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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흐 Jul 12. 2017

0712 오늘의 문장

눈먼 닭은 멀리 갈 수 없으므로 사람 가까이에서 맴돌고, 눈으로 살필 수 없으니 항상 두려운 마음으로 행동을 조심조심하며 끌어안고 감싸 주기만 할 뿐이다. 그러므로 힘쓰는 흔적은 보이지 않아도 병아리들은 저들끼리 알아서 먹이를 쪼아 먹고 자라난다. 무릇 병아리를 기르는 것은 마치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아서 교란시키는 것은 금물이다. 저 눈먼 닭이 그만한 지혜가 있어서 그리 한 것은 아닌데 방법이 잘 맞아떨어져 마침내 양육이 잘 이루어진 것이다. 사물을 기르는 방도는 한갓 먹이는 것에 달려있는 것이 아님을 이제야 알겠다. 통솔하되 제각기 제 삶을 이루도록 해야 하니, 그 요령은 오직 잘 인솔하여 잃어버리지 않는 것뿐이다. 나는 병아리 기르는 것으로 인하여 사람을 기르는 도리를 깨달았다.   

  

<성호사설, 눈먼 암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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