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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Jul 03. 2020

이제야 인스타 시작하는 옛날 사람

테슬라가 자동차업계 1위 되는 날 든 생각

동네 언니가 얼마 전 미용실에 갔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찾은 예쁜 머리를 보여주며 “이렇게 해주세요” 했더니 디자이너가 웃으며 말했단다. “어머~ 언니 옛날 사람이구나, 요즘 누가 블로그해요~ 인스타 하지” 


나도 네이버로 검색하는데, 그럼 나도 옛날 사람…. 또르르’


그렇다. 요즘 사람들은 다들 인스타그램을 한다.

(많이들 한다는거지 전부 다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인스타그램, 웬만하면 안 하려고 했다. 사람들이 인스타로 안부를 묻고, 인스타로 검색하고, 인스타로 쇼핑할 때도 나는 인스타그램은 정말 안 할 생각이었다.


나는 인스타를 할 만큼 부지런하지 않고, 일상이 남들에게 흥미를 끌만하지 않으며, 스스로 자랑할 만한 것도 뭣도 없는 사람이다. (물론 뭘 자랑하려고 인스타를 하는 건 아니지만 또 그게 없으면 인스타 하는 맛이 없지 않나요?) 거기에다 사실 나는 남들이 어떻게 사나 별로 궁금하지 않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인스타 시작하면 몇 시간이 순삭이라는 말이 좀 겁나기도 했다. 아무리 남의 인생이 안 궁금해도 보면 또 재미가 있을 텐데, 인플루언서들의 일상을 구경하다 보면 내 시간이 휘리릭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럴 바 에야 아예 시작을 말아야지 했던 거다.


나도 한때 유행한 싸이월드를 했었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블로그도 했다. 남들 하는 만큼만 적당히. 그런데 그것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아이 크는 동안 계속할 것 같던 블로그도 일 년쯤 방치 상태. 다 적당히 하고 적당히 흐지부지됐다. 그래서 더더욱 인스타를 안 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요즘 부쩍 인스타를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던 중 글쓰기 모임에 나갔다. 인스타 얘길 꺼내자 비비안님과 에린님은 '해야 하나?'가 아니고 '해야 한다!'고 정리해줬다. 특히 나처럼 목적이 분명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비비안님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지금과는 다를 거란 말이 더욱 와 닿았다. 코로나로 인스타가 더 활성화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녀의 말 대로, 코로나 이후의 시대는 이전과 다를 게 분명하다. 사람들의 욕구가 달라지고, 삶의 방식이 변하며, 더 많은 것이 비대면 또는 온라인으로 귀속될 것이다.


인스타 안에는 변한 사회 속의 사람들이 있다. 만나지 않아도 이웃이고 길고 긴 글보다 사진 한 장에 감동받고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 요즘 사람들을 만나려면 인스타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혼자 유유자적하며 자연을 벗 삼아 살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https://www.freepik.com/

이북보다 종이 책이 좋고, 다이어리 앱보다 몰스킨 다이어리를 더 사랑하는 2020년을 사는 20세기의 나 같은 사람도 인스타 속에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인스타에 뭐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 역시 해봐야 아는 거니까.


어제 테슬라 주식이 20%가량 올라 1129.28로 장을 마쳤다. 이날 테슬라 주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날로 테슬라가 전통적인 내연 자동차 회사를 모두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그간은 도요타가 1위였다.


이제 테슬라는 코카콜라와 엑손 모빌(전통적인 정유주)보다 시총이 높은 회사로 거듭나면서 미국 시총 26위 회사로 발돋움했다. 여전히 테슬라 주가에 거품이 있다는 의견이 많지만, 테슬라가 이날 전통적인 20세기 회사들을 넘어선 건 분명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미 미국 회사는 1위 애플, 2위 마이크로소프트, 3위 아마존, 4~5위 구글, 6위 페이스북, 7위 알리바바로 순위가 재편된 지 오래다(2020년 7월 2일 기준, 순위 앞뒤로 변동은 있음).


이미 세상은 많이 변했고,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아이폰도 안 쓰고, 유튜브도 잘 안 하고, 페이스북 주식도 없지만, 일단 인스타부터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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