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를 가면 프론트나 객실에 고객 서비스 만족도 평가지가 비치되어 있다. 대부분은 무심코 지나치겠지만, 나는 그 평가지를 들여다보고 짧게라도 작성하는 습관이 생겼다. 흔한 평가지에서 시작된 계기가 호텔리어에게, 그들의 동료들에게 어떤 영향으로 이어지는지 경험한 덕분이다.
호텔과 외식 부문의 홍보팀으로 일하던 어느 날, 한 직원 분에게 제보 메일 한 통을 받았다. 고객 서비스 만족도 평가지를 관리하는데, 유독 한 호텔리어에게 집중된 극찬들이 있어 이 직원을 취재해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전국에 스무여 개가 넘는 체인을 가진 호텔이기에 하루에도 수십 건의 평가지가 들어올 터였다. 물론 제보를 받는다고 무조건 취재 하는 것은 아니기에, 메일과 함께 첨부된 평가지들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몇 달간 모인 평가지에 적힌 수많은 칭찬들을 보며 '이 직원 분은 뭘 어떻게 하길래?'라는 궁금증이 솟아올랐다.
해당 호텔 총지배인과 유관 부서를 참조에 넣고, 그 직원에게 공식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내 예상과 달랐다. 특별한 기교나 거창한 전략이 아니었다. 고객의 작은 표정 변화, 스쳐 가는 한 마디를 놓치지 않는 세심함, 그리고 먼저 헤아리고 다가가는 진심이었다.
나는 인터뷰 내내 '이런 사소함에서 디테일을 만드는구나'하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특히 수백 명의 고객을 가까이서 만나며 고객 유형별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예를 들어, 가족 고객은 자녀들을 공략해 주머니에 항상 사탕을 지니다가 건네 주었고, 연인 고객은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생각지 못했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한번은 프론트에서 체크인하는 연인이 "이따 저녁에 영화볼까? 무슨 영화 보지?"하고 대화하는 것을 듣고, 조심스럽게 인근 영화관의 시간표를 모두 프린트해 건네 드렸다. 생각지 못한 배려에 고객은 감동했고, 칭찬으로 이어졌다.
비즈니스 고객에게는 반드시 해피콜을 하여, 짐이 많거나 피곤할 수 있으니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확인한다고 했다. 외국인 고객에게는 자신의 명함을 드리며 관광하다가 난처하거나 궁금한 상황이 생기면 주저하지 말고 전화를 달라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심한 서비스는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매일 이어지고 있었고, 이 모든 것이 모여 고객에게는 기꺼이 시간을 내어 칭찬 카드를 쓸 만큼 큰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호텔리어의 인터뷰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너무나 당연하고 흔한 공식 같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노하우를 쌓아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행사를 유쾌하게 만드는 호텔 연회팀, 한옥 호텔만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운영팀, 투숙객 50%가 재방문하는 호텔 프론트팀 등 현장에서 마주친 '진짜 프로'들을 만나고 인터뷰했다. '호텔리어 서비스 스타'라는 이름으로 시리즈성 기사를 2년여간 발행했다. 그 결과, 다른 부서 직원들의 관심과 자발적인 제보가 증가했고, 호텔 계열사의 인사팀에서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어 회사 분기 시상식에서 해당 호텔리어들이 포상금을 받기도 했다.
어쩌면 사소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보여주는 사소한 열정과 주인의식이 모여 결국 회사 전체의 성장과 고객 만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가 계속해서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도 나의 일터, 우리가 마주치는 공간에서 최선을 다하며 남다른 노하우를 쌓아가는 진짜 프로들이자 숨은 영웅들이 있다.
editor 여
글 쓰는 일로 10년을 일했다. 대기업 에디터이자 홍보팀 파트장으로, 1,000여 명을 만나 기록하며 동기부여를 얻었던 10년 커리어가 2025년 잠시 멈췄다.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제 아이와의 만남으로 시작된 새로운 챕터 속에 성장과 동기부여를 기록해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