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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Jul 17. 2015

    캠핑장에 가신 치매 엄마

캠핑촌 & 난민촌



작년 늦가을,

캠핑장에서 가족모임을 했었다.

남동생이 모든 걸 다 준비 다해놨으니 몸만 오라고 해서

나는 당당하게 친정엄마를 모시고 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우리 집에서 주간보호센터를 다니시기에 내가 돌보고 있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직장에 다니는 동생이 모셔가서 돌봐드린다.

막내동생은 엄마를 모시고 오가는 역할을 하는 등 자매들이 돌아가며 엄마를 돌보고 있으니까

미안한지 남동생이 자리를 마련하고 우리 모두를 초대한 것이다.


엄마는 오랜만에 아들을 만나러 간다니까 기분이 좋으신지 즐거워하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난민촌을 연상시키는 텐트에서 나오는 아들을  보고 충격을 받으신 것....
하긴 노숙하는 거나 다름없는 캠핑촌을 난민촌으로 오해할 만도 하다. ㅋㅋ



그래도 이렇게 근사한 바비큐 파티 준비도 해놨는데 그건 눈에 들어오질 않고



 

아들이 난민촌의 이런 천막집에서 살고 있을  줄이야하는 얼굴이다.

아들은 고기를 굽고 와인을 따라주는 등 이것 저것 우리에게 바쁘게 서빙하고 있는데 

딸들은 앉아서 즐겁게 먹고 마시며 떠드는 게 영 못마땅하다는 얼굴이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동생이 따뜻한 홍합탕과 오뎅탕도 내왔다.

잔뜩 못마땅하신 엄마가 참다참다 겨우 하시는 말씀,


'손님도 없는데 우리끼리 이렇게 다 먹어도 되냐?' 


'??????????'


그리고 모두들 푸하하 ~~


웃음보가 터졌다.

엄마는 남동생이 포장마차라도 개업한줄 아신 모양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형제들이 모여 즐겁게 보낸 기억을

엄마가 오늘 불러내셨다.


'얘 ㅇㅇ가 너무 불쌍하다.'


'왜?'


'집도 없이 나와서 판잣집에서 지내는데 장사도 잘 안되나 봐.'


겨우 캠핑 한 건으로 때운  남동생이 제일 힘들겠다고 불쌍해하고 있는 엄마.


엄마~ 내가 제일 힘들거든요~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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