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며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건 꽤 즐거운 일이다. 한국에서 못 먹어본 음식을 새롭게 접할 때의 기쁨이 우리 부부에겐 크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음식 중엔 후무스와 아티초크가 그랬다.
사실 미국 음식이 별 게 없다. 스테이크, 피자, 햄버거, 샌드위치 정도?다양한 인종이 사는 만큼 중국, 일본, 인도, 태국 음식점도 종종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런 음식이야 우리나라에도 다 있는 거다.
물론 아주 맛있는 피자와 햄버거가 있긴 하지만 그래 봤자 우리가 아는 그 맛이다.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대부분 기름에 볶은 것이어서 매끼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서 사 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날 저녁을 앞두고 나는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오늘 저녁에 후무스 먹을까?” 남편은 ‘Oren’s Hummus라는 음식점의 후무스가 아주 맛있었다며 비슷하게 먹어보자고 했다.
후무스? 들어는 봤는데 먹어본 적은 없다. 손재주 좋은 옆집 언니가 후무스를 해 먹으라며 병아리콩을 준 적이 있다. 나는 먹어보지 않은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그런 성격의 사람은 아닌지라 고민만 하다 카레에 듬뿍 넣어 맛있게 먹었었다.
아랍어로 병아리콩이라는 뜻의 후무스(Hummus)는 중동지역에서 즐겨먹는 디핑소스다. 병아리콩, 타히니 소스(참깨를 갈아 만든 소스), 올리브 오일, 소금, 마늘, 레몬즙 등을 섞어 으깨서 만든다. 보통 후무스는 노란색의 무스 형태로 되직한 질감을 갖고 있는데 납작한 빵에 찍어 먹거나 샌드위치에 소스처럼 발라 먹는다. 중동 지방에서는 식탁에 꼭 빠지지 않고 올리는 음식으로 ‘후무스가 없는 공동 식탁은 이야기가 없는 아라비안 나이트와 같다’는 말도 있다.
일단 후무스를 사러 근처 슈퍼마켓 세이프웨이에 갔다. 몇 번이나 와봤지만, 이렇게 많은 종류의 후무스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냉장 코너 한 칸이 전부 후무스다. 종류가 너무 많아 선택 장애가 왔지만 일단 나는 클래식 후무스를, 남편은 레몬 맛이 들어간 후무스를 하나씩 골랐다. 식당 메뉴와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풀드 포크(Pulled Pork)를 장바구니에 담았고, 함께 곁들여 먹을 야채도 구입했다.
세이프웨이에서 사온 후무스.
(왼쪽) ‘Oren’s Hummus의 메뉴로 후무스를 풀드 포크가 함께 내놓는다. (오른쪽) 이날 저녁 우리가 먹었던 후무스 메뉴. 풀드 포크와 익힌 야채를 후무스에 찍어 먹었다.
식당에서 먹는 것처럼 예쁘게 담아내고 싶지만, 실상은 아이들 밥부터 먹이기 바쁜 여행자 가족이라 데코레이션은 과감히 생략하기로 한다.
접시에 후무스, 데운 풀드 포크, 익힌 야채를 단출하게 담았다. 일단 달달한 풀드 포크를 고소한 후무스에 찍어 먹어보았다. 웬걸! 맛있다! 데친 당근과 브로콜리도 후무스와 함께 먹어봤다. 오! 야채까지 맛있어졌다!아삭한 야채의 식감에 꾸덕한 후무스의 고소함이 더해져 이런 상황이라면 오늘 사온 야채를 다 먹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다. 나중엔 후무스를 숟가락으로 막 떠먹기까지 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아이들을 재워 놓고 술 한잔 할 때마다 뭔가를 후무스에 찍어 먹곤 했다. 어떤 재료든 후무스를 만나면 식감과 맛이 풍부하게 해지는 느낌이다. 병아리콩은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꼭 해 먹어 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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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맘에 들었던 식재료 중 하나는 아티초크(Artichoke)다. 후무스야 이름이라도 들어봤지, 아티초크는 난생처음 보고, 처음 먹어봤다.
아티초크는 꽃봉오리를 식용으로 먹는 국화과 다년초 식물로 연하고 맛이 좋은 데다 영양이 풍부한건강한 식재료로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아티초크를 처음 먹은 건 한 음식점에서였다. 아티초크를 올리브 오일에 절인 것이었는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약간 시큼한 맛이 나는 게 느끼한 음식과 먹기 좋았다. 그날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 아티초크 만은 또렷하게 남았다.
그 뒤 홀푸드마켓 올리브 바에서 아티초크를 재회하게 됐다. 나는 집에서 식사를 할 때 먹을 요량으로 몇 종류의 아티초크 절임을 포장해 왔다. 그리고 정말 밥을 먹을 때 김치 먹듯 반찬으로 먹었다.
아티초크 절임의 시큼함은원래 아티초크가 가진 맛인지 절임의 조리법이 만들어낸 맛인지는 잘 모르겠다. 생 아티초크는 먹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한국에 돌아온 뒤 우연히 아티초크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된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모양이다. 좋다고 너무 많이 먹으면 복통이나 설사를 할 수도 있다고 주의하라고 했다. 여기서도 아티초크를 구할 수 있나 싶어 찾아봤지만, 한국에서는 건강식품 먹듯 분말형태로 많이 먹을 뿐, 요리를 해서 먹지는 않는 모양이다.
포케. 연어나 참치를 각종 야채나 해조류 등과 곁들여 먹는다.
한국에서는 초밥이나 회를 선호해서인지 포케도 산호세에 와서 처음 먹어봤다. 포케는 연어나 참치를 깍둑 썰어 각종 야채, 해조류와 버무려 먹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회무침이나 회덮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나는 초밥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라, 연어와 참치는 초밥이나 회로만 먹는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포케를 먹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프랜차이즈 포케 집이 많다. 포케가 그만큼 대중화된 음식이라는 얘기다. 샐러드와 생선, 해조류, 드레싱 모두 자기가 원하는 걸로 골라 넣을 수 있으니 매번 다른 스타일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기와 기름을 그만 먹고 싶을 때마다 우리는 종종 포케를 사다 먹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