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대사관을 가다
벌써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조지아와 아르메니아 여행 일자가. 지금까지 느긋했던 마음이 갑자기 조급해진다.
아무 준비도 안했는데. 지금껏 항공권 예매해 놓은 것이 전부다.
여행서를 찾다가 마땅한 것이 없어서,
영문판 론리플래닛 <Georgia, Armenia & Azerbaijan> 을 구매했다. 배송 온 날 슬쩍 들춰보기만 했고 아직까지 한 페이지도 읽지 않았다.
Lonely Planet Georgia, Armenia & Azerbaijan
저자 LONELY PLANET
출판 lonelyPlanet
발매 2016.05.17.
<조지아의 역사> 란 책도 오래전에 구입해 놓고 매일 들고만 다닌다. 사실 책이 무지하게 재미가 없다.
잦은 왕조의 교체와 외세 침략의 역사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유명한 수도원과 지명 몇 개 외운 것이 전부다.
조지아의 역사
저자 허승철
출판 문예림
발매 2016.05.30.
<에휴... 뭘 보고 오려나, 다녀와서 또 얼마나 후회하려고 이러나...>
그래서 오늘은 큰 맘 먹고 <주한조지아 대사관>에 갔다. 어떤 블로그 글에서 대사관에서 여행자료를 받아왔다고 하길래.
결론은 <꿈은 야무졌지만, 결과는 헛걸음질이었다.>
거긴 영사관도 아닌 대사관이거늘, 대사관은 이미 대한민국 영토가 아니지 않은가.
옛날 독일 영사관에 갔던 기억에 착각을 했나보다. 가기만 하면 쉽게 들어갈 수 있고,
책이며 여행자료가 잔뜩 쌓아놓고 반갑게 안내해 주는 직원도 있을 줄 알았다.
처음으로 이태원의 대사관로를 가 보았다. 네비찍고.
네비는 분명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대사관처럼 보이는 건물이 없었다.
주한조지아대사관, 외국인 주택 관리소 옆 2층벽돌건물이 대사관 건물이다.
결국은 행인에게 물어서 찾아 간 곳엔 그냥 평범한 <이층집> 이 있었다.
대사관이 주택가 골목에 이층집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분명 '조지아 국기'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이층집 철 대문 문패 자리에 <주한 조지아대사관>이라고 적힌 작은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려하니 대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하여, 대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다.
작은 정원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안으로 들어서서
"아무도 안계세요?"
안쪽에서 있던 주방 혹은 청소 아주머니같은 여성이 나왔다. 그 여성은 화들짝 놀라며, 어디서 왔냐고, 어떻게 들어왔냐고 묻는다.
"문이 열려 있었는데요."
"어머,,, 왜 문이 열려 있지...?" 그 여성은 매우 놀라고 겁이 질린 표정이 되었다. 용건을 말했더니
"지금 아무도 없어요. 여기 들어오면 안돼요. 일단 저 밖으로 나가서 얘기해요" 하면서 현관 밖으로 밀어냈다.
"혹시 안에 누구라도 있나 보고 올게요. 여기 밖에서 기다려요"
잠시 후에 나오더니 아무도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대사관 영역에 있는 것이 계속 불안한지 한시라도 나를 멀리 쫒아내고 싶어하는 듯 했다.
아무도 없다는데 어쩌랴. 인사를 하고 거리로 나왔다.
'근데 어떻게 주중 한 낮에 아무도 없을 수가 있지?'
손에는 지도 한 장 들려 있었다. 아까 그 여성이 챙겨준 것이다.
혹시 나 오늘 <문전박대> 당한거야? 라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생각해도 이것은 웃픈 헤프닝이다.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대사관을 가다니.
어떻게 이런 창의적인 생각을 했을까. 괜히 그 아무 죄없는 블로거가 미워졌다.
주한조지아대사관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27길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