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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현 May 15. 2022

물음표와 느낌표가 반복되는 것이란

중국 현대문학을 공부하며(4)

  '유행은 돌고 돈다.' 

  몇 편의 시를 읽으며 든 생각이었다.


  호적의 <나비>는 외형적 틀을 깨어내진 못했으나, 이후의 <별 하나>를 통해 이내 형식적 속박에서 자유해진 채 본인이 원하던 시를만들고 본인의 사유를 담아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호적은 딱딱하고 형식적인 외부 요소보다는 구어체의 틀을 가지고 내적요소의 조화를 추진해 생동감 넘치는 흐름을 만들어냈으며, 자신의 '문학 혁명의 목적은 백화문학'이라는 주장을 증명해 보였다.

 

  곽말약의 <하늘의 개>는 모든 시의 첫 문장이 ‘我’로 시작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의 시는 다소 과격하다. 나는 이러한 과격함과파격적임이 곧 시인의 명확한 자아인식과 끓어 넘치는 열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곽말약이 29개의 '我'를 통해 새로운 자아를맞이하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주변의 것에 집중하기 전, 자신을 먼저 온전하게 하는 주작인의 ‘적극적 개인주의’를 수용하는 과정과도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분방한 시인의 감성과 자아를 표현하다 보니 시적 언어의 정체성과 시의 아름다운 구현의 방면에서는보완해야 할 부분이 보여 아쉬운 것은 사실이나, 이런 시야말로 문학적 관점에서는 물음표, 새 시대의 관점에서는 느낌표가 되어주는 시가 아닐까?


  시인들은 앞선 시들을 통해 형식의 자유를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시라는 형식이 고유적으로 갖는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는교훈을 얻었고, 그 결과물은 서지마의 <우연>이 되었다. <우연>은 시의 구조부터 시어까지, 독창적이면서도 과하지 않은 느낌과정제되고 맑은 느낌을 준다. 서정성과 섬세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시의 마지막 문장에서 나는 지나간 것에 미련을 갖지 말고, 계속해서본인을 발전시켜 나가라는 시인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문일다는 시는 삼미(三美)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시의 형식을 장애물로 보지 않고 도구로 보기 시작했다. <죽은물>은 당시시대에 대한 분노, 비판, 풍자가 담겼으나 모든 감정을 적나라하게 배설하지 않고 시적 미를 추구하며 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과바램, 희망을 절제미 있게 표현해 낸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죽은 물'을 통해 그 당시 시인이 처한 상황을 적절하게 비유하며, 시의회화, 음악, 건축미를 모두 구현해냈다. 또한, 그의 시에서는 독자 혼자 시를 해석하고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여럿 볼 수 있었는데, 나는이것이 중국 현대시의 성숙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강의는 다섯 편의 시들을 읽으며 한 스타일에 정박하지 않고, 자신만의 풍격을 만들어내고 시적 구역을넓혀나가며 중국 문학사라는 바다에서 용감하게 자신만의 항해를 시작하는 시인들을 마주할 수 있던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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