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이 필요해?
가끔 뉴스에서 보면 자식이 부모를 때려 부모가 자식을 고소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심심찮게 접한다.
더 나아가 부모를 살해하는 경우까지 있어 패륜의 극치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건 아무래도 정신이 온전하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사건일 것이다.
그렇다면 패륜을 저지를 만큼 정신이 온전치 못할 때란 과연 언제일까?
요즈음의 내가 바로 그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혼미해지는 느낌이다. ㅠㅠ
치매나라를 헤매고 있는 엄마는 이제 현실과는 영 멀어져서 이상한 행동으로 나를 괴롭힌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를 때면 나도 이성을 잃고 마는데, 그래 봤자 엄마! 하며 고함을 꽥 지르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정말 나도 모르게 엄마를 때리는 일이 일어났다. ㅠㅠ
화장실에서 볼일을 다 보신 엄마가 물을 내리기 전에 손을 변기에 집어넣고 휘휘 젓는 것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손이 엄마 등짝을 향해 가서 철썩 철썩 소리가 나게 팬 것이다.
엄마는 당신이 하는 행동이 뭔지도 모르는, 정상이 아닌 사람인 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얼마나 충격이 갔는지 연약한 몸을 휘청대는 엄마를 붙잡고 나서 눈물이 나왔다.
엄마 미안해- 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엄마 때문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보상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지난 봄부터였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예쁜 원피스를 보고는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지르자 쪽으로 간 것은 순전히 엄마 덕분이었다.
'그래, 엄마 보느라 힘든 나에게 이 정도의 옷 쯤이야.'
그 뒤로 엄마 때문에 힘들 때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옷을 사들였다.
나를 위해 쓰는 돈에는 이상하게도 죄의식 비슷한 느낌이 드는 트라우마도 치유되는 기분이 들어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덕분에 드레스룸에는 내 옷들이 늘어갔는데 아마도 한참 멋 부릴 처녀 적보다도 더 많이 구입했을 것이다.
이번처럼 힘든 일을 겪었으면 그 강도의 세기로 보아서 밍크코트 한벌 쯤은 보상이 있어야겠는데, 엄마를 두들겨 팼다는 자괴감과 죄의식이 워낙 커서인지 아무런 생각이 없다.
옷장에 새로 산 옷들은 주욱 걸렸는데 입고 나갈 일이 없네.
모든 약속을 엄마 위주로 하다 보니 친구들도 멀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