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공고엔 없는 질문들

by 루바토 노트


이직을 준비하며 하루에도 몇번씩 채용 사이트를 들락거리는 게 요즘 나의 일이 됐다. 스크롤을 내릴수록 마음은 점점 착잡해지는데, 내가 여태 해온 일을 뽑는 회사를 찾아보기 힘든 게 그 이유다. 수십 개의 채용 공고와 회사를 접할 때마다 마음은 요동친다.


내가 원하는 직무는 가뭄에 콩 나듯 하는데, 왜 유사 직무만 한바가지로 쏟아지지? 분명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기준은 솔깃한 연봉을 제시하는 회사를 볼 때마다 흔들리곤 한다. 비슷한 일이고 연봉도 괜찮은데 한번 써볼까? 가뜩이나 경기는 안 좋고 채용 시장도 얼어붙었다는데, 언제 올라올지 모르는 공고를 기다리는 것보단 일단 비벼볼 수 있는 데는 다 비벼보는 게 맞겠지?


채용 페이지를 몇번이고 새로고침하며 ‘지금이 바로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때인가’를 고민하다 문득, 회사에서 신입 후배를 교육하던 때가 떠올랐다. 후배를 교육해본 적이 없던 나에겐 어떻게 후배를 대해야 하는지부터 어떤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지까지 모든 게 숙제였다. 후배가 어떤 상황을 어려워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설명해 주어야 빨리 이해할지를 고민하며 반나절을 훌쩍 보낸 적도 많다. 돌아보면 나는 꽤 진지하게 ‘후배가 어떤 상황에서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관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고민은 지금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 잘하는 사람일까?

나는 어떤 동료들과 일할 때 즐겁고, 어떤 구조 속에서 더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을까?

아끼는 후배를 생각하던 것처럼 나를 관찰하며 싱숭생숭했던 마음은 다시금 제자리를 찾았다.


‘너는 연봉보다 네가 잘 맞는 자리가 어디일지를 더 고민해야 해.’

‘너는 네 일에 의미를 붙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람이야.’

‘네가 몸담을 회사는 네가 너를 얼마나 잘 아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야.’


기회만 있다면 무작정 달려들던 사회초년생 시절을 지나, 주니어와 시니어의 중간 그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는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가 아닌 ‘어떤 나로 일하고 싶은가?’를 고민한다. 나는 안다. 끊임없이 나에게 던지는 이런 질문들이 나를 덜 조급하게 하고, 결국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들어줄 거란 걸.


그럴듯해 보이는 타이틀이나 연봉이 아닌,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

그 하나를 찾기 위해 오늘도 나는 나 자신에게 귀 기울인다.





editor 빈

언론사 기자와 사보 에디터로 6년간 일하며 살아있는 목소리가 담긴 콘텐츠를 만들어왔습니다. 서울을 탈출하고픈 30대 여성의 싱글라이프를 기록하며 일상 속 스쳐가는 생각과 감정들을 붙잡아두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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