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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미티 Apr 03. 2022

나는 3년차 팀장, 팀원은 8년차

체대생, 스타트업에 가다-4 (부제 : 눈물의 팀장 성장기)

팀장, 그게 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은 커져갔다. 일도 많아졌고, 채용에도 적극적이었다. 내가 속한 콘텐츠 마케팅팀은 2명에서 3명으로, 3명에서 4명으로 커져갔다. 나는 계속해서 어리숙한 사수였고, 열심히 배워나갔다. 사업이 커질수록 중요도를 개발팀과 마케팅팀 채용에 초점을 맞췄다.


왜...왜 자꾸 늘어나..


콘텐츠 마케터만 있던 조직에 디지털 마케터분들이 합류하면서 본격 마케팅적인(?) 업무를 실행해 나갔다. 그분들은 다른 조직에서 약 3년 차, 7년 차의 경력을 가진 분들이었다. 그 당시 나는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 너무나 컸기에 그런 분이 우리 조직에 온다는 거 자체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열심히 물어보고, 배웠다. 하지만 몇 달 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하늘 같은 분들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디지털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로 나뉘어 있는 조직을 하나로 합치기로 했다. 팀장은? 바로 나. 대표님에게 팀장 역할을 수행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때 기쁘면서도 너무나 무서웠다. 그때의 감정을 생각해보면 ‘나 녀석, 인정받은건가?’라는 기쁨은 0.2% 정도. 나보다 경력도 많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보다 잘 아는 분들이 있는 팀의 리딩을 내가 뭐라고 한단 말인가..!라는 절규 99.8%였다.


안하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게다가 우리 조직엔 1on1이라는 아주 좋은 제도가 있었다. 팀장과 팀원이 일주일에 한 번씩 시간을 내어 서로 같은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 체크하고, 자유롭게 서로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 근데 내가 이걸...내가 계속 도움을 구하고 배우는 분들에게 하라고? 절망적이었다. 지금까지 스스로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거품이 빠지고 알몸으로 그들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엄청난 스트레스와 또 한 번의 입술이 터진 뒤 나는 결심했다. 그래, 그냥 잘 모른다를 인정하고 배우자!




판을 그리는 시간


팀장이 되고 가장 먼저 한 건 경력이 많은 선배 같은 팀원들에게 가서 당당히 ‘나 잘 모르니 가르쳐주세요.’라고 말한 것이다. 모르는데 어떡해! 그리고 나는 그들이 필요했다. 3명이었던 팀원이 5명이 되고, 8명이 되며 나는 선배 팀원분들에게 많이 혼났다(?) 회의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일은 이렇게 나눠야 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내 역할이 무엇인지 등. 나는 많이 울었고, 많이 감사하며 배워나갔다.

웃고 있지만 멘탈이 거의 없었던 시기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하는 길, 7년 차 H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갔다. 좋은 팀장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나에게 H님은 말해주었다.


“팀장은 판을 짜는 역할이에요.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해나가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그리는 사람이요.”


머리가 띵 했다. 내가 아는 판이라곤 체스판 정도인데...머릿속에 판이 그려지지 않아 멍-하게 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회사에서 다시 만난 H님은 나에게 판을 알려주었다.


'이 판이 맞는지...'



가본 적 없는 맵을 그리다


H님이 나에게 말해준 건 단순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내 걸로 만들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1) 우리 팀이 가장 잘해야 하는 것을 정의하기

2) 각 팀원별로 잘하는 것-못하는 것-하고 싶어 하는 것-하기 싫어하는 것을 나누기

3) 그리고 팀원과 함께 이야기하며 싱크를 맞추고, 기회를 만들기 


각 팀원들과 이야기를 하며 그리기로 한 4가지 요소 


이 과정을 통해 난 나와 함께하는 팀원들의 강점을 확인하고, 하기 싫어하는 부분을 보완해 나갔다. 어색하게 느껴졌던 팀원과 1on1의 시간에도 할 얘기가 많아졌다. 이런 시간이 쌓일수록 팀원들의 업무에 대한 집중도와 몰입도, 책임감이 달라졌다. 좋은 팀장은 성과를 잘 내는 팀은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고 박수 쳐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들이 즐겁게 일하며 만든 결과가 결국 회사의 성장과 닿아있게 팀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를 인지하고 판을 그리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1년 뒤, 이 영상을 보며 ‘아, 그렇네. 이게 맞았네!'를 알게 되었다.

너무나 힘이 되었던 '박희은' 투자심사역님의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3APsJtOr6TI



아직도 H님과 연락을 한다. 일을 하며 만난 나의 첫 선배이자, 나의 멘토였다.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체대생의 스타트업 생존기 4번째 편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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