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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May 28. 2019

몰라도 괜찮았던 산후조리원

내가 결혼•출산•육아를 하며 하지 않은 4가지 ② 산후조리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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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출산•육아를 하며 하지 않은 4가지 ① 혼수 편



임신을 하고 배가 불러오면서 산후조리원을 갈지 말지 고민이 생겼다. 보통 임신 안정기가 되면 엄마들은 산후조리원 투어를 하고 그중 맘에 드는 곳을 예약한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인기 있는 곳은 갈 수가 없다며 서두르라는 충고도 들렸다. 산후조리원은 천국이고, 거기에 가야 조리원 동기가 생기며 그래야 아이 친구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산후조리원에 가서 후회한 사람은 있어도 안 간 사람은 없어서 사실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결정을 위해 나는 산후조리 관련 서적과 다큐멘터리를 찾아봤다. 지금은 좀 오래된 몇 년이 더 흐르긴 했지만 SBS 산후조리의 비밀 1•2부, KBS 다큐 3일 ‘엄마의 탄생 – 산후조리원 72시간’ 등이 그것이다.


출처 : SBS 스페셜 '산후조리의 비밀'
출처 : SBS 스페셜 '산후조리의 비밀'
출처 : SBS 스페셜 '산후조리의 비밀'
출처 : SBS 스페셜 '산후조리의 비밀'


벌써 6년 전 기억이라 가물가물 하긴 하지만 다큐와 책의 정리하면 이런 내용이었다. 서양의 경우 산후조리라는 개념이 없는데 이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신체구조가 다른 데 기인한다. 이 때문에 서양에서는 출산 후 시원한 음료를 마시기도 하고 바로 샤워도 한단다. 일반적으로 출산을 한 뒤에는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반면 동남아시아 쪽에는 산후조리 문화가 존재하며 특히 한국에서는 산후조리원이라는 형태로 발전했다.


관련 영상과 서적을 통해 리 부부는 산후조리는 필요하지만 조리원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결정에 다다랐다. 집에서 편하게 산후조리를 하되, 둘 다 육아는 해 본 적이 없는 만큼 아이를 돌보는 것은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처음에는 남편이 직접 산후조리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남편도 출산이 처음인데 어떻게 산후조리를 해주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내가 거절했다.


우리 부부의 계획은 출산 다음날 위기를 맞긴 했다. 1월 12일에 아이를 낳았는데 1월 출산이 너무 많아 산부인과 병실이 부족했던 것이다. 병원에서는 우리에게 1박 2일만 있다가 방을 빼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우리는 산후조리원도 가지 않아서 이대로 집에는 못 간다며 사정을 얘기했다. 다행히 다른 산모가 일찍 산후조리원으로 자리를 옮긴 모양이었다.  하루 이틀의 유예기간 동안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물론 사흘 만에 집에 돌아온 우리는 결국 멘붕이 되긴 했지만 어차피 아이 낳은 엄마면 누구나 한 번은 겪을 일이다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산후도우미님께 하나하나 천천히 배우며 본격적인 육아에 돌입할 수 있게 되었다.


산후도우미님이 집에 가신 뒤에는  목욕 한 번 시키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는 둘째를 낳고도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았다. 첫째 때와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이때 와주신 산후도우미님도 나와 아기에게 참 잘해주셨다. 설날을 지내고 오신 뒤에는 직접 만든 만두를 가져다 만둣국을 끓여주실 정도였다. 너무 맛있게 먹는 내게 마지막 날엔 냉동실에 두고 먹을 만두를 빚어주신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내가 한사코 말려서 그 만두는 다시 맛볼 수 없었지만 두고두고 감사한 마음이 남았다.


물론 산후조리원에 갈지 말지는 아이의 양육 환경을 고려해 부부가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산후조리원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다른 선택이 존재한다는 얘길 하고 싶었다. 산후조리는 출산 전 부부의 성향과 아이 양육환경 등을 고려해 선택했으면 한다. 산후조리원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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