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일 샌프란시스코 갈까?”

나와 다른 그를 사랑하는 이유

by 김수정

나와 그는 다르다. 평소에도 종종 느끼지만 여행할 때는 더욱 그렇다. 나는 도시가 좋지만, 그는 자연이 더 멋지다 했다. 나는 먹어본 음식을 선호하지만, 그는 안 먹어본 음식을 찾는다. 나는 그래도 남들 가는 관광지는 가봤으면 하지만 그는 그것보단 사람 사는 동네에 더 가보고 싶어 한다. 이렇게 다름에도 15년간 여행을 하며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남편은 나를 배려했고, 나는 그의 선택을 믿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여행에선 특히 더 그랬다.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무척 가고 싶어 했지만, 여러 번 이곳에 와본 그는 그냥 도시라며 별거 없다고 했다.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며칠 묵으며 여행하자고 했지만, 그는 한 시간 거리인데 짐을 싸고 푸는 게 더 일이라며 말렸다. 그렇게 산호세에 온 지 3주 만에 가 본 샌프란시스코는 내 맘에 쏙 들었다. 하지만 남편은 어디가 그렇게 멋진 거냐고 되물었다. 이렇게 다른 사람과 함께 살면서도 다른 와중에 잘 맞는다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그게 더 흥미로울 따름이다.


내게 샌프란시스코는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눈을 두는 곳마다 그 풍경이 그림 같았고 그곳의 분위기가 여유롭고 따뜻했다. 엽서 속의 마을 소살리토(sausalito), 바람 부는 부둣가, 안개 자욱한 골든 게이트 브리지(Golden Gate Bridge), 미션 돌로레스 파크(Mission Dolores Park)에서의 여유, 코잇 타워(Coit Tower)를 향하며 걸었던 파스텔톤 집들 사이의 언덕길까지. 남편은 여전히 그냥 그런 도시라고 생각하는 눈치지만 상관없다. 이 기분의 나의 것이다.


높고 낮은 언덕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의 집들.

어쩌면 내가 이렇게도 샌프란시스코가 마음에 든 건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의 완벽한 가이드 덕이 아닐까 싶다. 그는 자신이 여러 번 와보며 좋았던 곳과 사람들이 추천해준 곳을 바탕으로 우리 가족을 위한 최적의 루트를 짰다. 첫 샌프란시스코 여행은 남들 다 가는 관광지 위주였고, 두 번째 여행은 여유로운 샌프란시스코의 일상으로 들어갔으며, 세 번째 여행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체험 위주로 준비했다.


“내일 샌프란시스코 갈까?” 그의 즉흥적인 제안에 가장 설렌 건 나였다. 그는 이렇게 갑자기 나를 설레게 하곤 한다. 다음날 우리는 아침을 먹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막히지 않으니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단 골든 게이트 브리지를 건넌다. 잠깐 멈춰서 내리고 싶었지만 남편은 골든 게이트 브리지를 보는 포인트가 있으니 기다리라며 안 된단다.


그런 그가 안내한 곳은 소살리토라는 예쁜 마을이었다. 내가 좋아할 거라며 가장 먼저 이곳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내 취향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남편의 예상은 적중했다. ‘작은 버드나무’란 뜻의 이 작은 마을은 예쁜 상점과 갤러리가 모여 있는 곳으로 작가, 화가, 음악가 등의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한다.


'Sausalito Sweets'에서 사온 아이스크림. 우린 바다 옆 낮은 계단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사람들은 바라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와 맞닿은 언덕에 위치한 집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아이들 손을 잡고 거리를 걷다 맘에 드는 상점에 들러 기념품을 고른다. 아이스크림 집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나와 바다를 바라보며 먹기도 했다. 그곳 벤치에는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그곳에 앉아 반나절쯤 있고 싶었다.


그곳에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보낸 뒤 골든 게이트 브리지로 향했다. 이 빨간 다리를 왜 골든 게이트 브리지라고 하는지 궁금했는데 거기엔 다 이유가 있다. 금문, 즉 골든 게이트라는 명칭은 골드러시 시대에 샌프란시스코 만을 부르던 말이다. 당시 골든 게이트 해협은 페리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는데 자연환경의 문제로 다리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1937년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4년 만에 다리가 완성됐다. 그 다리가 지금의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가 된 것이다. (골든 게이트 브리지는 1996년 미국 토목학회가 선정한 현대 토목 건축물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고)


골든 게이트 브리지를 옆에 두고 흙놀이만 하는 아들 둘.

이날은 안개가 골든 게이트 브리지를 반쯤 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엔 아쉽다 했는데 또 달리 보니 그것도 멋이다. 안개는 샌프란시스코의 또 다른 명물 아닌가. 유명한 비스타 포인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골든 게이트 브리지는 생각만큼 충분히 멋있다. 지금도 아이들은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보다 이 빨간 다리를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그 유명한 골든게이트 브리지를 바라보면서도 흙장난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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