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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숲 Jul 11. 2019

[조지아 여행] 조지아 여행, 와인은 필수다

<조지아 와인 여행(1)>

# 조지아에 대한 모든 것이 책 한 권에 담겼습니다.


http://aladin.kr/p/DPDFa


   

조지아에서 와인은 일상이고 필수품 




인류 최초로 이미 8000년 전부터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포도주를 만들어 마셨던 조지아에서는 지금도 수 천 년을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 크베브리 와인양조법으로 와인을 만드는 나라다. 그러니 조지아 여행에서 와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조지아 사람들이 일상에서 포도주를 대하는 법이 예사롭지 않음은 여행 초기부터 여기저기서 감지되었다. 첫날 묵었던 호텔 객실의 냉장고 안에는 수제라벨까지 붙여진 수제(사제?)와인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와인병은 마치 나에게 ‘웰컴 투 조지아, 여기가 바로 조지아야’ 라고 말하는 듯 하였다. 


호텔 지하에는 와인셀러까지 있었는데 포도를 으깨는 프레스와 코르크마개 삽입기, 와인을 젓거나 퍼담는 긴 국자 같은 와인제조에 필요한 도구들이 갖춰져 있었고 한 켠에는 오크통과 플라스틱 와인통들이 놓여 있었다. 객실의 와인은 호텔사장이 카헤티 지방에 소유하고 있는 와이너리에서 직접 만든 와인으로 여기서 병입한 와인이라했다. 


호텔 근처의 제빵소 직원들은 바빠서 점심을 감자나 오이, 빵으로 대충 떼우면서도 와인은 꼭 챙겨먹었고, 작업장 한 켠에는 늘 커다란 와인통이 놓여있었다. 감자 한 알과 와인 한 잔을 마시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바로 조지아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을했다. 






조지아에서는 우리네 편의점보다 더 많이 눈에 띠는 것이 와인샵이었다. 수도 트빌리시는 말할 것도 없고 산꼭대기 카즈베기에도 와인샵이 있었다. 진열된 와인을 보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는데 모두 조지아산 와인인데다가 생산지별로, 제조사별로 진열된 와인을 보니 한 제조사에서 출시된 와인의 종류만도 최소 5-6가지가 넘었고, 와인이름은 같은데 제조사가 다른 와인들도 수십 종이었다. 


조지아 전역에서 와인을 만들지 않는 지역이 없고 와인회사만도 수 십개가 넘는다. 집집마다 가양주를 담는다고 치면 조지아의 와인의 종류와 맛의 수를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와인 


 
 ‘조지아 여행 중에 와인은 실컷 맛볼 수 있겠구나’했던 나의 기대는 하우스 와인 몇 잔에 그치고 말았다. 나 홀로 여행이다보니 생각보다 와인을 많이 마실 수가 없었던 것. 그래도 대부분의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잔 와인을 판매하는 덕에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었다. 레스토랑에서는 자체 ‘뽀그립(Погреб, 셀러)'이 있어 직접 담근 와인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시그나기의 ‘골든 라이언’과  '미로니시’같은 이름없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맛보았던 와인은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조상대대로 살아온 집과 조상들에게서 전수받은 비법으로 담근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보드베 수도원 앞 카페에서 돼지고기 샤실릭(꼬치구이)과 함께 먹었던 와인은 잊을 수 없다. 덤으로 한 잔 더 따라주는 조지아 인심은 두고두고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간혹 아주 이상한 맛의 와인도 있었다. 메스티아의 한 카페에서 마신 레드와인은 마치 오이지 담근 듯한 퀘퀘하면서도 시큼한 맛이 나서 한 모금 마시고 그대로 남겨 두고 나왔다. 혼자서 홀짝 홀짝 와인을 먹는 내가 안돼 보였던지 다음에 올때는 꼭 친구들과 함께 오라던 레스토랑 주인도 있었다. 시그나기에서는 와인 덕에 러시아 전통 음악도 듣고 식당 주인들과 한참 수다를 떨다 나온 적도 있다. 


조지아에서 하우스 와인은 말 그대로 집집마다 맛과 향, 풍미가 달라서 ‘맛’을 보는 재미가 있고 재밌는 집안 얘기도 덤으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와인을 마시면서 한 집안의 전통과 내력을 알아가는 맛이 조지아 와인의 맛이다. 


조지아를 여행하다보면 Погреб(뽀그립), Дегустация(지구스따찌야)라는 간판이 눈에 많이 띄는데, '와인셀러'와 '와인테스팅'이라는 뜻으로 와인시음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조지아 와인의 최대 미덕은 가격이 착하다는 것이다. 비싼 빈티지 와인이나 아주 고급 와인이 아닌 이상  1병에 30-40라리(우리돈 2만원정도) 정도면 꽤 훌륭한 와인을 살 수 있고 15라리 정도의 (6-7천원 )괜찮은 와인들이 널렸다. 스탈린이 좋아했다는 흐반치카라 와인은 슈미(SHUMI)와이너리에서 나온 것이 46라리였다. 참고로 슈미보다는 샤토 무흐라니 흐반치카라가 더 내 입맛에 맞았다. 



와인은 조지아를 이해하는 키워드  
  

나 같은 여행자들에게 와인은 그저 이국적인 알코올이지만, 조지아인들에게 와인은 힘의 원천이자 삶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조지아인들에게 와인은 힘의 원천이다. 조지아 병사들은 전쟁에 나갈 때에도 포도씨앗을 품고 전쟁터에 나갔다. 전쟁에서 목숨을 잃으면 그 자리에서 포도가 자라났다. 수없이 외세의 침략을 감당해야 했던 조지아인들에게 와인은 바로 힘의 원천이고 와인을 마시며 외치는 건배는 승리에 대한 기원과 다짐인 것이다. (조지아 알라베르디 수도사의 말, EBS다큐 '세계의 와인'편)


와인은 조지아인들의 일상과 종교 및 문화에 녹아 들어 있다. 전통적인 조지아 가정에서 포도를 고르고, 포도수확시기를 결정하고, 포도주를 통에 옮겨 담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남성 가장이었고, 공동체에서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사람과 가정은 특별한 존경을 받았다. 


이러한 전통은 조지아의 ‘타마다’전통으로 이어졌다. 타마다는 건배제의자란 뜻으로 연회(수프라, Supra)에서 참석자들의 인사말과 건배자의 순서를 정하는 등 원활하게 연회가 진행될 수 있게 하는 사람이었다. 서부 ‘바니’시의 고대유적지에서 발견된7세기에 제작된 타마다상은 조지아에서 타마다의 전통이 얼마나 오래되었고,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를 보여준다. 와인저장고는 집안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였으며, 귀한 손님에겐 밀봉된 크베브리를 따서 새 와인을 대접했다. 


조지아의 구전민속이나 민속음악에 남아 있는 포도나무와 포도주와 관련된 내용들과 다양한 포도재배와 관련된 어휘들 모두 조지아인들의 삶에서 와인이 차지했던 중요성을 설명해 준다. 


와인은 조지아 기독교 문화에도 많은 흔적을 남겼다. 포도나무 십자가로 세례를 받고, 성찬식에는 수도원에서 농부들이 만든 레드와인(제다쉬)만을 사용했다. 조지아에서 ‘생명의 나무’는 곧 포도나무이며, 포도나무는 동시에 성모마리아를 상징한다.  11세기에 만들어진 찬송가 ‘주는 포도나무(thou art a vine)는 오늘날까지도 널리 불리우고 있다. 


이처럼 조지아 역사와 함께 시작된 와인은 조지아를 이해하는 키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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