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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Sep 22. 2015

저 사람, 누구냐?

치매나라와 현실의 경계에 양다리 걸친 엄마



가끔씩 다녀오던 엄마의 치매나라 나들이는 이제 본격적으로  장기여행에 들어갔나 보다.

현실 세계가 싫으신지 떠난지 한참 되었는데도 돌아오실 생각을 않는다.

요즘은 내가 당신의 딸인지도 헷갈려하신다.

선생님이라고 했다가 당신이라고도 했다가 언니라고도 했다가 지나가는 동네 아줌마쯤으로도 생각하신다.

아침에 남편이 방에서 나오며 잘 주무셨냐고 인사하자 나한테 대뜸 물으신다.


"저 사람은 누구냐?"


손자들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아기를 낳은 조카딸이 가장 크게 부각된 기억인지 엘리베이터에서 그 또래 처녀들만 보면


"애기는 어쩌고 혼자 다니니?"


해서 놀라 혼비백산  도망가기도 한다.

서른이 넘어 직장 다니는 손자에게 학교 잘 다니느냐고 묻는 것쯤이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요즈음,

또 한번  기함할 일이 있었다.

당신의 사위, 즉 나의 남편이 죽었다고 믿는 거였다.

게다가 남편이 죽었으니 어떻게 살 거냐고 쯧쯧 혀까지 차면서도 그 표정은 참 무심하다.

그러니까 지금 보이는 남편을 다른 사내쯤으로 생각하고 '저 사람' 누구냐고 말했던 건가 보다.


이 얘기를 동생에게 했더니 동생도 비슷한 일을 겪었노라고 했다.

엄마는 주말이면 동생집에 가서 보내고 오신다.

아침식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물으시더란다.

'어젯밤 안방에서 자고 간 남자가 누구냐' 고.

동생이 기함을 한 것은 요즘 제부가 외국에 나가 있어 집에 없기 때문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누가 들었다가는 오해받기 십상이다.


엄마의 그런 발언들은 어떻게 나오게 되는 걸까?

아마도 꿈을 꾸시고는 현실과 혼돈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남들이 들었다가는 오해하게 될 테니 그런 것도 치매노인 모시기가 힘들다는 내용에 열거되고 있나 보다.

 

치매나라에도 여러 종류가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재 엄마가 여행하는 나라는 별로 바람직한 나라가 아닌 것 만은 틀림없다.


- 엄마~, 이왕이면 좀 예쁜 나라로 골라 다니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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