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6개월 차, 아침부터 편집장님에게 메시지가 왔다. “오늘 사무실로 출근하지 마세요.” 그 말은 곧 ‘현장으로 가라’는 뜻이었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다양한 소비재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기업이었고, 본사에 앉아 자료만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직접 매장을 다니며 현장에서 아이템을 발굴해야 했다.
현장에 가면 예상 밖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공간에 익숙해지지 않은 낯섦이다. 직원 사무실을 찾는 길부터가 복잡하고 숨겨져 있어, 매번 “혹시 여기 사무실 어디로 가야 하나요?”하고 물으며 건물 안을 헤맸다. 그렇게 공간에 적응하고 나면, 본격적인 관찰이 시작된다.
홍보팀의 일은 늘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는 것이다. 회의실 안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매장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말보다 조용한 관찰이 더 많은 정보를 준다는 걸 깨달았다. 그 공간의 리듬, 사람들의 표정, 작은 변화 그 모든 것이 이야기의 시작점이었다.
매장은 회사의 실험이 가장 먼저 실행되는 곳이다. 조직의 변화는 언제나 현장에서 먼저 움직인다. 어떤 날은 예상하지 못한 구조의 팀이 생기고, 또 어떤 날은 사소한 옷걸이 하나에서 향후 아이템의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그런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록해두었다.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새로운 팀의 등장을 포착했던 경험이다. 변화의 기운이 느껴지는 지점을 유심히 살피던 중, 한 매장에서 회사의 실험적인 조직 개편이 시작된 것을 발견했다.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던 그 장면은 이후 전사적인 변화로 확산됐고, 나는 그 출발점을 정리해 사내 기사로 남겼다. 나중엔 외부 기사로도 소개됐고, 현장 팀장은 내가 올 때마다 “어떻게 그런 걸 알아챘냐”며 웃었다.
또 하나의 기억은 한 신입사원의 책상 위에서 시작됐다. 늘 깔끔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유난히 장난감과 인형으로 꾸며진 책상.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그 호기심은 결국 인터뷰로 이어졌고, 몇 년 뒤 그 신입은 회사의 주요 캐릭터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담당자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기록했고, 브랜드의 성과와 사람의 성장이라는 두 흐름을 함께 담아냈다.
이런 작은 시작들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는 태도, 그게 바로 기자의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단순히 회사의 뉴스를 전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사람과 조직의 작은 움직임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관찰자였다. 그게 쌓이고 쌓여 지금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사무실로 출근하지 마”라는 그 한마디가 내 일하는 태도를 바꿔놓았다. 현장으로 나가야 조직을 안다. 그리고 결국, 홍보란 사람을 알아가는 일이라는 걸 배웠다.
editor 큐
10년간 회사를 위해 글을 쓰다, 다음 10년은 나와 가족을 위한 글을 쓰기로 했다.
글로 먹고사는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도전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