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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Sep 25. 2020

만성 두드러기 환자는 뭘 먹나요?

식이요법으로 낫기나 하면 좋을 텐데

“왜 라테 안 마셔?”


며칠 전 아이 미술 수업을 같이하던 동네 언니와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내가 맨날 마시는 라테를 안 마시자 이유를 물었다.


“두드러기 때문에 먹는 거 조절해야 해서”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언니는 작년에 두드러기 때문에 응급실에 2번 실려갔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아들이 두드러기 때문에 1년 반 동안 대학병원을 다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도 10명에 3명은 두드러기 때문에 종종 힘들어한다고 덧붙였다. 나만 그런가 했는데, 동지를 만난 기분이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는 꼭 그런다. 스트레스와 면역력 때문이라고. 알아요. 안다고요.

근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스트레스를 받고 싶어서 많은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면역력을 높이지 않고 싶은 사람 또한 어디 있겠는가!


따지고 보면 많은 질병이 그렇다.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와 면역력.


내 두드러기도 그렇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막 먹다 보면 꼭 두드러기가 왔다. 그리고 그때 즈음엔 항상 일이 많았다. 두드러기 전문 한의원에 가서 한약을 지어먹으면서 식단 조절을 하면 서너 달 후 두드러기가 들어가곤 했다. 스물다섯쯤부터 시작된 내 두드러기는 지금까지 3번 정도 올라와 몇 개월 간 나를 괴롭히고 사라졌다.


평생 두드러기가 날 때마다 한약을 먹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번 두드러기가 올라왔을 때에는 피부과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항히스타민 약을 먹으면서 두드러기가 들어가길 기다려보자고 했다. 의사는 한약이나 식이요법은 두드러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냥 두드러기가 들어갈 때가 돼서 들어갔을 뿐.


먹고 싶은 것 먹으면서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하시고 약만 챙겨 먹으면 언젠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나도 그 의사의 말을 믿고 싶었다. 좋아하는 밀가루와 고기, 커피, 가공 식품 등을 먹으면서 살던 대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6개월이 넘도록 차도가 없었고(잠시 얼마간 두드러기가 안 올라온 때도 있었지만) 심지어 근래에는 증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결국 나는 다시 음식조절을 시작했다.

한약도 지어먹었다.  


나의 식이요법을 정리해 보려고 이렇게 긴 글을 썼다.

(몇 번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들어가는 과정에서 내가 얻은 나름의 치료법이다.)


일단 한약을 먹을 때 좋지 않은 것을 먹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밀가루와 술, 기름진 고기와 매운 음식, 커피다.


이 놈의 밀가루는 건강하게 살려면 다들 먹지 말라고 하는데 왜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다 그렇게 맛있어서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걸까? 왜 밀가루에 버터를 넣고 설탕을 넣은 뒤 굽고 튀겨서 맛이 없으래야 없을 수 없게 만든 걸까? 빵, 라면, 국수 다 밀가루다. 평생 고기는 끊어도 밀가루는 못 끊지 싶다. (그렇다고 고기를 끊겠다는 건 아니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그렇다는 거다.) 그래도 빵은 글루텐 프리 빵으로, 국수는 쌀국수도 대체할 수 있어 다행이다.

애호박, 가지, 아스파라거스만을 넣고 볶은 점심
샐러드 전문점에서 혼자 샐러드를 사 먹기에 이르렀다.

그다음은 술. 술이야 원래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요 몇 전부터는 왜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지 알겠기에 나도 가끔 그런 기분이 들면 술을 한 잔씩 하곤 했다(그래 봤자 진짜 한 잔이다.). 보통은 힘들거나 매우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그래도 술 끊는 게 힘든 사람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커피다. 몇 년간 내게 커피는 습관이었다. 커피가 맛있는 건 둘째치고 그냥 일상 중 하나였다. 아침에 아이들을 보내고 일을 시작하기 전 커피를 꼭 내렸다. 주말에도 아침식사를 하고 남편과 커피를 시며 이런저런 얘길 주고받는 게 좋았다. 습관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다. 커피는 일단 줄여보기로 한다.


그다음, 히스타민이 많이 든 음식은 먹지 않는다. 두드러기는 몸에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나와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두드러기 식이요법 기간에는 히스타민이 많이 든 음식도 적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소시지, 돼지고기, 연어, 참치, 치즈, 시금치, 토마토, 시트러스 계열 과일, 치즈 등.


한약의 다 먹은 뒤에는 슬슬 고기는 조금씩 먹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름 모를 첨가물이 들어간 공장에서 만들어진 음식은 먹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냉동실에 있는 비비고 왕교자만 해도 복합 조미식품 1, 복합 조미식품 2, 향미 증진제 등등 식품첨가물이 엄청 들어가 있다.(그래서 맛있는 거겠지 ㅜㅠ) 비비고 왕교자는 그래도 양반이다.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가공식품은 거의 그렇다. 먹어도 되는 것이니 넣었겠지만 이런 식품첨가물은 적어도 소금 같은 조미료와는 태생이 다를 거다. 그래도 자연드림이나 한살림의 제품 중 내가 아는 원재료를 넣어 만든 제품은 먹기도 한다.


그래서 뭘 먹냐고? 그냥 밥과 야채와 굽지 않은 고기 등을 조금씩 먹으며 살고 있다.

내가 오죽하면 이러고 살겠나! 그만큼 두드러기가 못 견디겠는 거다.


이번 두드러기가 나아지면 앞으로 내 식생활이 지속 가능하고 건강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브런치 : @rubisujung

인스타그램 : @rubi_su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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