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목걸이
치매 엄마를 모시게 되면서 준비할만한 건 다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중요한 걸 빼먹었다.
만약 엄마가 혼자 계시다가 갑자기 길을 잃게 된다면?
아무래도 연락처가 적힌 소지품을 하나 착용시켜 드려야만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지금이야 엄마 옆에 항상 누군가 붙어있으니까 별로 필요한 것 같지 않지만,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는 것.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얼마나 황당할까 싶은 생각에 미치자
엄마가 당장 길을 잃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름을 새겨 넣은 팔찌를 하면 엄마가 불편하다고 빼버릴 것 같고,
아무래도 목걸이가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마트로 향했다.
전에 열쇠코너에서 미아방지용 목걸이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아방지 목걸이가 있는지 물어보니
아직 업체에서 의뢰가 들어오질 않았다고 한다.
없다니까 더욱더 조급한 마음이 들어 마트 안을 온통 뒤지며 돌아다녔다.
어느 코너를 지나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는데
이렇게 전화번호를 새겨 넣는 목걸이였다.
반가워서 얼마냐고 물었더니 가격도 싸다.
단돈 7천 원.
큐빅이 촘촘히 박혀 제법 럭셔리한 목걸이를 골라서 당장 새겨 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 아가씨가 하는 말~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 네?
.
.
.
그곳은 애견용품을 파는 몰리숍이라는 곳이었다. -_-
그러고 보니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뼈다귀 펜던트도 보였다.
엄마에겐 죄송하지만 강아지 목걸이에라도 연락처를 새겨 목에 걸어 드려야만 안심일 것 같아서 일단 주문을 했다.
다음날 연락처를 새긴 목걸이를 찾아와서,
엄마의 목에 걸려있던 자수정 목걸이를 풀고 불경스럽지만 이름과 연락처가 새겨진 애견용 목걸이를 바꿔 달아드렸다.
그러자 엄마가 자수정 목걸이를 꼭 쥐고 놓지 않으신다.
하긴 이 목걸이를 선물로 받았을 때 무척 기뻐하셨는데,
그건 올케언니가 언젠가 생신 선물로 해드린 목걸이였다.
오빠가 세상을 떠나면서 어느새 멀어진 며느리를 엄마는 잊지 않으신 걸까?
생각해보니 우리 자식들은 엄마에게 목걸이는 물론이고 다른 액세서리조차도 사드린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는 그런 장신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었으니까. -.-
그런데 이제 와서 엄마에게 처음으로 해 드리는 목걸이가 애견용 목걸이라니...
참 기가 막혔다.
혹시 잃어버릴까 봐 여분으로 하나 더 맞춰가면서 말이다. ㅠ.ㅠ
엄마가 아끼는 자수정 목걸이와 함께 목에 걸어드리면서 엄마에게 속삭였다.
- 엄마 죄송해요. 아주 예쁜 목걸이로 다시 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