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으로 살아온 것에 후회한 적 있나요?

소소무물 | 네 번째 이야기

by 루아 미티



키티언니

오늘은 제가 먼저 질문을 던집니다.


‘모범생으로 살아온 것을 후회한 적 있나요?’


“아뇨! 저는 모범생이 아닌데요.”라는 답변은 거부할게요. 학교 다닐 때나, 회사 다닐 때나 협조적이고,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열심히 한 거 다 알거든요. '반항도 해봤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나름에 반항인 거.. 아시죠?


투덜이+시니컬 만랩인 저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모범생 인생이었습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말 잘 듣고 공부도 상위권 축에는 끼어서 야단 들은 적도 거의 없었어요. 대학을 가고 회사를 들어가도 마찬가지였어요. 말대꾸는 왕왕했어도 끝끝내 시키는 일 다 하는 직원이었거든요.


3n 년이 지나니 이놈의 모범생 설정이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못 해도 되고, 늦어도 되고, 달라도 되는데 뭘 그리 전전긍긍했을까 하면서.



원하는 일을 찾아 퇴사와 이직을 반복했어요. 모범생의 삶과 다른 결로 비칠 수 있으나 그것 또한 모범생 같은 생각이었어요. '마케팅을 한다면, 대기업이나 종합광고대행사에 가봐야지.' 이런 식으로 정답을 정해놓는 방식이요.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면 좋은 거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죠. 목표를 세운 것이 아니라 정답을 맞히려 했었기에 정답이 되지 못한 직장에서 일했을 때 실패했다고 느꼈어요. 그 어떤 배움도 얻지 못했죠. 충분히 배우고 얻을 수 있었는데도 말이죠. 다만 직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정답을 요구했어요. 시험처럼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좁은 시야로 인생을 걸어가니 외줄 타기 하듯 위태로울 수밖에요.



실패와 질책이 두려워 도전 자체를 꺼려하던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제 답답한 정답에 갇혀 한 뼘도 성장하지 못했어요. 주변에는 그럴듯한 말을 하면서 저와 다른 사람들을 속였어요.


그러다 조금씩 저의 옹벽에 균열을 낸 사람들이 만났습니다. 한 순간에 탁 깨어지진 않았어요. 시나브로 그들의 호기심 가득한 물길에 용해된 것 같아요. 미흡한 부분을 숨기지 않고, 시도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고, 애정을 감추지 않는 모습. 세상의 정답이 아니라 자신의 답, 다른 사람의 답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에 물들어 갔습니다.


그 좋은(?) 물이 든 저는 스토리를 써보겠다며 회사를 떠났죠. 다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모범생을 벗어난 시간이 좋은 과정이 되었어요. 정답을 맞히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다른 시야를 만드는 경험으로 조금 더 넓게 보게 됐고, 조금 더 겁이 없어졌습니다.






정확히 제가 쓰려고 했던 말을 미리 하셔서 조금 당황스럽네요. (이미 글을 써뒀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을 하자면, 저는 정말 모범생이 아니에요. (아..이 뻔한 답) 주변에 열심히는 하지만 뭔가 아쉬운 친구들이 있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네, 바로 제가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모범생의 기준은 일단

1) 공부를 잘한다.

2) 부모님들 사이에서 ‘엄친’ 키워드가 붙는다.

3) 자신만의 목표가 있고 꾸준히 이뤄간다.


이 3가지를 부합하므로 다른 이들에게 '모범'이 된다. 그러하여 모범생이라 부른다. 이 공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저는 1번부터 조건이 부합되지 않아요. 공부를 잘하지 못했고, 못하거든요. 요즘의 저를 보자면 영단어 하나도 몇 번 반복하여 읽고 쓰고 말해도 인스타그램 한 번만 보면 도무지 기억나지를 않아요. 이런 저를 마주할 때면 얼마나 한심스러운지 말도 못 해요.


2번인 부모님들 사이에서의 ‘엄친’ 키워드는 엄마의 이야기도 들어봐야겠지만, 저에게 들리는 건 엄마의 엄친아, 엄친딸 이야기들 뿐이기 때문에 (엄마 친구분들의 자제들은 어떻게 다 카카오에 들어가서 일하고 있는 걸까요) 저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져요.


3번의 경우, 중학교 시절 알았던 친구 이야기예요. 저에게 그 친구는 모범생 중 모범생이죠. 중학교 때부터 꾸준하게 전교에서 1, 2등 하며 국제 외교 쪽에서 일하고 싶어 했어요. 수업이 끝나면 저는 운동장으로 훈련을 가고, 그 친구는 바로 독서실을 향하여 갔죠. 오랜 시간이 흘러 다른 친구에게 그 친구 소식을 들었어요. 꾸준히 공부하고 대학원도 가서 좋은 논문을 쓰고 현재 외교 쪽에서 일하며 잘 살고 있다고요.



모난 곳 없이 사람들과 어울리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모습이 모범생으로 보였다면, 저는 그냥 쫄보 같아요. 제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루아 미티인 이유도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 속 주인공 ‘월터 미티’에서 따왔다는 사실 아시나요? 소심하고 걱정 많지만, 공상만 가득한 어른. 제가 딱 그런 모습이에요. 영화 속 월터 미티는 자신의 공상, 상상을 결국 자신의 현실로 만들어요. 저도 그런 모습을 꿈꾸고 있어요. 단조롭고 규칙적이며 누군가는 좋게 말해 건강한 자기 관리를 유지하는 삶에서 새로운 모험과 현실을 잠들기 전, 언제나 꿈꾸고 있거든요.


영화 속 주인공을 맡는다면 모범생 캐릭터보단 매력을 품고 있는 반전 있는 성장형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처럼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스스로 만든 틀을 깨기 위해선 아주 힘들겠지만 해봐야죠 뭐.


문득 궁금해지네요. 키티언니가 만약 영화 속 주인공이라는 어떤 영화의 어떤 캐릭터에 가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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