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고마운 제안을 하나 받았다. 한 분야으; 전문가가 써놓은 블로그 글을 다듬는 일이었다. 이미 잘 정리된 글이라, 한 편당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한 달에 4개. 재택근무. 말 그대로 꿀알바였다. 그랬던 내가 몇 달 뒤, 그 회사의 영상팀 리딩을 맡게 됐다. 블로그 글을 다듬던 사람이 어떻게 팀 리더가 되었냐고? 나는 그 이유를 ‘성실함’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실은 단순히 ‘정시에 출근하고 오타 없이 일하는’ 그런 성실이 아니다. ‘왜 이 일은 이렇게 굴러갈까?’ ‘조금 더 나은 방식은 없을까?’ 이런 질문을 멈추지 않고 던지는 태도. 구조에 관심을 갖고 흐름을 바꾸려는 자세. 그게 내가 말하는 성실이다.
이런 성실함은 위기의 순간에서 더 빛난다. 한창 그룹에 큰 위기가 찾아왔을 때, 회사는 TF팀을 꾸렸다. 처음엔 단순히 공지를 인트라넷에 올리는 업무만 맡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구조적 문제를 발견했다. 공지 시스템이 지나치게 분산되어 있다는 걸 파악하고, 통합 구조를 제안했다. 공문의 말투 대신 임직원의 감정을 고려한 메시지를 만들었고, 디자인과 구성도 손봤다. 며칠 뒤, TF팀장이 내 자리에 내려와 이렇게 말했다.
“다음 주부터 10층으로 올라와 함께 근무합시다.”
그 순간부터 나는 모든 TF 회의에 참석하게 됐다. 조직개편, 리더십 교체, 매각 등 무거운 주제들이 오가는 자리에서, 나는 실무자로서 그 흐름을 기록하고 메시지를 정리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필요한 틈을 발견하고 채웠을 뿐이었다.
성실함은 주어진 일을 깊이 관찰하고, 구조를 읽고, 더 나은 흐름을 만들어가는 태도다. 그리고 그 태도는, 반드시 다음 기회를 만든다.
editor 큐
10년간 회사를 위해 글을 쓰다, 다음 10년은 나와 가족을 위한 글을 쓰기로 했다.
글로 먹고사는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도전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