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입학] 정신 쏙 빼놓는 입학 1주 차

by 리오주인


이번 한 주, 육아를 하면서 괴담처럼 떠돌던 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이 다가왔다.


서두에 미리 말을 해두자면 나는 건강 문제로 인해 작년 7월부터 휴직 상태이고 현재도 휴직 상태이다.


9월까지는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걷기, 달리기와 같은 부분에 일상생활 회복에 집중했다면,


10월부터는 아이의 1학년 입학을 앞두고 여러 고민들을 하기 시작했다.



※ 참고로 내 아이는 내 직장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을 다녔고, 집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태권도 학원, 미술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10월




제일 먼저 미리 한 준비 중 하나는 "기존에 다니던 학원들을 집 근처 학원들로 바꾸기"였다.


태권도와 미술은 우리 아이에게 꼭 필요한 교육 중 하나였다.


또래에 비해 대근육 발달이 느린 편인 우리 아이에게는 꼭 필요한 필수 교육이었으며 미술은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이었다.


옮기기 전에 아이가 학교가 끝난 뒤, 혼자 걸어갈 수 있는 거리 반경에서의 학원들을 모두 알아봤다.


셔틀을 타고 보내는 학원들을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내가 복직하고 난 뒤, 나의 퇴근 전까지 자신의 생활을 만들어야 되는 자립 첫걸음에 있어서


집에서 가까운 거리로부터 오는 안정감을 주고 싶었다.




또한 걸을 수 있는 반경 내에서 여럿 학원들 중에서 과감히 "영재", "1등 교육"과 같은 키워드를 강조하는 학원들은 배제했다.



학습 능력이 뒤떨어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재라고 불릴 정도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만약 아직 영재력(?)이 발현되지 않더라도 아직 8살은 더 재밌고 즐거운 것들을 탐구하길 원했고 그래서 오히려 소소한 일상들을 하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커리큘럼이 있는 학원들로 알아보았다.







11월



만 0세부터 6시 이전에 하원해 본 적 없는 어린이집 하원 시간을 3시로 변경했다.


대략적으로 초등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기본 교육 과정이 끝나고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는 리듬을 익히게 해주고 싶었다.


평일에 다니던 학원은 태권도 학원밖에 없었는데 기존 학원을 바로 바꾸기보다는 수업 시간을 6시에서 4시 30분으로 변경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집에 오는 시간이 7 시대였던 아이의 삶의 속도를 바꿔주었다.







12월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갔다 왔다.


당연히 돌봄을 보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휴직자는 돌봄을 보낼 수 없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왜 그런 가이드가 설정되었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늘봄(초1~2 맞춤형 수업), 방과 후 수업 그리고 학원 만으로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을 만들어 줘야 했다.







1월



1월에는 태권도 학원과 미술 학원을 집 근처 학원으로 바꾸고, 피아노 학원을 새로 등록했다.


학원을 선택함에 있어서 아이의 선택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모든 과정은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고, 최종 결정은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각 학원에서 제공되는 체험 수업을 적극 활용했다.



무엇보다도 나의 아이는 이전에 다니던 태권도 학원의 셔틀버스를 오래 타는 것을 힘들어했는데, 집 근처로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장점에 매우 만족해했다.


또한 아이 나름대로 어린이집에 있는 대다수의 친구들과 초등학교를 같이 가지 못해서 새 친구를 다시 사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집 근처 학원들에서는 같은 초등학교에 가는 친구들을 미리 사귈 수 있다는 것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토요일 오전에 가는 미술학원을 제외하고는 평일에 가는 학원들은 모두 3 시대로 등록해서

3시에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집에서부터는 길을 직접 찾아 학원에 갈 수 있도록 계속 지도해 주었다.





이 시기에 영어학원도 미리 등록해 두었다.


영어 학습에 대해서는 가정마다 각자 다른 기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영어에 대해서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영어 학습"이 목표다.


실제로 회사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 나와 남편은 영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인생의 높은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편이다.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은 주 2회 한글 선생님의 영어 수업과 주 1회 원어민 선생님의 영어 수업이 있었는데 5살 여름에 중간 입소를 했던 우리 아이가 앞부분의 수업을 놓쳐 어린이집 졸업하는 시점까지 영어에 대해서는 본인은 반에서 잘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의지만으로 영어를 시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아이가 먼저 영어를 잘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며 엄마, 아빠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렇다면 학원을 다녀보는 게 어떻냐고 권유했더니 아이가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우리의 영어 교육 기준에 맞춰 많이 쓰기보다는 많이 말할 수 있는 학원으로 선택했다. 영어 도서관 등도 고민했으나 이 시기에는 아이가 책에 대한 흥미가 매우 낮아 아이에게 재미를 주기에는 영어 도서관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초반(파닉스반) 이 같이 시작하는 스피킹 위주의 학원에 가서 레벨테스트까지는 아니고 아이와 원장선생님 간의 간단한 상담 후 등록을 진행했다.

*이후 원장선생님과 나와도 간단한 상담을 진행했는데 아이와의 상담을 진행하는 이유는 한글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학원 일정이 끝나고부터 집에서 따로 공을 들인 것은 바로 "공부습관" 또는 "앉아있는 습관"이었다.


내 아이의 경우,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힘이 매우 좋아 좋아하는 것에 한정해서 1시간 이상 앉아있는 건 매우 쉬운 일이나 모든 어린이들이 그러하듯 기본적인 엉덩이 힘은 약한 편이었다.


기존에도 유튜브를 보고 싶으면 "해야 하는 일"을 다 해야 한다라는 규칙은 있었으나 "해야 하는 일(공부)"이 매우 적었다.


1월부터는 아이에게 초등학교 입학에 대해 설명해 주며 매일 해야 하는 기본적인 수학 연산 학습지와 국어 독해 학습지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영어로 동화구연을 해주는 영상 20분 쉐도잉을 하는 것이었다.

난이도는 아이 혼자 힘으로 너무나도 쉽게 할 수 있는 정도여서 학습하는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정도로 난이도를 설정했다.


약 35분 정도 소요되는 공부 루틴이었다.


이 루틴을 매일 무조건 해야 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이 루틴을 하지 않은 날에는 유튜브를 볼 수 없었고 이 부분에 대한 선택은 아이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주 1~2회 정도는 유튜브를 보지 않는 걸로 선택하고 공부를 하지 않았고 나머지 날에는 스스로 공부를 하겠다고 선택했고 공부 루틴을 끝내고 난 뒤에 유튜브를 시청했다.







2월



많은 걸 2월에 잘 정리하고 싶었으나 설 연휴와 독감 유행으로 인해서 개인적으로는 마무리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위한 생활 변화를 계속 주고 있었다.




공부 루틴에서 영어 쉐도잉은 제외하고 알파벳을 학습하는 데 주력했다. 물론 어린이집에서 연습해서 아주 약~간은 알고 있었지만 영어 학원에 가기 전에 알파벳을 먼저 아는 것만으로도 영어 학습에서의 아이의 기초 자존감은 높여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어린이집 학습과는 별개로 알파벳 학습지를 사서 공부 루틴에 넣었다.


그리고 1월과 동일하게 학원을 갈 때는 아이가 나보다 약 15~20걸음 앞에서 먼저 걸어서 길을 안내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2월 마지막 주에는 아이의 방을 문자 그대로 "뒤엎었다".


아이에게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초등학교 때 가지고 놀 장난감과 아닌 장난감을 나누자고 해서 초등학교에 가는 기본 마음 가짐을 만들어 주고자 했다.


가장 고민이 많았던 건 책이었다.


크지 않은 아이 방 책장에는 다독하는 아이들에 비하면 비루한 수의 책이 있었으나 이마저 다 읽지 못한 책들이 많았다.


이걸 다 읽혀야 되나 말아야 되나 2월 내내 고민을 하다 마지막주에는 과감히 모두 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초등학생에게 맞는 책들로 다시 채워 넣겠다고 이야기해 주고


그 주에 당근으로 10만 원도 채 안 되는 돈들로 글밥이 많은 책들로 채워 넣었다.




책장이 달라지자 아이가 뭔가 달라짐을 느끼고 갑자기(?) 자기도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며 혼자 책을 조금씩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방과 후 신청의 경우에는 아이가 가장 배우고 싶다는 과목들을 우선순위대로 나열한 뒤, 열심히(!!) 신청했다.


늘봄도 신청을 완료하고 3월의 시간표가 나오자마자 그날부터 아이에게 계속 시간표를 보여주며 뭘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사실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았지만 나도 별로 기분 나쁘지 않았다.


당장 기억하고 알아들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냥 가랑비에 옷 젖듯 어느 날 불현듯 생각이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야기한 것이어서...^^;;








드디어 초등 입학 첫 주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이 다가왔다.


첫날은 학교가 일찍 끝나기도 하고, 아직 개강하지 않은 학원들도 있어서 온전한 하루를 보냈다고 하기 어려웠다.


다만, 학교에 입학해서 감회가 새로운 아이가 자기 혼자 학원을 가보겠다고 해서 혼자 학원을 보냈다.


불안한 마음에 몰래 뒤를 밟고 있었지만 아이는 씩씩하게 걸어갔고 학원이 끝나고 혼자 힘으로 걸어왔다.





모든 준비물들은 아이와 함께 챙겼다.


미리 주문해 둔 이름표들을 학용품 하나하나 붙이는 과정을 아이와 함께 했다.


왜 해야 하는지도 설명해 주고 이제 아이의 물건은 스스로 직접 챙겨야 한다고 이야기해 줬다.


이름표를 붙이면서 자신의 물건 하나하나에 애정이 생기며 제발 어디에다가 던지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도 함께 넣어보았다.





그 이후는 생각보다 아이는 자신이 "초등학생"이라고 생각하고 학교의 흐름에 맞춰서 혼자 힘으로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리고 혼자 할 수 있는 일들과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일들을 명확하게 구분해 주었고,

(예: 태권도에서 혼자 올 수 있어, 영어학원은 처음이니까 같이 가줘 와 같이 이야기해 줬다.)

이에 맞춰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 이건 네가 처음이니까 엄마가 도와주는 거야


라고 이야기 해주고 이후에는 혼자 힘으로 해야 되는 것에 대해서 인지 시켰다.


그래서일까,


매일 12시에 잠들던 아이가 밤 9~10시에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준비물을 스스로 챙기기 시작했다.


아침 등교 준비를 하면서 나와 만담처럼 그날의 학교가 끝난 뒤의 스케줄과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를 이야기 나눴다.





그렇게 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 첫 주가 끝났다.


잘 보내준 아이가 기특하고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는 초등학교를 가야 했던 시기가 맞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변화의 과정을 아이가 어려워하기보다는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느끼고 있었고, 이 모든 변화의 과정을 "재밌다"라고 표현하며 집에 와서 얼마나 재밌었는지를 웃으며 설명하는 시간들로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또한 휴직으로 인해 돌봄을 신청하지 못한다는 것에 절망감을 느꼈던 순간들도 있었으나 휴직으로 인해 아이의 생활들을 입학 전부터 입학하고 난 뒤까지 세심하게 챙겨줄 수 있는 상황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대부분 초등입학을 앞둔 부모가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이의 큰 변화를 앞둔 부모님들 모두 힘내시라는 이야기를 꼭 전달하고 싶었고, 나의 이야기가 정답이 아니라 이렇게 준비하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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