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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May 31. 2019

세상 하나뿐인 만삭 사진을 찍는 유쾌한 방법

내가 결혼•출산•육아를 하며 하지 않은 4가지 ③ 만삭 및 성장 사진 편

신혼집 가구 직접 만든 남자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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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도 괜찮았던 산후조리원

내가 결혼•출산•육아를 하며 하지 않은 4가지 ② 산후조리원 편


우리는 두 아이의 성장 사진을 찍지 않았다. 스튜디오 만삭 사진도  안찍었다. 여기에는 남편의 의지가 작용했다. 남편은 우리의 임신과 아이 성장 과정을 직접 사진으로 찍고 싶어 했다. 남편을 보면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많은데 회사는 어찌 다니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다.


그는 성장 사진을 찍을 가격이면 아예 스튜디오 조명을 살 수 있다며 그렇게 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하고 싶으면 해야지, 나는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쇼핑몰을 운영하던 사람에게서 조명기기를 사 가지고 왔다.  판매자는 우리에게 쇼핑몰을 하는 거냐고 물었고 우리는 만삭 사진을 찍으려 한다고 대답했다. 판매자의 의아해하는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리고 우린 우리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었다. 2주에 한번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곳에서 배가 불러오는 과정을 사진에 담았다. 주말마다 사진을 찍는 건 우리가 아이를 기다리는 방식이기도 했다. 산부인과와 연계된 스튜디오에서 무료로 만삭 사진을 찍어준다고 할 땐 전문가의 손길이 담긴 사진에 조금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남편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만의 특별한 만삭 사진의 마지막은 아이가 100일일 때 함께 찍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렇게 사진을 찍은 뒤 이어서 동영상으로 편집을 하면 배가 점점 불러오는 모습이 재밌는 만삭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뭐든 신기하고 조심스러운 임신 초기엔 이 시간이 기다려지다가, 임신 중기를 넘어서면 다소 귀찮아질 수 있으나 임신 말기가 되면 너무 커진 배가 신기해서라도 카메라를 들게 될 것이다.


우리는 2주에 한 번씩 찍는 사진 말고 다른 사람들이 찍는 만삭 사진도 찍어보기로 했다. 처음엔 스크린을 배경으로 쓰려고 했지만 이걸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스크린 할을 할 종이로 된 롤을 별도로 설치한 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바닥까지 내려 배경으로 다. 집을 스튜디오로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탓에 이런 사진은 출산할 때까지 3번 정도 찍었지만 사서 한 고생 역시 우리에겐 즐거운 경험이었다. 사서 고생하는 걸 마다하지 않는 분들께 추천한다.

쇼핑몰 운영자에게서 사온 조명을 설치하는 남편.



우리는 출산 전날에도 집에서 만삭 사진을 찍었다. 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있으니 진짜 만삭이라며 한껏 부른 배를 사진에 담았다. 사진을 다 찍고 잠자리에 들려는데 양수가 터졌다. 우리는 그날 뱃속 아이와 함께 찍던 사진기를 들고 분만실로 들어가 아이가 탄생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금도 그날은 잊을 수가 없다.


 그 후에도 우린 50일 촬영, 100일 촬영 200일 촬영 같은 스튜디오 사진은 찍지 않았다. 대신 아이의 평범한 일상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예쁜 옷을 입고 있지 않아도, 감각적인 배경이 없어도, 빛을 잘 활용하지 못해도 아이의 성장을 충분히 담은 사진들이 넘쳐났다. 이런 사진을 차곡차곡 블로그에 저장했다. 일상을 기록한 엄마 아빠의 사진으로.


 지금 생각하면 결혼 전 스튜디오 촬영도 하지 말걸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엔 셀프 웨딩 사진도 많이 찍는데 그때는 그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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