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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Jul 06. 2015

창문 넘어 도망치는 엄마

치매나라로 여행을 떠난 엄마 이야기

치매에 걸린 엄마는 이제 잠까지 잃어버렸다.

아기들이 토끼잠 자는 것처럼,

약 10분 정도 깊은 잠에 빠졌다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신다.

아마도 잠이 들면 그대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


엄마의 정신이 온전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말이 없어진다.

쉬지 않고 무언가 의미 없는 말들을 쏟아내던 입이 꾹 다물어지면,

예전의 엄마로 돌아왔구나 짐작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리고 하소연한다.

내가 엄마 때문에 얼마나 힘이 드는지 푸념을 하면 물끄러미 쳐다본다.

마치 멀리 여행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와, 투덜거리는 딸의 응석을 받아주는 것처럼.

예전 엄마와의 면회는 아주 잠깐이라서

엄마는 다시 현재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밥 달라고 떼쓰고,

나가자고 조르고,

물건을 집어던지면서 가족들을 괴롭힌다.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언제 나갔는지 모르게 사라져서 찾으러 나가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서성이고 있다.


사실 엄마는  오래전부터 가족으로부터 멀리 도망치고 싶었는지 모른다.

치매 나라를 여행하면서도 가끔 돌아와 내 푸념을 들어주는 엄마.

만남의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 조바심이 나지만 이제 내가 마음을 비워야 한다.

엄마의 여행으로 인해 엄마가 행복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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