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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Aug 28. 2015

예지몽

돗자리 깔고 앉아야 할까?


 

지인의 아버님이 별세하셨다는 부음을 받았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는 순간,

아-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애통해할 지인의 가족들을 두고 안도의 한숨이라니?

사람의 마음이 이리도 이기적인가 잠시 반성해본다.


나는 예지몽을 잘 꾸는 편이다.

며칠 전에도 초상난 꿈을 꾸었는데,

요즘 내가 모시고 있는 친정엄마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긴장하고 있던 참이다.

지난밤에는 엄마가 밤새 숨을 헐떡이며 고통을 호소하시는 바람에 온가족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여차하면 응급실로 가기 위한 준비도 해두었다가 편안히 주무시기에 한숨 돌린 것이다.

아침에 엄마는 언제 아팠느냐는 듯 말짱한 얼굴로 밥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시고 평소처럼 주간보호센터에 가셨다.

엄마는 3등급 치매환자시다.


아침에 받은 부음으로 이번 예지몽의 실체를 확인한 것처럼 내게는 이런 일이 가끔 있다.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3일 전에 꿈을 꾸었고

친정오빠가 운명하기 전에도 이틀 전에 꿈을 꾸어 암 투병을 하고 있던 병실을 찾아 마지막 인사를 했다.


한 번은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는 꿈을 꾸었는데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질 않았다.

유리가 깨지는 꿈은 어쩐지 아주 강도가 높은 불길한 일의 예지몽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날 모처럼 은마상가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주차하면서 뒷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남편이 운전하는 옆에 앉아있던 나는 그 순간 어처구니없게도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은 보이지 않던 기둥이 갑자기 나타났다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황당한 얼굴이었지만

나는 속으로 바로 이거였구나, 이 정도의 액운이었구나 하며 쾌재까지 부르고 싶었다.


이런 나의 꿈해몽이 편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일종의 자기 위안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생각할 참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갑작스럽게 화를 당할 수도 있을 터인데 너무 놀라지 말라고 미리 언질을 주는 장치가 있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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