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그라데이션이다.

by 루안 RUAN

인생은 단색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각 단계마다 새로운 색이 스며들면서 부드럽게 이어지는, 마치 해질녘 하늘의 그라데이션과 같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흰색과 밝은 노랑, 젊음의 강렬한 빨강과 열정적인 주황색,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평온한 파랑, 보라색까지 내 느낌대로 한 사람의 인생이 상상된다.

치앙마이 여행을 하다가 들른 식당에서 금방 해 질 녘이 될 즈음에 아주 예쁜 그라데이션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 인생도 저렇게 물들어가는 모습이 아닐까? 뜨거운 태양처럼 빛을 직사광선으로 쏘며 열정을 불태우다가도, 어느 순간 열정이 잔잔해지면서 노을 진 후 다시 어두워지고, 그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나를 반기고, 또다시 아침이 밝아오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나이 들면서 태양이 사그라드는 것 같지만 이 모든 것이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는 여전히 빨강과 노랑이 섞인 시기를 살고 있다.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속에서도 조금씩 파랑, 보라색이 스며들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살아가는 이 순간은 여전히 아주 뜨겁지만, 점점 더 안정감을 더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럼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할까?


나이에 따른 라이프 사이클이 아니라, 그냥 '지금'이다.

우리는 종종 나이가 들면 열정이 사그라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젊은 시절의 열정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변한다. 오히려 요즘 대한민국의 젊은 2030들의 '쉬었음' 인구는 70만 명에 육박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미친 듯이 달려야만 성공할 수 있다" 또는 "엄청나고 대단한 일을 해야 한다" 는 강박에 갇혀 살다가 지쳐버렸는지도 모르겠다. AI시대, 이제 우리는 나이와 관계없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필연적으로 하게 되었다. 우리의 인생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일' 이라는 전형적인 틀에 대해서도 다시한 번 고민해봐야할 시기이다. 열정이 가득했다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쉼'을 추구하는 인생 전체의 사이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열정과 평온 사이의 두 세상을 살아가는 다채로운 삶을 토대로 나이와 얼굴이 조금씩 달라졌을 뿐, 이 과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즉, 인생은 단지 '현재'를 살아가는 매일매일의 반복일 뿐이다. 결국 죽음에 가까워지는 과정일 뿐이다.

"죽음은 우리에게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현재의 순간을 귀중히 여기도록 유도한다" - 스티브 잡스



도시와 자연, 두 세상의 그라데이션

인생은 마치 도시와 자연이라는 두 세상을 오가며 그려지는 그라데이션 같다. 젊음의 도시적인 열정은 내게 많은 에너지를 줬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밤늦게까지 소통하고, 자유로운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삶을 즐기던 순간들. 그리고 다시 속도감 넘치는 아침을 맞으며 숨 가쁜 일상을 반복하곤 했다. 하지만 그 열정 속에서도 가끔은 나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스며들곤 했다. 그럴 때면 자연과 함께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도심 속에서도 한강이나 공원 같은 푸릇푸릇한 공간들이 많다. 따뜻한 차 한 잔과 명상, 그리고 혼자만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모든 것을 감싸 안는 평온을 느꼈다. 그것은 아주 찰나의 시간들이었지만 마치 나를 조용히 보듬어주는 쉼표 같은 순간이었다.


젊음과 나이 듦은 따로따로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나이 듦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쉼과 열정을 조화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젊을 때는 쉬는 법을 두려워하지 말고, 나이가 들어서도 열정을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열정을 잃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조화롭게 그러데이션 하며 나만의 다채로운 컬러를 그려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7년 전 남미를 일주했을 때도, 지금 치앙마이를 여행하며 느끼는 감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밤에는 재즈바에서의 열정과 활기가 나를 채웠고, 때로는 미친 듯이 계획을 세워 일하며 그 계획대로 움직이는 성취감을 만끽했다. 하지만 외곽의 조용한 마을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순간들은 나에게 또 다른 진리를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바로 단순하게 '지금'을 살아내는 법이었다. 열정과 평온은 서로 다른 색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들은 부드럽게 섞이며 내 삶을 완성시키는 그라데이션의 일부였다.



당신은 열정과 평온 사이,
그 어디쯤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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