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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미티 Apr 15. 2022

브랜드는 언제나 (괄호) 안 키워드를 생각해야 한다.

체대생, 스타트업에 가다-5 (부제 : 우리의 기준, 다움은 무엇일까?)


목표 ㅎㅏ,, 그래,, 해보자


2016년 우리 팀은 다양한 직무가 많이 생겨났다. 컨텐츠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영상 에디터. 회사에서 가장 큰 회의실에 들어가면 꽉 찰 정도의 인원이었다. 이런 우리 팀의 KPI는 마케팅 퍼널 중 상단에 위치하는 영역이었다. 사람들에게 우리 브랜드를 알리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가장 많이 한 스킬은 컨텐츠로 질척대기


우리 팀의 목표는 컨텐츠 3억 뷰였다. 다이어트라는 카테고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브랜드의 이름을 무조건 들어보게 하자. 들어보는 걸 넘어서 관심을 갖게 하자. 온드 미디어 채널 내 각각의 역할을 정의하고, 어떠한 컨텐츠를 전략적으로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같은 사람이라도 채널별 태도는 전부 다르다.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컨텐츠 파트는 카테고리 내 관심 있을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었다. 이때 우리 팀은 이상한 레이더를 각자 머리 위에 심고, 컨텐츠가 될 만할 요소를 발견하면 옆 사람에게 토스하여 디벨롭하였다. 그렇게 올라간 컨텐츠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그 댓글은 다음 컨텐츠의 소재가 되었다.

브랜드다운..일단 올리자..로 흘러간 아이디어 회의



목표가 있으면 방법은 만들어 내는 거다?


그 당시 조직 내 KPI라는 게 새롭게 생기며 목표 달성에 약간 눈이 돌아갔던 거 같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꼭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되는 (브랜드의 목적과 맞지 않는) 컨텐츠도 열심히 만들었다. 조회수는 잘 나왔지만 이상하게 신남과 동시에 불안했다. 팀원들도 나에게 ‘이게 정말, 맞아요.?’라는 마음속에 있는 궁금증을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몰랐다. 우선 목표를 달성하고 싶었고, ‘대표님이 달성하라니까 해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이 많은 사람을 리드하는 팀장이라면 나는 알았어야 한다. 무엇을 위하여 우린 왜 이렇게 컨텐츠를 찍어내듯 만들고, 공유하고, 고민해야 하는지 생각했어야 했다.


KPI 이 자식...


우리 팀은 결국 그 해 3억 view라는 목표를 4억 3천 view로 달성했다. 그러나 우리 팀은 우울했다.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해 세계 신기록을 깬 선수에게 내년 시합에는 세계 신기록보다 높은 목표를 깨라는 압박감이 있었다. 자신감보다 모두 탈탈 털려 ‘아니, 좀 쉬자고..’가 절로 나왔다.


숨 좀 쉬자구요..



우리가 누군지에 따라 ‘목표'의 방향이 바뀐다.


우리의 실수를 이제는 너무나 잘 안다. 우리는 우리의 목표 속 괄호를 빼놓고 달렸다. 괄호 안에 든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아니면 우리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생략된 것일지 모른다. 그것은 바로 ((우리 브랜드다운))이다. 우리가 3억 뷰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 브랜드 채널을 통해 컨텐츠를 보는 사람이 많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는 사람이 많아지기 위해서였다.


많은 브랜드가 이런 실수를 한다. 더 많은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해, 좋아요라는 선택을 받기 위해 컨텐츠의 방향이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뻗친다. 하지만 그럴수록 브랜드의 진정성을 낮아지고, 굳이 그 브랜드가 아니어도 된다. 고객들은 그 브랜드에서 진짜 얻고 싶은 걸 얻지 못하였기에 이탈한다. 우리 팀은 쓴 축배를 마시고 새롭게 정비하였다. 나 또한 조직에 정말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였다.


많은 조직이 당장의 성과를 위해 일단 달리는 경우가 있다. 그것 또한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그 넥스트를 고민하는 사람은 분명히 필요하다. 우리가 되고자 하는 것,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한 방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우리 브랜드 다움을 놓치지 않고 끌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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