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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Jan 10. 2016

   요양병원 풍경

얘가 내 딸이라우



 

     

이번 겨울을 나면서 엄마는 고관절 수술을 받으셨다.

새벽에 화장실 가다가 넘어지셨는데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통증을 호소하셔서 병원에 갔더니 고관절이 부러졌다며 당장 인공고관절 치환술을 받아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괴사가 되어 6개월 내에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겁을 주어 미처 다른 병원을 알아볼 사이도 없이  그다음날 바로 속전속결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받기 전날 엄마는 입원한 6인실에서 1인실로 쫓겨갔다.

통증이 워낙  심한 데다가 치매까지 있으니 ‘사람 살리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통에 다른 환자들이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수술하고 2주가 지나자 병원 규정상 더 이상 입원할 수가 없으니 퇴원하라고 했지만 집으로 모셔가기엔 엄마의 상태가 너무 심각했다.

수술한 고관절이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리 모양을 A자로 유지해야 하고 욕창이 생길 것에 대비해 조심스럽게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줘야 하는데,

문제는 엄마가 자신의 심각한 몸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고 막무가내 일어나서 돌아다니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든지 있어도 되는 요양병원으로 입원하셨다.

이곳에는 간병인이 여러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경제적인 이점도 있다.

     

하지만 간병인 두 사람이 8명을 동시에 돌봐야 하기에 손길이 부족할 건 뻔했다.

엄마는 치매까지 겹쳐서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자주 가보는 수밖에 없는데,

엄마가 침대에 묶여서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하루라도 빠질 수가 없고 애가 탔다.

수술 후 누워서만 지내다 보니 꼬리뼈 부분에 욕창까지 생긴데다 운동을 자주 시켜 근육이 굳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역시나 엄마에게까지 오는 손길은 멀기만 하다.

하루에 한번 내가 가서 일으켜주는 것이 엄마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유일한 시간인 셈이다.

비슷한 병명을 가진 다른 환자들도 마찬가지인지 모두 욕창치료를 받고 있었다.

욕창이 더 무섭다는 얘기를 들은 나는 매일매일 병원으로 출근하다시피 해서 엄마를 일으켜 세우고 운동을 시켰다.

옆 침대 할머니는 노골적으로 부러워하며

‘역시 딸이 있어야 해. 며느리라면 저렇게 못하지.’ 하며 한숨을 쉰다.

다른 할머니들도 마찬가지로 엄마에게 부러운 눈길을 보내는데,

치매에 걸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엄마는 '얘가 바로 내 딸이야' 하듯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다른 할머니들에게 위화감이나 조성하고 다니는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살아오면서 엄마에게 내가 이토록 자랑스러운 딸이었나 싶은 건 아마도 지금이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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