리로 소심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며칠 입술이 터지고 스트레스를 받다가 거울 속 내 모습이 너무 답답하여 마음속으로 외쳤다.


‘아, 뭐! 내가 별로면 자르겠지!’
정말 울면서 두 가지를 모두 생각했다. 


(이 생각은 나에게 큰 변화를 주었다. 비전공자에,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들어간 사람이라면 꼭 기억해두길 바란다. 당신이 뽑힌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 이후 나는 내 의견을 열심히 말했고, 틀리면 인정하고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았다. 나는 회사에서 여러 스킬을 배웠지만,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건 이 부분이다. 틀려도 되니까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 이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성장을 위해 피드백의 여백을 남겨두고, 겸허히 수용하며 ‘목표’를 달성하도록 팀으로 일하는 방법이자 태도가 필요하다. 




너무 재밌다! 근데 너무 힘들다!


첫 1~2년은 너무나 빠르게 흘렀다. 사무실 불이 꺼지면 대표님 집으로 이동하여 다 같이 밤을 새우며 자기 할 일을 했다. 금요일이면 금요일이라 야근을 하고 술을 마셨고, 크리스마스면 크리스마스라 일하며 술을 마셨다. (술이.. 전부는 아니었다. 진짜로.) 매 순간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고, 어떤 일을 더 해볼 수 있을까 아이디어를 뿌려놨다. 그리고 실행하고 실패하며 성공했다. 어떻게 이런 시간이 가능했을까 묻는다면 아마 ‘비전에 대한 공감’이 컸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누군가는 돈을 위해, 누군가는 스킬을 위해, 누군가는 커리어를 위해 일을 선택하고 시도할 때 우리는 그냥 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고 믿으며 시간과 노력을 이어갔다. 이 작은 회사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이 작은 회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우리의 모든 시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몇 년의 시작을 채우고, 청년창업 센터를 떠나 우리만의 공간으로 향하였다. 

바로 우리의 역사가 시작될 신용산 반지하.


반지하는, 처음이지?





**초창기 멤버에 합류하는 중이라면, 참고할 Tip   


#1. 가장 중요한 건, 가치에 대한 공감과 동의

첫 멤버들인 만큼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공감이 커야 한다. 단순히 있어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믿음과 동의가 있어야 한다. 빠르게 노를 저어야 하는 시점에 누군가는 집에 있는 도넛만 생각한다면 리듬이 깨져 버린다. 그 리듬은 하나의 분위기가 되어 느슨함을 만든다. 아무리 노를 저어도 자꾸 다른 방향으로 흘러 버리게 된다. 함께할 때 각자의 Why를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야 끈끈한 비전이 구축된다고 믿는다.  


#2. 각자의 캐릭터가 확실한가? 

스타트업 초기 멤버를 만화 ‘원피스’나 ‘무한도전’ 멤버들로 비유할 때가 참 많다. 그만큼 각자 캐릭터가 확실할 때의 시너지가 분명히 있다. 우선 멤버들이 회사에 갖는 비전이 단단하고 같다는 전제에서 각자 다른 관점의 시각과 액션 플랜을 가져오는 건 너무나 도움이 많다. 나의 초창기 회사는 5명이 다 다른 성향이었는데, 5명이서 다 같이 움직일 때 또는 2인-3인으로 나눠져 프로젝트를 할 때 무척 도움이 되었다.  


#3. 빠른 시도, 아니면 말고 정신            

어쨌든 회사의 첫 시작에는 많은 걸 시도하며 우리와 맞는 것을 찾아가야 한다. 시도를 해야 고객들의 반응이 있고, 우리를 좋아해 줄 사람들이 누군지 안다. 여기서 한 명이라도’ 안돼’, ‘그건 좀 어려워’만 외친다면 브레이크가 고장 난 8톤 트럭처럼 몸이 무거워진다. 다만 ‘안돼’라는 말 다음 자신이 생각하는 더 나은 솔루션이 있다면 정말 다르다.  


작가의 이전글 달리기만 하던 체대생이, 스타트업에 간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