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 있나요?

소소무물 | 여섯 번째 이야기

by 루아 미티



키티언니

‘자존감’이라는 키워드는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여전히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저도 시류를 놓치지 않고 자존감에 대해 자주 이야기 나눴던 것 같아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자존감에 대해서 말이죠. 정작 내 자존감은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었어요. 어이없게도.


뭔가 자존감이 '높아' 내지는 '낮아'라고 판단하거나 공표하는 것이 민망하게 느껴져 아예 한편에 제쳐놓았다고나 할까?


그러다 문득, ‘자존감이 높다는 건 뭘까?’ 생각하게 됐죠. ‘내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의 관점이라면 가깝다면 높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를 좋아하는가?’ 하는 자기애에 따른 기준이라면 낮다고 해야 해요. 저는 저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요. 미워했던 건 아니에요. 그저 저를 이룬 것들이 아쉬웠어요. 외모도 공부도 성격도 능력도 어찌어찌 중상은 해도 일등은 아니니까.


출중하지 않아서 좋아하지 않았어요. 뛰어나고 특별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여겼나 봐요. 그런데 내가 출중한 사람들만 좋아했냐? 생각해 보면, 놉! 전혀 아니에요. 남들은 모자란다고 못났다고 모가 났다고 해도 제가 좋아하면 그저 좋았어요. 사랑이란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이 다 좋다는 믿음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좋아하듯, 나를 좋아하기로 했죠. 마음먹는다고 바로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시도하고 있어요. 먼저, 거울을 흘깃거렸어요. “그래, 코가 작긴 해도 높은 편이야. 웃을 때는 이렇게, 이렇게 인디언 보조개도 파이고 자연스럽게 활짝 웃잖아.” 웃는다고 하니 또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난 유머러스하잖아. 시니컬하긴 해도 너스레도 늘었고 말이지. 재미있는 사람, 얼마나 매력적이냐? 난 내가 웃겨서 좋더라.” 오글거리긴 해도 은근 효과 있었어요. 점점 내가 마음에 들고 있거든요.


미티님은 어떤가요? 미티님이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치타미티

저는 지금 스페인입니다. 갑작스러운 출장을 왔네요. 빨리 적응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시차는 엄청난 피곤함으로 답을 주고 있어요. 벌써 2번이나 저녁 식사 시간에 늦었답니다. 예전과 같은 체력이 아닌가 싶어 조금 슬퍼지고 있어요.


여기는 오후 10시 23분이에요.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5시 23분이네요. 피곤하지만 소소무물 메일을 확인하고 싶었어요. 키티언니의 글과 질문을 보니 답장을 하고 싶은 욕심에 졸린 눈으로 메일을 씁니다.



사실 저는 다른 사람의 자존감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이 없었던 거 같아요. '저 사람은 저렇구나',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정도였죠. 친한 친구들이 깊숙이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을 때면 묵묵히 듣고, 고민에 대한 저의 생각과 위로를 남겼었어요. 하지만 제가 궁금하고 관심 있는 건 언제나 저였죠.


저의 자존감은 생각보다 체형과 관련이 싶어요. 스스로 관리되어 있는 거울 속 모습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졌다 내려갔다 하는 편이에요. 단순히 '나는 살쪘어'라는 생각이 아니라 살이 쪘다 = 스스로를 관리 못했다 = 나는 나를 컨트롤 못하는 사람인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져요. 예전에 어디선가 이런 문장을 보았거든요.


'자기 스스로도 컨트롤하지 못하는 사람은 무엇도 달성할 수 없다.'


생각보다 빡센 문장이지만 저는 어느 정도 납득했나 봐요. 저 문장을 온전히 믿고 원하는 대로, 원하는 체형대로, 원하는 컨디션대로 저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힘썼어요. 그게 꾸준한 운동의 이유이기도 해요.

'나는 나를 컨트롤할 수 있다'라는 마인드는 태도에 보이고, 그 태도에는 꽤나 큰 자존감, 자신감을 만드는 듯해요. 이 태도는 운동 외에 일과 삶,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또 다른 무언가를 꾸준히 하게 하는 힘이 되더라고요.


자기 효능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을 때 '과제를 끝마치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라고 나오더라고요. 저는 운동으로 스스로와의 약속을 만들고, 지켜요. 그리고 그 약속을 미루지 않고 해낸 스스로에게 엄청나게 긍정적인 평가를 주는 듯해요.


동전의 양면처럼 이런 긍정적인 면은 단 하루라도 운동을 빠트리거나 게으름에 살이 찌면 확 낮아져요. 운동 외에 스스로와 약속한 영어 공부 등을 안 하는 모습을 보면 자존감이 낮아져요. 저의 자존감은 자신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요즘은 아주 낮은 목표를 주고, 성취의 박수를 크게 쳐주며 자존감을 지키는 중이랍니다.



이번 출장에서도 '매번 해외에 나올 때만 영어에 대한 필요성과 다짐을 하는 스스로가 한심하다'라는 생각이 스스로를 괴롭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위로를 남기고 있어요. (정신 승리의 한 편이죠..)

지금 이 글도 무슨 정신으로 쓰는지, 초안을 워싱 없이 [보내기] 버튼을 누르는 건 아닌지 걱정되지만 일단 이번 주의 소소무물을 남깁니다.

이렇게 쓰다 보니 연결되는 질문으로 키티언니가 가지고 있는 신념? 나와의 약속과 같은 문장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RE: RE: 키티언니

잘 융화하고 다양한 사람들 수용하고 꾸준함을 가진 미티도 물론 좋아해요.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티의 모습은 약간은 작지만 호기심에 눈을 반짝일 때에요. 몇 년에 지나도 그 눈이 변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영어는 평생 숙제는 내년부터 합시다 ㅋㅋ 몸 건강히 출장 잘 마무리하고 오십셩�

이전 05화나를 닮은 영화/드라마 캐릭터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