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요?

소소무물 | 15번째 이야기

by 루아 미티
치타미티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난 걸까요?

시간은 게으름도 없는지 열심히 자기 몫을 하듯 흘러가는 듯해요. 벌써 2월의 중순. 특히 2월은 금방 끝나는 기분인데 말이죠. 요즘 들어 친구들이 여행을 많이 떠났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여행, 너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지만, 과거의 나를 보며 ‘아, 나도 이때쯤 거길 갔었군'하고 되짚어 봅니다.

키티언니의 교토는 어떠셨나요? 요즘 노래를 부르던 여행지가 교토였기에 너무너무 부러웠어요. 저는 동생의 공부가 얼추 끝나는 4월에 여행을 계획 중이에요. 이런 시간은 왜 이렇게도 더딘지 몰라요.


구글에 로그인할 때마다 이메일과 구글 드라이브 용량이 가득 찼다며 저에게 잔소리를 해요. 그래서 구글 사진에 있는 사진을 우다다 정리했답니다. 자동으로 연동시켜뒀더니 저도 모르는 꽤 많은 사진 기록이 남아 있더라고요. 22년 스페인 출장을 빼면 19년의 포틀랜드 여행이 마지막 해외여행이었어요. 사진을 돌아보니 그때의 전 설렘과 긴장감 가득한 얼굴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아주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겠다고 찍어놨던 사진들을 보며 ‘아, 이래서 이거 찍어놨었는데!’라며 기억이 소환되더라고요.


사진들을 돌아보며 23년에는 보다 많은 곳을 다녀야겠다 생각했어요. 새로운 곳도 너무 좋지만, 너무 좋았던 그 여행지를 다시 방문하고 싶더라고요. 키티언니가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베를린의 미테 지역이었어요. 자유로움이 가득했고, 작은 가게들에서 만난 사람들과 물건들은 영감이 가득했거든요. 아주 작은 문구 편집샵이었는데, 제가 들어가니 눈인사 외에 관심도 안 가주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왔으니 맘껏 구경해. 나는 내 일 좀 더 하고’라는 태도였달까요? 그런 모습들에서 ‘나도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겼어요. 나만의 큐레이션 샵을 만든다면 어떤 걸 담아야 할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뭘까, 어떤 사람들이 왔을 때 이 즐거움을 함께 공유할까 라는 상상을 마음껏 하는 시간이었어요.


이 추위에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겠다고 앉아 있던 사람들과 소시지에 시큼한 양배추,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끝내는 저녁 식사까지. 베를린에는 이상한 자유로움이 있었어요. 이런 적도 있었어요. 창문을 통해 각자의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네모난 방에 굳이 모서리 쪽 책상을 배치하여 일을 하는 사람, 2층 침대 끝에 걸쳐 앉아 노트북을 하는 사람, 친구와 큰 종이를 펼쳐 놓고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까지. 그들의 일하는 모습에서 ‘나도 얼른 한국에 가서 나의 일을 시작해야지. 저렇게 멋진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동기부여까지 얻었답니다.


나에게 일상적인 모습이 누군가에겐 멋진 영감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여행을 통해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인지 여행의 소중함을 최근에 더욱 떠올린답니다.

키티언니가 다시 가고 싶은 도시가 궁금하네요. 거기서 얻은 작지만 소중한 영감들도요!




키티언니


미티님 덕에 오랜만에 구글 포토에 있는 묵은 사진들을 보며 추억 여행을 떠났습니다. 별로 지난 것 같지 않은데 벌써 5~6년이 지난 사진이 수두룩해서 놀라울 따름이에요. 20년 초에 치앙마이를 예약했다가 취소한 이래로 해외여행은 가질 못했어요. 초반에는 답답함이 치솟았다가 2년 정도 지나니 그 마음도 사그라들었어요. 아하, 아니었나 봅니다. 사진 보니 ‘언젠가…’하면서 품었던 나라부터 또 가고 싶은 도시가 드글드글하네요.


그리 많은 도시를 여행하지 않았지만, 포틀랜드와 하와이는 또 가고 싶어요. 미티님이 포틀랜드에 2주 살기 하러 갔을 때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새로운 시작은 교토로 끊고 싶어요.


교토는 저에게 제대로 쉬는 법을 알려준 도시입니다.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갔지만 그렇게 쉬진 못했어요. 시차 적응도 해야 했고, 물질은 몇 번 하지도 못했고, 결혼식에 와주신 분들께 선물도 사느라 바빴거든요. 물론 저희 쇼핑도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휴양지를 간다고 쉬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교토로 여행 간 첫날, 온천이 있는 료칸에 머물렀습니다. 목욕하고 낮잠 자고 간식 먹고 창밖 풍경을 멍하니 보았습니다.

저녁 먹고 남편과 소소히 이야기하다 곯아떨어졌어요. 어떻게 잤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푹 잤어요. 다음날, 아침 먹기 전 산책을 나섰습니다. 비 온 다음 날이라 공기가 정말 청량했어요. 폐를 새로 갈아 끼운 느낌마저 들었죠.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쉬고 나니 다음 여정이 수월했어요.


사진보다 훨씬 좁은 호텔방도 참을 만했고, 리뷰보다 맛없는 참치 덮밥도 먹을 만했습니다. 대나무보다 사람이 더 많은 숲길도 웃으면서 걸을 수 있었어요. 평소라면 툴툴거리도 남을 만한데도요. 다음 일정에 연연하지 않고 길에 걸터앉아 강을 보고, 진한 커피를 마시고, 거리에서 도넛을 먹었어요.


다녀와서도 한동안 교토에 또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계속 곱씹는 에피소드는 없었어요. 기억보다 좋은 감정이 남은 여행지였어요. 교토에서 충전한 에너지가 그 어떤 보약보다 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녀왔습니다. 교토. 이번에는 친구들과의 여행이라 또 달랐지만, 찐하게 충전하고 왔습니다. 한동안은 잘 버틸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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