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아 미티 Mar 23. 2022

정신차려보니, 팀장이 되어 있었다.

체대생, 스타트업에 가다-3 (부제 : 조직문화가 낳은 괴물, 팀장되다)


아, 그 컨텐츠 공장분! = 나...?


회사에 입사하고 1년 동안 내가 한 일은 이러했다. 컨텐츠 주제를 잡고 컨텐츠를 작성한 뒤, 글에 들어갈 이미지를 만들어서 매일 2개의 컨텐츠를 오전, 오후 적절한 시기에 맞춰 퍼블리싱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댓글과 Page view를 확인하며 다음 컨텐츠를 기획한다. 하루에 만드는 컨텐츠는 오늘 오후에 올라갈 내용 작성, 내일 오전에 올라갈 컨텐츠 기획 및 작성, 블로그와 페이스북 채널에 미러링 하여 올리는 작업 등이었다. 단순 미러링만 제거하더라도 매일 컨텐츠를 만든다고 했을 때 1년에 730개의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 게다가 거기 들어가는 썸네일과 이미지 작업도 포토샵으로 직접 했어야 했다.


실제로 '아, 그 공장 분.!'이라는 말을 다른 회사 대표님에게 들었던 시기


하지만 모든 과정이 재밌었다. 정말 100% 재밌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지만, 내가 쓴 글이 올라가자마자 바로 반응해주는 고객들을 보면 단거리 육상 선수 때 느끼던 스타트 블록 앞 긴장+설렘의 느낌을 매번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업무는 정해진 일만 할 순 없는 법. 내 옆 동료가 박스 포장을 하고 있다면 그걸 도울 손이 필요했고, 갑자기 오프라인 행사가 생기면 이벤트를 위한 준비도 해야 했다. 이 과정이 반복되자 우린 매일 늦게 퇴근했고, 말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새로운 팀원을 찾기로 하였다. 나와 내 동기 E가 회사의 첫 공채 1기라면 2기를 마주할 준비를 해야 했다.


내가 면접관이라니..


2기에 지원해주신 분들은 정말 다양했다. 부산에서 다노의 채용 공고를 보고 올라온 분도 있었고, 애정 하는 서비스이기에 어떤 사람들이 서비스를 만드는지 궁금해서 지원했다는 분들도 있었다. 작은 회사였지만 꽤 많은 분이 지원을 해주셨고, 나는 처음으로 면접관이 되었다. 과연 내가 누군가를 판단할 정도인가라는 의문이 저절로 들었기에 이 사람이 어떤 가치관으로 일을 고르는지, 삶에서 중요한 기준이 무엇인지 등을 보았다. 에디팅 능력은 과제를 통해 이미 확인을 했던 차였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우린 3명의 새로운 동료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사수’가 되었다.



우리 되게, 같으면서 다르다?


나와 함께 하게 된 동료는 부산에서 오는 에너지 넘치고 크리에이티브한 V였다.(어쩜 이니셜도 V야) 내가 1년 했던 일을 이 친구는 한 달만에 마스터했고, 새로운 관점과 좋은 아이디어로 컨텐츠가 만들어졌다. 처음으로 사수 일을 하는 내가 버벅 거리고 답답했을 텐데, V는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었다. 우선 나와 V는 좋은 것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도에 있어 합이 너무 잘 맞았다. 함께하는 시간이 1년쯤 지났을 땐 ‘아!’ 하면 ‘어~’할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관점이 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런 상황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운명의 V를 만나버렸다 


몇 년 뒤, 다노에는 ‘크루셜 컨버세이션’이라는 1대 1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며 좋은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가 생겼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걸 알리가 없었다. 우리는 무척 전통적(?)이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가장 좋은 건 ‘술’이었고, 일할 때는 커피를 마시고 퇴근 후에는 술을 마시며 다양한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했다. ‘나 그렇게 말한 건 이해가 잘 안 갔다. 다음부턴 이런 식으로 설명해주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나는 그 부분을 이렇게 해결했을 것 같다. 다음에는 같이 이야기하며 해결하자’ 등의 직급 없이 같은 일을 하는 동료로서의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런 솔직한 피드백을 해준 V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


사실 이러한 태도의 시작은 V와 나로 시작된 게 아니라 이 조직을 만든 B와 J를 통해서부터였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받고자 했다. 더 나은 것을 발견하면 목소리를 키웠고, 좋은 아이디어에는 박수를 쳤다. B와 J는 대표라기보다 더 멀리 있는 고민을 하는 나의 동료였고, 문제를 나눌 수 있는 친구였다. 그럼에도 중요한 선택에 있어 책임을 지는 멋진 리더였다.



조직 문화의 시초는 작은 태도에서부터

스타트업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 안에서의 조직 문화도 다를 것이다. 대기업 경험이 있는 리더라면 대기업 방식의 수직적인 의사결정이 몸에 배어 있을지 모른다. 이제 창업을 한 리더라면 모두 같은 시각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모든 것엔 장단점이 있다. 수직적인 의사결정으로 체계가 잡힐 수도 있고, 다 함께 하는 논의를 통해 동아리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넵넵넵과 으흠 그래요?의 차이


다만 중요한 건 이거다. 첫 조직의 문화, 분위기에 따라 그 조직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결정되고, 초창기 멤버 자체가 조직의 문화가 된다. 그렇기에 내가 어떤 조직을 만들고 싶은가에 따라 그 조직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내가 만들고 싶은 조직을 고민하고, 그런 사람들을 모여 비즈니스를 끌고 갈 때 그와 비슷한 고객들이 우리와 함께 한다고 믿는다.


결국, 성장을 위한 것


나는 이러한 회사의 조직 문화가 당연하게 느껴졌고, 자연스러웠다. 불편함 없이 나의 의견을 말하며 자유롭게 의견에 동의, 비동의를 논하고 피드백을 오고 갔다. 어떤 조직을 찾을까 고민할 때 내가 어떤 환경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어떤 분위기에서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 경험을 토대로 돌아보는 게 좋다.

만약 이러한 경험이 없다면, 일단 부딪혀 보는 걸 추천한다. 모든 건 경험을 통해 완성되니까!

작가의 이전글 창업자는 3명, 직원은..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