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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숲 Apr 14. 2018

[중앙아시아 여행]미리 맛보는 우즈베키스탄 음식

    여행에 있어 설레이는 순간은 떠나기 전 계획을 짜고, 갈 장소에 대해 즐거운 상상을 하고 기대감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여행의 현실이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전의 시간 말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내가 중앙아시아 여행 전 설렘과 기대 속에 했던 일 중의 하나는 우즈베키스탄의 음식을 미리 맛보는 것이었다.



동대문 광희동 거리의 우즈베키스탄 식당가  


왜 광희동에?


   

    서울 동대문구 광희동 뒷골목에 가면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몇 군데 있다. 맛집인지  아닌지는  우즈벡 음식을 먹어보지  않았으니 잘  모르겠다. 그런데  느낌상  맛집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우즈베키스탄 음식이 이런거구나...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광희동은  작은 우즈벡 타운으로, 미국의 한인타운이나 차이나타운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규모를 따지면 '타운'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즈벡 사람들의 상권이 형성되어 있고,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광희동 러시아/우즈벡거리의 기원을 찾자면 90년대 초, 한-러 수교 이후가 아닐까싶다. 한 러 수교 이후 러시아의 보따리 상인들이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을 찾기 시작한 것이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시장 주변에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 온 보따리 상인들을 위한 상가, 모텔급 숙박업소, 운송회사, 식당들이 생겨났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광희동에 둥지를 틀었다.


    

광희동 <사마르칸트 시티>



    광희동 외국인 거리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비좁은 뒷 골목으로 들어서저가의 화장품 도매가게, 속옷 가게, 환전소와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러시아어로  적힌  간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딱히  아는  식당 이  있거나 소문난 식당이  있는것이  아니어서 어느 식당으로 갈까 잠시 망설였다. 식당 이름도  다 비슷비슷했다. '사마르칸트 시티', '사마르칸트' 등. 아마  식당 주인들이 '사마르칸트'출신인가보다.


   광희동 우즈베키스탄 식당들은  이태원의 외국음식점처럼 고급스럽지는  않아보였다. 식당이 생겨나게 된 배경을 생각하면 식당 분위기나 주고객층을  가늠해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대부분  우즈벡 사람들이나 여타  중 앙아시아에서  온 손님들이  많고, 또 나처럼  호기심에 찾는  한국 사람들도  꽤 많아 보였다.


  이곳 식당에서 제공되는 음식들이 정통 우즈벡 음식인지  여부는 알 수 없느나, 여행을  떠나기 전  서울에서 현지  음식과 현지인들을   미리  접해볼 수  있는  곳이기에 여행에  대한  호기심을  고조시키는데에는  최상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2층에 '사마르칸트 시티'라고 쓰여진 식당이 눈에 띄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실내는 넓직한 쇼파와 테이블로 꾸며져 있었다. 식당 벽면은 우즈벡 전통 문양이 그려진 도자기와 벽화, 도자기 접시, 전통 인형, 전통수예공예품 등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얼굴에 미소가 한 가득이다. 동들동글한 얼굴에 푸근한 인상이다. 한 눈에 봐도 우즈벡 여인이다.


   

     "안녕하세요? 혹시 어디서 오셨어요? "

    "안녕하세요, 전 타쉬켄트에서 왔어요"


    다이아나는 유창한 한국말로 대답했다.


    메뉴판에 실린 음식 사진들이 음식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다이아나의 도움을 받아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샤슬릭>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너무나 유명한 음식인 숯불 꼬치 바베큐.

우즈벡이나 카작 등에서는 주로 양고기로 만들지만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등을 이용한다.레몬 등으로 하루 정도 숙성시킨 고기를 꼬챙이에 꽂아 숯불에 굽는다. 양파 등과 함께 먹는다.  



<갈룹쯔이> 


    소고기, 야채 등을 넣어 만든 소고기 완자를 양배추에 싸서 찐 음식. 삶은 혹은 찐 파프리카, 감자, 포도잎, 당근 등이 함께 담긴다.



<삼사>


    밀가루반죽에 소고기, 양채 등으로 만든 속을 넣고 화덕에 구운 우즈벡 야채빵.  

밀가루 반죽을 여러번 겹쳐 접으면서 그 위에 마가린을 바르면서 피를 만든다. 빵의 밀가루의 반죽의 결이 살아 있다.



<비니그레뜨> 

    감자,피클, 양배추절임, 완두콩 등을 넣고 만든 샐러드  



<리뽀쉬카> 


    우즈벡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빵이다. 딱딱하지만 매우 고소하다.화덕인 '탄드르'에 굽는다.  

    우즈벡에서는 사막에서 자라는 '싹사울'이라는 나무가 샤슬릭이나 '탄드르'에서 빵을 구울때 최고의 땔감으로 여겨진다. '탄드르'에서 싹사울가지를 태워 구운 빵이 향과 맛이 매우 좋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우즈벡 음식에는 특유한 향이 있고, 마가린이나 기름 등을 많이 사용하여 우리 음식과 비교하면 느끼한 맛이 강했다. 그 유명한 볶음밥 <플로프>를 맛보지 못해서 아쉽다.




ps. 실제로 여행을 떠나서는 오늘 소개한 음식들도 맛보지 못했다. 하루종일 구경에 지쳐서 숙소에 돌아오면 가까운 허름한 식당에서 대충 끼니를 떼우는 것이 보통이었다. 때로는 아예 식사를 거르기도 했다. 아침 식사는 거의 치즈나 빵, 그리고 과일이었다. 편안하게 우아한 레스토랑에 앉아 제대로 된 우즈벡 음식을 맛본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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