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무물 | 다섯 번째 이야기
지난 소소한 무물로 키티언니에게 ‘나를 닮은 영화/드라마 속 캐릭터'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저 스스로도 ‘내가 되고 싶었던 캐릭터가 있던가’ 생각해 보았어요.
근데 이거 꽤나 어려운 질문이었네요. 영화를 안 보는 건지,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봐서인 건지 떠오르지가 않아요.
이래서 꾸준히 기록을 남기는 게 중요한가 봐요. 영화에서 찾기 어려워 드라마를 떠올려 보았어요. 그러자 바로 떠오르는 드라마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www’. 저는 이 드라마를 참 좋아했어요. 제가 일하는 치열하고 해내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한 환경과 캐릭터가 참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그중에서도 저의 최애 캐릭터는 차현! 할 말을 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언제나 이런 성격을 갖고 싶었어요. ‘아, 일단 다 오케이인데 내가 납득이 안 간다고.’라며 자신의 의견은 물러서지 않고 내뱉고야 마는 사람. 근데 배타미가 또 맞는 말 대잔치를 한다? 그럼 인정하고 따르는 피드백 수용성까지.!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갖고 싶은 성격의 소유자인 차현을 저는 부러워했어요.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보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배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합을 맞춰가는 든든한 동료까지 있으니까요.
영화는 어떨까요? 곰곰이 생각을 해봅니다. 우선 제 캐릭터 자체가 앞서 차현과는 다르게 내성적이고 가끔은 할 말 못 하고 ‘참는 게 이기는 거다'’라는 정신 승리 멘트로 하루를 보낼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 캐릭터와는 ‘정말 나랑 비슷한데.?’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입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는 소심하고 공상이 많은 주인공이 일상을 살아가다 하나의 사건을 맞이하며 결국 자신의 상상을 현실에서 마주하고 보다 성숙한 스스로를 만들게 된다는 이야기예요. 저 또한 현실보다는 머릿속에서 다양한 상상을 하며 지내다 보니 주인공 ‘월터 미티’는 저에게는 하나의 아이덴티티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루아미티인거죠. 영화 속 월터처럼 상상뿐인 이야기들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어서요.
키티언니는 어떤가요? 제가 아는 키티언니는 할 말은 하고, 호불호가 강하며 문제를 딱- 찾아내고 해결책은 ‘글쎄’라는 말을 시작으로 솔루션을 뾰로롱 만들어내는 분이었어요. 만약 키티언니가 영화 또는 드라마 속 캐릭터였다면 명대사는 “야,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였을 거 같단 말이죠.
제가 보는 키티언니는 이런 사람인데, 키티언니가 보는 스스로는 어떤 캐릭터일지 너무 궁금합니다. 사실 제가 생각하는 저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제가 달라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그런데 유독 키티언니는 저를 제가 생각하는 그대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툭툭 해주는 조언에도 심하게 움찔거리나 봐요. 우리 엄마만큼 나를 아는 사람이라니..?!라고 또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아, 키티언니지.’라며 안심합니다.
그럼 이번 소소무물도 기대할게요.
먼저 미티님과 비슷하다 생각한 캐릭터는 있습니다. 일드 '중쇄를 찍자'에 주인공 '쿠로사와 코코로'입니다. (TMI: 원작은 만화책이었고요. K-드라마 '오늘의 웹툰'으로 리메이크됐었습니다.) 주인공은 검블유의 차현처럼 유도 선수 출신입니다. 긍정 에너지가 찰랑이고 인내심 강하며 일을 완수하기 위해 끝까지 방법을 찾는 노력이 미티님과 닮아 있어요.. 쿠로사와는 다소 무대뽀이긴 하지만..
다음으로 넘어가 나와 닮은 캐릭터라.. 글쎄요. 씹고 뜯고 물고 빠는 평가는 많이 했어도 ‘나와 정말 닮았어!’했던 캐릭터는 없어서 번뜩 떠오르지는 않네요. 미티님이 생각한 제 캐릭터는 (말씀하신 대로) 제가 생각하는 캐릭터와 차이가 있네요. 함께 일하던 시절에 저는 광고대행사 물이 덜 빠진 시니칼 대마왕이었으니, 그럴 만합니다. 할 말 다 한다는 얘기를 다른 분께도 들었으니 받아들여야 하..겠죠?
뾰로통한 면은 인정하나, 뾰로롱 해결사는 정중히 거절합니다. 해결책은 제가 아니라 말하는 분께서 냈거든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문제가 뭔지, 답이 뭔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어요. 전 그저 솔직해지라고 부추기는 것뿐이에요. 방황하는 주인공 옆에서 훈수 두는 언니, 친구, 동료 캐릭터에 가까운 건 맞네요.
닮은 캐릭터 대신 반해버렸던 캐릭터로 답해 보겠습니다. 미티님처럼 나와 비슷하면서도 내게 없는 능력과 마인드를 가진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끼곤 해서요. 저를 한눈에 사로잡은 캐릭터는 바로, 왕좌의 게임의 '올레나 티렐'입니다.
별명은 '가시 여왕'. 왕국 최고의 독설가이자 보기 드문 여성 책략가입니다. 손에 쥔 권력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무뢰한들이나 우물쭈물하며 여럿을 힘들게 하는 무쓸모자들을 대놓고 조롱합니다. 반면,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동성애자 손자를 감싸고, 신하들에게 휘둘리는 여왕을 지지하고 실질적으로 도와주기도 해요.
급한 성미로 욱하는 편이나 은근히 눈치도 많이 보는 성격인데요. 올레나 티렐의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확고한 태도와 이를 굳건히 지켜나가는 강철 멘탈을 닮고 싶어요. 요즘 '나부터 잘하자. 나부터 잘 지키자. 그리고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라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 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