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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흐 Sep 20. 2016

3.6.9 퇴사 욕구

단위는 '년'인가요 '개월'인가요?

2014년 10월에 일을 시작했으니 이제 3년이 꽉 차간다.

처음 회사에 들어와서는 이것저것 배우고 적응하느라 많이 바빴었다.

그래서 1년까지는 별 생각 없이 열심히만 다녔던 것 같다.


2년에서 3년 넘어가던 작년에는, 가슴이 너무 조마조마했더랬다.

3년차 계약은 실상 정직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연장 계약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3년차 계약을 하면서, 엄마아빠께 말씀드렸었다.


"이제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잘리지 않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


그런데 3년차가 되니 많은 생각이 든다. 

일은 항상 새롭고 어렵고 적응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회사 사정을 알게 되니,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하게 될 지 눈에 뻔히 보인다. 


매일매일 일을 하고 있고, 업계에서는 3년차면 그래도 일을 좀 안다고 인정받기도 하지만,  왜이렇게 일이 어려운지 모르겠다. 하면 할수록 나에게 재능이 있는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시장 사정이 어려워질수록 대우는 점점 더 나빠진다. 차라리 일이라도 잘하면 카타르시를 느끼면서 일에 몰두하며 다른 것들을 이겨낼텐데, 그것도 아니니 자꾸 탈출구만 찾게 된다. 


업무 일정은 항상 타이트하게, 업체와 일할 땐 돈은 가장 적게, 급작스러운 행사는 미리 알려주지 않고 동원하는 이런 상황을 겪고 있자면... 매일 야근하는 다른 회사보다는 훨씬 좋은 대우라고 위안삼으며 꾹꾹 누르던 탈출욕구가 샘솟는다.



이번 추석 때, 나보다 곱절은 더 많이 회사 생활을 했던 사촌 언니들에게 물었다.

"언니, 언제 힘든 게 찾아왔어?"

"나?  3개월?"


3.6.9가 '년'이 아니라 '개월'이었다. 나와 사촌언니는 박장대소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더 연차가 높은 언니가 말했다.


"그거 개월 아니야. 나는 3일, 6일, 9일이야. 아니, 사실 솔직히 말하면 매일!"


웃픈 현실. 매일매일 우리는 일을 견디며 살고 있다.



'일'이란, 내가 가진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돕고, 그 대가로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필요해서 마냥 돈을 벌어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을 하면서 가치관과 부딪치는 행동을 해야 하고, 아무런 즐거움이 없다면 돈을 벌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다짐했다. 


나에게 일은 돈보다는 사회적 효용, 가치관과 부딪치지 않는 선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급여도 고민이 된다. 


얼마 전, SBS에서 방영한 '요즘 것들의 사표'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너무 순종적이었던 것이 아닌가?

저 사람들이 너무 유별난 건 아닌가?

내가 너무 나의 한계를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에게는 용기라는 게 있는가?

나에게도 어른의 선택과 책임을 지는 일이 있는가?


물론 무작정 '사표를 쓰고 싶다!' 라는 건 절대 아니다. 

나의 일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은 것이다. 

고민 없이 계속 일한다면 나는 3.6.9가 년->개월->일 단위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매일매일 소중한 시간을 버리며 우울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요즘 보고 있는 참고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oazitXV4fBo

SBS '요즘 것들의 사표' 영상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세요 - 히노 에이타로 저, 이소담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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