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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Jul 23. 2019

굿즈를 사는 건지, 책을 사는 건지

알라딘 굿즈, 주객전도 같지만 그래도 책은 샀잖아요

7월 알라딘 굿즈를 보자마자 ‘이건 사야 해’하는 생각이 들었다. 굿즈니까 ‘사야 해’라기보다는 ‘받아야 해’가 더 적절하겠다. 전에 받은 북 램프도 맘에 들었는데 이번 알라딘 20주년 기념 굿즈 ‘모비딕 구슬 램프’는 더욱 갖고 싶게 영롱했다.


고백하자면,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다. 매년 발표되는 ‘우리나라 1인 독서량’과 비교하면 그 평균보다야 훨씬 많이 읽지만, 그건 소수 다독가의 독서량이 전혀 읽지 않는 다수의 사람에게 나눠진 평균치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나는 대중적인 성향의 사람으로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 중 맘에 드는 책을 골라 읽는다. 일부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예약해뒀다가 구매하는 정도의 정성도 있다. 그런 내게 알라딘의 굿즈는 미뤄두었던 책을 구매하게 만드는 촉진제의 역할을 한다.



알라딘의 요술 램프는 아니지만, 알라딘의 구슬 램프를 받기 위해 알라딘의 장바구니를 살펴봤다. 일단 김영하 작가의 책 ‘여행의 이유’가 담겨있었다. 책이 나오자마자 장바구니에 넣어뒀는데 아직도 주문을 안 했구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도 담았다. 출간 2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이라는데 안 살 도리가 있나. ‘특별판’, ‘한정판’이라는 말은 언제나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번이 마지막 구성’이라는 홈쇼핑의 ‘매진 임박’ 문구처럼.


장바구니에 담겨 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수 고양이의 비밀’은 살까 말까 고민이다. 출간 이후 계속 고민 중이지만 여태 사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로 이번에도 구매에서 제외했다. 이 책은 2007년 나온 ‘비밀의 숲’의 개정판인데 나는 이미 이 책을 갖고 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나오는 하루키의 세련된 책보다는 문학사상사에서 낸 예전 책이 더 좋다. 내겐 그게 더 하루키스럽기 때문이다. 사지 않고 보니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그런 다음 은유 작가의 ‘다가오는 말들’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지인의 소개로 은유 작가의 책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를 읽고 이 작가의 책은 모두 사야지 결심했다. 글에 담긴 문장, 가치관, 작가의 태도 모두 정말 마음에 들었다. 작가가 책을 읽다 만난 문장들을 선별한 ‘쓰기의 말들’은 책을 읽고 싶게, 글을 쓰고 싶게 만들었다. 은유 작가의 글은 최근작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보더라도 궁극적으로 내가 글을 통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닮았다. 내가 할 수 있는가 와는 별개로.


글쓰기 모임에서 추천해 준 최승필 작가의 ‘공부머리 독서법’과 아이의 책 두어 권을 더 담고는 주문을 완료했다.



책이 도착하자 일단 굿즈부터 풀어봤다. 책은 그동안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 옆에 꽂았다. 그중엔 아직 비닐도 뜯지 않은 책도 있어 마음에 걸렸지만 김영하 작가가 그랬다. ‘책은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것'이라고. 이 중 손이 가는 책부터 읽으면 된다.


갖고 싶었던 구슬 램프의 불을 껴니 서재방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걸 켜고 책을 읽으면 책도 더 잘 읽히겠지. 함께 온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의 굿즈인 하얀 텀블러도 맘에 든다. 이걸 들고 운동을 다니면 되겠다며 소비를 합리화한다. 그리곤 기분 좋게 '여행의 이유'를 펴 들고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굿즈를 사는 건지, 책을 사는 건지 구분이 안 가지만 그래도 이렇게 책을 읽게 되니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것 아닌가. 굿즈를 보고 기분 좋았던 몇 분 이후엔 결국 독서를 통한 즐거움이 이어질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같은 사람이 이해 안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 같은 사람도 분명 많다고 들었다. 나만 그런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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