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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미티 Jun 27. 2022

무언가의 탄생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체대생, 스타트업에 가다-8 (부제 : 만든게 가이드라면..더더욱.!)

많은 사람이 ‘브랜드 가이드’의 필요성을 느낀다. 브랜드 가이드는 오늘 인스타그램에 올라갈 컨텐츠를 만들 듯 속도감 있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조직의 핵에 가까운 곳까지 내려가  조직의 존재 이유, 달성해야 하는 꿈, 핵심적인 가치,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비주얼 시스템 등을 하나하나 정의해 나가는 일이다.



이 과정은 꽤나 진지하고 오랜 시간 고민, 다양한 조직 관계자들과 싱크를 맞춰 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브랜드 가이드를 내부에서 제작하다 보면 가이드를 제작하는 TF는 몸과 정신이 너덜너덜 해지곤 한다. 그리고 나지막이 “브랜드 가이드 만들면 진짜 끝이야..”라고 읊조린다.





미안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도 브랜드 가이드를 만들고 출산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 ‘와! 이제 탄생했다. 그러니 이제 좀 쉬자!’

애석하게도 브랜드 가이드는 완성된 직후부터가 본격 시작이다. (출산 이후, 육아 시작이듯이..)



가이드가 조직 내에 잘 적용되려면 브랜드 가이드 TF는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리더들에게, 실무진들에게 왜 이러한 가이드가 만들어졌고,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세세하게 알려줘야 한다.


이러한 과정 중에는 무척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가이드의 부재가 있거나 가이드가 아예 적용이 어려운 부분도 보인다. 그렇기에 가이드는 계속해서 추가/수정되어야 한다.




가이드가 정답이 아니었다.

브랜드 가이드를 처음 만들었을 때 우리 조직은 가이드 = 법이라는 무언의 약속이 생겼다. 처음에는 주관적으로 결정하던 것들이 가이드를 따르며 시간을 단축시켰다. 예를 들어 “우리 서비스를 뭐라고 설명해야 해?”. “여기에 이 컬러나 폰트를 써도 되나?” 하는 것들이었다. 원하는 컬러를 사용하기 위해선 브랜드 가이드를 클릭하여 가이드 속 컬러칩을 찍으면 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팀원들은 답답해했다. 가이드의 범위는 너무나 좁고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가이드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브랜드 가이드 안에 없는 컬러는 사용을 하지 못하였고, 디자인 그래픽은 진화가 없었다. 고객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다양한 컨텐츠를 제안하는 게 강점이었던 회사가 매번 똑같은 룰을 따르느라 새로운 시도를 못하였다. 이미지를 제작하는 디자이너는 막막함을 느꼈고, 컨텐츠 효율을 보는 마케터는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조직의 성장에 따라, 성장하는 가이드

우리는 브랜드 가이드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상위 코어 밸류를 고정한 채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추가하였다. 가이드 수정이 필요한 부서의 실무진들과 스몰톡을 하며 문제를 수정해 나갔다.



가이드는 절대 ‘법’이 아니다. 안 지키면 총살이 나는 그런 일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지켜야 하는 룰이다. 축구 경기의 룰과 같이. 축구의 룰은 전 세계적으로 같다. 선수들은 이 룰 안에서 각자의 크리에이티브한 기량을 뽐낸다. 만약 이 룰을 어길 경우? 옐로카드 경고가 들어간다.



어떤 조직에선 처음부터 완벽한 가이드를 만들 수도 있다. 애플의 경우, 스티브 잡스가 처음 잡은 애플 스토어의 가이드가 현재까지도 이어진다고 한다.(디테일은 변해 가겠지만) 하지만 가이드는 시기에 따라, 회사의 성장에 따라, 조직의 구성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그 시기에 맞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 브랜드는 어떤 시장과 환경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정의하는 일이 가장 첫 번째일 것이다. 이제 브랜드 가이드를 만들고자 하는 회사든, 브랜드 가이드의 디테일을 높여가는 회사든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결국 ‘자신’ 즉, 우리 ‘조직’을 가장 잘 아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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