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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리 Mar 26. 2024

검은 입김과 하얀 입김

요즘 내 입에서는 검은색 입김만 나온다. 내 말을 귀담아서 들어주는 사람들에게만 들리는 검은 입김. 그 입김은 뿜어 나와 나의 온 몸을 뒤덮고, 내 방을 덮어서 그 바람에 점점 옆에 있는 사람들도 함께 검은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이 되어간다. 지난 주말, 차 안에서 나눈 대화 중에서 남자친구는 나에게 "부정적인 말을 입 밖으로 쉽게 꺼내지 않던 사람이 자꾸 말을 가벼이 밖으로 꺼내면서 본인을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점 나도 비슷하게 변할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백번 이해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빠지는 말만 하면 들어주는 것도 한계가 있을 거 같다.


언제부터인가 '일'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짐덩이'처럼 되어버렸다. 돈미새가 아닌데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남아있지 않고 그 외의 성취감이 없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혼자 받게 된 상처가 너무 많아서. 데인 부분이 많아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말만 하고 가시 돋친 말만 하게 되었다. 방어 기제의 일종일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적대감부터 느껴지고, 누군가가 새로운 소식을 전하면 의심부터 하게 되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터에서 시간을 보내니, 평일 동안의 일하는 시간이 정말 쓰레기같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보다 글을 쓰지 않는 이유도 예전의 내 글은 힘차고 밝고 우울해도 글을 쓰면서 치유가 되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글을 써내려가면서 마음이 점점 닫히고 결말이 나지 않는 글만 쌓이게 되어서다. 그렇다면 몇 달을 벼르고 벼르다가 드디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어떻게든 이번 글은 희망찬 마무리로 끝내고 싶어서다.


책 '리얼리티 트랜서핑'을 보면 '펜듈럼'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펜듈럼은 개인의 사념에너지가 뭉쳐져서 만들어진 집합체다. 펜듈럼이 무서운 건 어떤 방향으로든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펜듈럼은 꼭두각시 인형처럼 우리를 조종하고, 우리가 그 펜듈럼에 분노를 하면 할수록 그 펜듈럼은 더 격하게 흔들린다. 격하게 흔들린다는 것은 우리의 에너지가 그 펜듈럼에 더 몰입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내가 그 파괴적인 펜듈럼을 쥐고 흔드는 사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에 나서서. 그 펜듈럼의 이름은 '일'이 아닐까. 


그 펜듈럼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파괴적인 펜듈럼을 지나치면 된다. 파괴 펜듈럼이 나를 끌어당겨도 나는 그것을 피해서 점점 멀리 안 보이는 곳으로 가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행복 펜듈럼을 마구 흔드는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음식, 여행, 주말, 데이트, 블로그, 유튜브, 드라마, 캔디크러시, 문구, 가족, 소비, 스트레칭, 이렇게 생각하면서 적어주면서도 간단하게 행복 펜듈럼이 진동하는 느낌이 들었다.


일 때문에 내가 부정적인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내가 일을 너무 큰 비중으로 받아들인 것이 문제다. 이렇게 빨리 알에서 깨어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마음가짐'이 아닐까. 나는 참 단순한 사람이라, 글 한 편 안에 반성문과 회개문과 부정문과 긍정문이 동시에 들어있다. 이 글을 기점으로 부정적인 펜듈럼은 무시하는 사람, 긍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부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부정적인 생각을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거다.


주위를 둘러보면 긍정적인 것들이 나를 더 반짝반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이제 나는 그 에너지들에 손을 뻗고 둥글둥글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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