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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리 Mar 31. 2023

우물 밖의 개구리

내 세계가 이렇게 좁았구나

*다음 글은 제 유학 스토리의 서론입니다.


저는 지방의 한 특목고를 나왔습니다. 특목고라고 모든 사람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알아주세요. 열심히 할 줄은 알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공부의 요령을 잘 몰랐던 거 같아요. 공부 외에도 하루아침에 16살에서 한 살 더 먹었다고 시키는 건 어찌나 많던지요. 휘몰아치는 과제며, 교내 활동, 교외 활동, 동아리 활동, 친구와의 교류, 어쩌면 17살부터 매일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사회생활도 배웠던 거 같고요. 짧게 했던 대학 생활보다 고등학교 생활이 저에겐 훌륭한 자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친구들과의 학교 생활은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기숙사에서 밤새 수다 파티를 열거나, 쉬는 시간마다 밖에 슈퍼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중간중간 친구들과의 트러블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정말 평생 볼 친구들을 너무 많이 얻었습니다. 고맙게도요. 이와 같은 고등 생활을 3년 더 해볼래? 하면 저는 바로 오케이를 외칠 거 같아요. 제 외고 생활 3년 중에 제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내 재산과 같은 친구들을 만난 일이요. 고등학교 친구들은 평생 간다고 하잖아요. 정말 그럴 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돌이켜 보면 중요한 건 따로 있었어요. 바로 성적이죠. 저는 자아가 생기려던 그 시절, 어딜 가나 '중간'정도의 여고생이었던 거 같습니다. 인지도도, 이런저런 활동들도, 두각을 드러낸 부분은 전혀 없었습니다. 특히 성적이 제일로요. 중학교 때는 우물 안에 갇혀서 '이 정도쯤이야'라고 했다면, 이제 대구 각 지역에서 나름 자신 있다고 하는 아이들이 모인 곳은 제가 뱁새 마냥 따라가야 겨우 속도를 맞출 정도로 벅차더군요. 공부를 못한 건 아니에요. 애쓰며 공부했고, 제 나름의 최선을 다 해봤어요. 좋은 경험이었죠.


외고에 왔던 걸 후회한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환경 탓보다 오히려 저 자신에게 채찍이 향했을 뿐이죠. 채찍은 향하지만 저는 그나마 저에게 관대했던 거 같아요. 밤을 새워서 공부를 해본 적도 없고, 힘들면 금방 그만두고 멀찍이서 지켜보는 성격이었어요. 제가 먼저 나서서 한다기보다는 바라보는 조연 역할이 컸죠. 하지만 대학을 준비하는 고3 시절이 되자, 이렇게는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두려워하는 게 있었어요. 바로 '면접'이었습니다. 면접 보는 게 왜 그렇게 두렵던지, 자기소개서를 쓰고, 대학 입시 지원을 해야 하는데, 떨어지면 어쩌지, 그리고 혹여나 1차를 붙는다고 해도, 면접은 어쩌지, 자꾸 저를 '어쩌지' 하는 두려움의 굴레 속에 집어넣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한국에 있는 입시제도가 너무 불만스러웠어요. 굳이 정시와 수시를 나누다니. 제가 너무 어리고 생각도 꼬였던 걸 이제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때 당시의 저는, 모든 한국 입시제도를 거부하고 영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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