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소소무물 | 14번째 이야기

by 루아 미티
키티언니



오랜만에 예전 회사 상사였던 팀장님을 만났습니다. 저의 업무 스타일을 꿰고 계시죠. 일할 때 제 강점을 끌어올리고, 약점은 보완할 수 있도록 ‘하드’ 트레이닝을 시켜주셨었어요. (팀장님은 ‘소프트'라고 하시지만)


서로의 근황을 나누다가 '소소무물'을 이야기했더니, 팀장님이 고개를 마구 주억이며 말씀하셨어요.


"잘했다. 넌 팀으로 해야 해."


혼자서도 알아서 잘하는 편이라 생각했었기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몇 분 후, 무릎을 탁! 쳤어요. 팀장님의 설명은 이러했어요. 전 호기심도 많고 아이디어도 좋은데 뒷심이 약하다고. 혼자 하면 얼마 못 가니까 푸시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죠.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네, 저는 미션을 알려주면 혼자서 알아서 해오는 타입이었습니다. 일이 어려워도 밀어붙이는 사람이 있으면(예로, 그 팀장님) 어떻게든 해갔어요. 없는 미션을 만들진 못하지만, 있는 미션은 해치우고 마는 성미라서요. 보기보다 수동적입니다.


팀장님과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습니다. '내게 필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일을 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필요한 사람이 우선이니까요.


1. 다이너마이트 형: 계획만 세우다 끝나지 않게, 일을 확! 터뜨려버리는 사람. 물론 약간의 시장 조사를 겸하는 센스는 필수.


2. 물레방아 형: 업무 루틴을 정리하고 꾸준히 지키는 사람. 때로는 지겹게 느껴져도 본업을 거르지 않는 우직함이 포인트.


3. 허들 형: 자신감 70%+두려움 30%의 미션, 지치지 않을 정도의 데드라인을 제시하는 사람. 계속 넘어야 하는 것이 함정.


미티님은 물레방아 형. 말로 푸시하지 않아요. 언제나 먼저 글을 보내는 행동파라서, 역시나 저를 움직이게 합니다.


누군가 일을 벌이면 수렴형인 저는 견디지 못해요.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말죠. (살살 긁어 자극하면 넘어가는 사람이 나야 나.) 저는 제 의지를 믿지 않습니다. 대신 시스템을 믿어요. 좋은 동료와 프로세스를 이기는 의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티님은 어떤가요? 어떤 사람이 성과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주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꽤나 '팀'이 잘 맞는 사람이에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운동선수였을 때의 경험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치타미티

제가 중학교 때부터 했던 육상이란 스포츠는 개인 종목이 꽤 멋진 종목이죠. 특히 단거리에서 100m는 육상의 꽃이라고도 불리니까요. 하지만 저는 개인 종목보다 단체 종목을 좋아하는 선수였습니다.


단거리에선 400m 계주와 1600m 계주가 속하죠. 400m는 4명의 선수가 100m씩 맡아서 달리고, 1600m 계주는 4명의 선수가 400m씩 달립니다. 각 주자별로 팀의 전략이 다르겠지만, 제가 달렸던 팀은 1주자는 대부분 스타트가 좋은 선수를 배치하고, 2주자는 가속도가 좋은 사람. 3주자는 부드럽게 코너링이 좋은 선수, 마지막 주자는 스프린터이자 위기에 강한 사람이 합니다.


저는 400m 계주와 1600m 계주 모두 1주자를 자주 했습니다. 스타트가 나쁘지 않았거든요. 개인 종목으로 100m를 달릴 때보다 계주로 1주자를 달릴 때 스타트가 좋은 선수랄까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가속도가 좋지도 않고, 코너링이 안정적이지도 않아요. 게다가 큰 위기에 손이 덜덜 떠는 선수였기에 마지막 4주자로 있을 땐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이렇게 선수 생활을 하며 저는 자연스럽게 팀으로 일하는 법과 저에게 필요한 사람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조직 생활을 하며 제일 즐거웠을 때의 팀 멤버는 공교롭게도 4명이었어요. 계주 시합 때와 마찬가지로요. 그때 저는 마음속으로 각자에게 계주 주자를 배정했었답니다. 스타트가 좋은 친구에게는 언제나 좋은 아이디어를 주는 기회로 1주자를, 안정적이고 꾸준한 친구에게는 2주자를 주었습니다. 저는 나름 안정적인 코너링을 맡았어요. 4주자는 프로젝트 결과에 엄청난 목표 의식이 있는 친구에게 주었어요. 육상 경기와 같이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주자를 바꾸기도 하였죠.


저에게 필요한 사람은

1)디테일이 좋은 사람

2)목적의식이 강하여 프로젝트 끝까지 집요하게 물고 뜯을 사람

3)일단 시작해 볼 사람이었어요.


이렇게 보니 도대체 나는 무슨 일을 하냐라고 생각해 보게 되네요. 저는 정리를 잘하고 why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능력인가 싶었지만, 최근 김민철 작가님의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을 읽으며 꽤 팀장으로 중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이때의 기억으로 ‘나는 개인보다 팀이 잘 맞는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정리하자면, 저에겐 위에 적어 둔 사람들이 필요해요. 좋은 팀으로 뭔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요. 그리고 이 팀이 에너지를 잃지 않고 달리기 위해서 필요한 사람이 한 명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최근 떠올렸습니다. 바로 경쟁자입니다. 경쟁자라는 존재가 나를 얼마나 자존심 상하게 하고, 집요하게 만드는지 알기에 최대한 멀리하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스스로의 징징댐을 무시하고 눈이 뒤집어져서 달리게 만드는 건 경쟁자더라고요. 다른 의미로는 같은 선상에서 자극을 주는 사람이고요. 요즘 저의 삶이 평온하게 느껴지기에 그런 존재가 더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 존재를 이기기 위해 똘똘 뭉치는 팀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도 알고 있고요.



키티언니의 질문으로 오랫동안 잊었던 팀의 소중함과 경쟁자를 통해 이 악물고 노력했던 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작지만 중요한 질문들이 가득하네요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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