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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미티 Apr 29. 2022

‘다움’을 정의하기 시작하다

체대생, 스타트업에 가다-6 (부제 : 워크샵을 통한 다움 뽀개기)



‘체대생, 스타트업에 가다’ 컨텐츠와 이어지는 시리즈입니다!

이전 컨텐츠 보러가기 > https://brunch.co.kr/@ruahmitty/25 ​




일의 기준이 없다.!

회사의 마케팅팀 속 에디터들은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많은 컨텐츠를 만들어갔다. 그때마다 ‘이런 컨텐츠를 우리가 하는 게 맞나?’, ‘이게 우리 다운 건 가?’라는 질문을 연속적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머릿속에만 떠다니는 ‘우리 다움’은 실체가 없었기에 기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우리답다는 게 뭔데?’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컨텐츠라면 왜 우리가 해야 할까? 우리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컨텐츠, 제품,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걸까? 무척 철학적이지만, 이러한 기준이 없다면 매번 헷갈릴 듯했다. 우리는 우리를 가장 잘 알아야 했다.



이러한 고민이 들 때쯤 팀이 분리되었다. 팀의 규모도 커지고, 목표도 세분화되며 컨텐츠 마케팅팀과 퍼포먼스 마케팅팀이 나뉘었다. 컨텐츠 마케팅팀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으로, 퍼포먼스 마케팅팀은 마케팅팀으로 분리되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이 된 멤버는 나까지 포함해서 총 4명. 거의 10명이 넘어가던 팀원에서 다시 정예 멤버가 되니 몸이 가벼워진 듯했다. 나는 ‘우리 다움'에 대한 고민을 안고 팀원들과 워크샵을 가자고 제안했다.



워크샵은 공기 좋고 조용한 인왕산 부근으로 떠났다. 숙소는 정갈하고 깔끔해서 이야기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우리는 첫 번째 아젠다부터 꺼냈다. 브랜드 다움. 우리답다는 건 무엇일까? 지금까지 우리가 했든 슬로건들을 꽉 펼쳤다. 그 당시 우리 안에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많아 슬로건과 태그라인, 핵심 키워드 등을 혼잡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메시지들의 위계질서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 안의 키워드를 정리하는 시간

가장 먼저 우리 브랜드 존재 이유를 적었다. 어떤 브랜드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적지만 그건 오직 나를 위해 존재할 뿐이다. 브랜드가 존재하기 위해선 그 브랜드의 가치, 제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필요하다. 우린 그 고객들에게 우리만의 고유한 것을 주어야 하며, 그것이 우리 존재의 이유와 닿는다.


그 뒤, 그 존재 이유를 고객들에게 전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미션을 나열했다. 만약 우리 고객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에게 진정한 다이어트 목표를 설정할 수 이도록 돕고 다양한 미디어의 유행하는 정보에 흔들리지 않도록 방향을 제시해주며, 신뢰도 있는 컨텐츠를 통해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우리의 필요성과 실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걸 달성했을 때 우리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하여 작성했다. 그것은 시장에서의 리더십일 수도 있고, 변화가 필요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포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비전'의 역할은 함께하는 공동체의 가슴을 뛰게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진행한 건, 잘하는 브랜드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컨텐츠 마케팅의 성격이 강했던 팀이었기에 소위 ‘잘하는 브랜드'들은 어떠한 메시지를 어떠한 방식으로 전하고 있는지 각자의 생각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을 각각의 키워드로 다시 묶었다.

다양한 브랜드의 메시지 방식

- 커뮤니티

- 진정성 있는 브랜드 메시지=일관성

- 제품에 대한 리스펙=제품 팁

- 콜라보레이션


마지막으로 그 키워드들을 우리 브랜드는 잘하고 있는가 질문하였다. Yes와 No, 0%에서 100%까지 다양하게 점수를 매겼다. 그다음 큰 전지를 활용하여 하이어라키를 그렸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비전과 미션 그 안의 슬로건, 그것을 가장 잘 전달하기 위해 우리 팀이 해야 하는 역할까지.




브랜드 다움, 팀 다움, 나 다움

이런 정리를 끝내니 브랜드 다움과 팀 다움이 정리되었다. 결국 이건 우리의 역할이자 본질이었다. 우리가 꼭 해내야 하는 일들과 존재해야 이유였다. 워크샵의 굵직한 주제는 1)브랜드 다움 2)팀 다움 3) 나 다움을 나누는 것이었는데, 브랜드 다움과 팀 다움을 끝내니 저녁 11시가 넘어갔다. 생각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과열된 토론을 계속하다 보니 모두 지쳐 있었다. 패기롭게 산 술은 너무나 많이 남아있었고, 11시부터는 필기 금지, 녹음 금지로 나 다움을 나누기로 하였다.



각자의 나 다움을 팀원들과 나누다 보니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고, 각자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되기도 했지만 즐거웠다. 문득 팀원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워크샵에서 나는 질문하는 사람이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해요?’, ‘이건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등. 그러면 팀원들이 ‘우리 브랜드는 이거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면..’이라며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해줬다. 이야기를 듣고 나는 다시 정리하고 그림을 그렸다. 내 회사도 아닌데 이 사람들은 하루 종일 이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만 하였다. 그것도 진심을 다해 고민하고 서로 피드백을 하면서.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아주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겠지만, 이렇듯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고민하는 팀원들, 동료들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몇 년이 지났지만 나에겐 아주 강렬한 기억이자 행복했던 순간들로 기억된다. 내가 더 좋은 고민을 할 수 있도록 옆자리에 있어 준 동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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