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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숲 May 06. 2018

[조지아 여행] 드디어  트빌리시

< 아! 이게  트빌리시 냄새야>

4월 16일. 트빌리시 도착. 새벽 네 시. 비 




드디어 트빌리시  공항에 내렸다. 시간은 새벽 4시가  넘었다. 폴란드 바르샤바 공항에서 7시간 대기시간 포함 22시간을 날아왔다.  


트빌리시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비에 젖은 공항의 도로가 노랗게  반짝이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점멸하는 작은 불빛들을 제외하면 공항은 검은 어둠 속에  잠겨있었다. 촉촉하게 젖은 서늘한 새벽 공기가 폐 속으로 흘러들었다.



트빌리시 공항 새벽풍경, 22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마침내 도착한 트빌리시 공항. 환전소와 심카드 판매소가 24시간 열려있다.




입국 수속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트빌리시 공항은 그렇게 조악스러운 편은 아니었다. 무겁거나 위압적인 분위기도 없었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의 일원이었던 과거를  말끔히 씻어낸 듯한 느낌이었다.  전혀 소비에트스럽지 않았다. 의외였다.




트빌리시 공항은 생각보다 촌스럽지 않았다.



공항청사 건물 안에서  심카드 구입, 전화통화 개통, 환전까지 모두 마쳤다.  




긴 비행을 마치고 한 잔의 커피로 여행을 피로를 털어낸다.




영업 중인 카페가 보였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따스해 보였다.  3-4명의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나처럼 먼 도시에서 날아온 사람들인가. 아니면 먼 도시로 날아갈 사람들일까.


따스한 불빛에 홀려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약간 신나는 듯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블랙커피를 주문하니 여종업원이 '아메리카노?'하고 되묻는다.


'아메리카노?'란  말 한디에 조지아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허물어지듯 자리에 털썩 앉았다.

오래도 걸렸다. 트빌리시까지 오는 길이.  난 왜 오랜 시간  돌고돌아  이  먼 곳에  왔을까. 모르겠다.


어쨌거나 난  22시간의 장벽을 깨고 이 낯선  도시 한 구퉁이에 앉아있다.  


커피 한 모금에 22시간의 긴장과 피로가 풀려나간다. 참 좋다. 피곤함과 기대감, 약간의 불안감이 섞인  살짝  들뜬 마음.




커피를 사고 받은 조지아 화폐 동전들, 앞으로 이 동전들하고 친해져야 한다. 1라리당 430원 정도.



공항 밖으로 나왔다. 물기와 흙냄새를 머금은 새벽 공기가 서늘했다.

숙소까지 30라리를 요구하는 택시기사들을 물리고 잠시 서 있으려니 한 남자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자기는  25라리에 갈 수 있다면서.


물러났던 택시기사 중 한 명이 다가오더니  '니 구역도 아닌데 왜 여기서 영업을 하냐'라고 따진다. 둘이서  실랑이를 한다. 나는 그저  무심하게  그들을  지켜보았다. 영역 싸움이라니 ... 흥미롭다.  잠시 후, 나중에 온 기사가  '가시죠' 한다. 그의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새벽 도심은 조용했다. 지나는 차도 불이 켜진 건물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이집트 사람이란다. 2년 전에 이집트에서 건너와 가이드 일과 무역일을 겸하고 있다고 했다.


흥미로웠다. 어째서 이집트에서 여기까지.

일자리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고, 바다를 건너는 일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된 듯하다.  아프리카에서 카프카즈라. 세상은 이제 아프리카니 아시아니 하는 국적이니 인종이니 하는 것들이 큰 의미를 지니지 않게 된 지 오래임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난 한국에서만의 삶을 고집했으니 촌스럽고 꽉 막힌건가. 웬만한 전문직 아니면 외국에서의 삶은 어쩐지 실패하고 쫒겨난 삶 같다는 고루한 생각에 젖어있었으니 말이다.  

 

20여 분을 달려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였다. 비는 이미 그쳐 있었다.


육중한 철제문 위에 'Georgian House'라는 문패가 보였다. 내가 묵은 조지안 하우스는  가격도 규모도, 위치 모든 면에서 여관급에 가깝다. 숙박료는 더블 베드룸이 조식 포함 78 라리. 한화로 34,000원가량이다. (방마다 가격이  틀리다. 조식을  빼면  10라리가 저렴해진다. 또  장기투숙이라고 깍아달라하니  5라리 깍아준다. 이런 점이 참 좋았다)



 

조지안하우스의 데스크 & 라운지 모습



체크인을 마치고 방에 들어섰다. 방문도 대문처럼 무거운 철제문이다. 문을 열자 마자 욕실이 있고, 복도 끝에 방문이 있다. 러시아 아파트를 닮은 방 구조, 익숙한 구조다. 어쩌면 소비에트 시대에 지어진 건물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애네는 꼭 현관에서 외투를 벗고 들어가게끔 되어있지. 그래서 거울이며, 외투를 거는 옷장도 복도에 있고. 


방은 생각보다 넓고 깨끗하다. 냉장고 안에는 생수와 와인까지 쟁여져 있다. 내가 이렇게 럭셔리(?))한 방을 예약한 거니?




조지안 하우스 모습, 출입문은 육중한 철제문이다.



냉장고 안에  하우스 와인이 비치되어 있다. 프린트로 뽑은 라벨에는 <르카치텔리>라는 와인 이름이 붙어 있다. 화이트 와인.  한 병에  9.2라리. 누군가 오픈하려 했었는지 코르크 마개 반쪽이 부서져 있다. 


이 사소한 병을 보면서 내가 조지아에 와 있다고 감동한다. 



조지안 하우스 냉장고안에 비치된 수제 와인. 와인의 나라에 온 것을 실감한다.




널찍한 더블베드와 테이블과 소파, 화장대까지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 가격에 비해 상당히 괜찮은 방이다. 마음에 들었다.


대충 짐을 풀고 잠을 청한다. 트빌리시가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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