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 Sep 16. 2015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시지프스의 바위

요양원에서는 저녁밥 국에다가 수면제를 풀어넣는다는 괴담이 솔깃해지는 시간


엄마가 또 밤잠을 잃어버렸다. ㅠ

가족들의 고통도 시작이다.

엄마는 한밤중에 혼자만 깨어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깨우러 방마다 쾅쾅 문을 두드리고 다니신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불침번을 서는 수밖에.

쏟아지는 잠을 쫓아가며 엄마를 지킨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잔인하게도 잠깐씩 들어가 단잠을 주무셔서 나도 졸게 되는데 이건 감질이 나서 더 미치겠다.

달콤한 잠을 실컷 잘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은 심정,  아이들 키울 때 이후로는 당해보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 수면제가 필요한데 약국에서 산 수면유도제는 효과도 미미하다.

약 1시간 정도 주무시는가 하면 바로 깨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집으로 오시기 전에 약국에서 자주 사다 복용하시곤 했기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엄마를 우리 집으로 모셔온 것도 이처럼 과도한 약국쇼핑 때문이었다.


엄마가 다니는 신경과에 가서 사정을 말했다.

보다 강력한 수면제가 필요하다고.

주치의는 요즘 졸피드 남용 때문에 함부로 처방하기 힘들다고  난감해한다.


 "환자 보다는 가족 위주로 처방해주세요!"


다크서클이 가득한 얼굴에 독기마저 어린 내 눈을 보고 불쌍했는지  보름분을 처방하면서 용량을 꼭지키라고 당부한다.

엄마의 체중에 맞춘 처방으로는 겨우 3시간 정도의 달콤한 잠을 잘 수 있는 자유를 확보했지만 너무나  감지덕지한다.


새근거리며 잠이 든 엄마 얼굴이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그 시간은 너무 짧다.

아무래도 왕자님이 너무 일찍 찾아왔나 보다.

그리고 격렬한 키스 세례를 퍼부은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해맑고 에너지 넘치는  얼굴로 방마다 문을 두드리며 돌아다닐 리가 없으니까 하는 말이다.




시지프스의 바위


신화 속  신들의 미움을 사서 커다란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라는 형벌을 받는.

 산꼭대기에 도달한 순간, 바위는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또다시 온 힘을 다해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한다
똑같은 노동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바위를 굴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시지프.


엄마는 요즘 뜨개질에 취미를 붙이셨다.
정신이 온전했을 때는 역동적이지 않은 일이라 관심 밖이었 다.

    쪼개 쓰실   .

 걸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

돈 관리를           .

    놓아버리게 되자     무척  허탈해하셨다.


치매에 걸린 지금,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빨래 개키기 마늘 까기 등을  부탁드리면    베어 먹듯 

      그 작업에 .


         한올 한올  .

        .



 정성 들여 짜고 있는 터는   비운 사이에 내가 재빨리 어버린.

준비해 둔 털실에 비해 엄마의 작업 속도가 워낙 빨라서 하는 짓인데,
어차피 엄마의 시  짜던  물인지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다.

~



       꽤 많이 떠놓았다는 걸 기억 못하신다. ㅠㅠ

시지프스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이렇게 무의미한 일을 늘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다.

  

     몇 번씩  반복하고 있다.

    풀다 보면 스의 바윗돌이 떠오른.

      되나 보다고  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양병원 풍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