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부탁이 가장 어려운 내가 한 그 시간의 부탁들
나는 부탁이 어렵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표현이 맞다고 할 정도로 도움을 받는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친한 친구는 물론이거니와 남편을 포함한 가족들에게도 나를 도와달라는 말은 어느 순간부터도 말할 수 없고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나 스스로 헤쳐나가야만 하는 일들이라고 인지되었다. 그랬던 내가 신생아를 키우면서 드디어 나 혼자 할 수 없는 일들을 만나버렸다.
먼저 나보다 둘째 아이까지 키워본 친구에게 전화해서 시터 선생님을 어떻게 고용해야 하는지 추천해 줄 분이 있는지에 대해서 당장 전화해서 물어봤다. 친구에게 물어보기 전에는 조리원에서의 간호사 선생님들이 아이를 돌봐주시는 것에 익숙하여 시터 선생님들이 모이는 플랫폼에 "간호사" 경력이 있는 분을 원한다고 하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간호사" 경력의 분을 모시기에는 내가 멋 모르고 올린 글의 시급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으나 나는 이미 도움을 요청하기로 맘먹은데에서 그 이상의 돈을 쓴다는 것도 나 스스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결국은 주변에서 추천을 받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친구는 친구의 둘째를 돌봐주고 있는 선생님이 정말 괜찮다며 친구네 집에 가는 오후 네 시전까지는 우리 집에 와서 내 아이를 봐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정말 그야말로 구세주였다. 비록 해가 떠있을 때 이긴 하지만 아이와 잠시 떨어져 온전히 나만의 수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소식이었다. 다만 평일 내내 부탁드리기에는 엄마로서의 나의 죄책감이 올라와 월, 수, 금만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부탁드리기로 했다. 선생님과 첫 통화를 하던 그 순간에도 도움에 ㄷ자도 싫어하는 내가 전화기를 붙들고
- 선생님, 제가 정말 잠이 너무 필요해서요.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저희 집에 꼭 좀 와주세요.
라며 도움을 요청했으니까. 이미 여러 아이를 만나보셨고 자신의 아이를 직접 키워보셨던 선생님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안다며 엄마가 편하게 잠들 수 있도록 아이를 봐줄 테니 안심하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리고 그 뒤에 바로 도움을 요청한 것은 나의 친정 엄마였다.
- 엄마, 주말에 oo이를 봐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부탁하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보다 더 무거운 무게의 도움 요청은 없었다. 너무나도 큰 무게였지만 이 작고 보호해야 하는 아이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가 없었고 주말에는 정말 온전히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고 싶어서 그 무게를 견디고 부탁했다. 물론 엄마는 흔쾌히 일을 하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그 뒤로 주말마다 왕복 3시간 거리를 운전하고 와주며 아이를 돌봐주셨다.
지금도 도움을 요청하는 무게는 나에게는 자동차의 무게와 같다. 정말 어떠한 우연한 사고로 인하여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해야 되지만 그 순간을 깔리게 되면 어딘가 뼈나 장기가 부러진 것 같은 느낌. 내가 온전히 나로 독립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 이 것이 정상적인 어른의 심리 상태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너무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는데 익숙해진 나는 도움은 내가 주는 것이고 요청한다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는 나를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게끔 만들었다. 나를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너무 어려운 엄마가 안쓰러웠던 딸이 밤잠도 잘 안 자고 맘마도 남들만치 먹지 않으면서 마치 나에게 "엄마, 세상은 도움을 요청하며 사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도움을 통해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딸이 시터선생님과 친정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편안하게 수면을 취했고 나중에는 회사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면서 복직을 미리 준비하기도 했고 남편과 데이트를 하고 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도움을 통해 생긴 여유를 통해 나는 내 딸에게 더 많이 웃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었다.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죽도록 싫었던 요새는 도움의 요청의 무게가 자동차까지는 아니고 50kg짜리 사람 하나에게 깔리는 기분 정도이다. 버겁지만 기꺼이 감내할 수 있고 그러면서 나는 웃으면서 아이에게 웃고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테니까...
P.S. 많이 창피하고 내 안의 약한 부분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이번 회차는 나처럼 홀로서기에 익숙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게 어려웠던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말하기 위해서 쓴 회차이다. 생각보다 주변에는 따뜻한 사람들이 많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다. 그 도움들로 인해 엄마가 좀 더 엄마(나) 다울 수 있다면, 그리고 아이에게 웃음과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그 도움을 죄스럽게 요청하기보다는 정말 감사하게 요청해도 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과연 그 이야기를 할 만큼 내 글 솜씨가 따라주는지는 정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